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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May 26. 2020

교육과 보육은 함께 가야 하는 것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여러 단체들의 반응이 핫하다. 개인적인 일 처리에 정신없는 요즘, 사회 문제에 귀 기울일 여력이 없었는데, 잠시 쉴 때 보이고 들리는 걸 억지로 막을 순 없더라.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


페친 중에 교사가 몇 분 있는데 너무 공격적이고 감정적인 글이 많아서 불편해질 찰나, 대체 무슨 개정안이길래 교사들이 교육부 장관 퇴진까지 요구하며 반대하는지 궁금했다. 알아보니, 정말 별거 없어서 허무할 정도였다.



| 교사 반발로 철회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지난 19일 교육부에서는 '방과후교육 프로그램 및 초등돌봄교실(방과후학교)' 운영에 대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공고했다. 주요 내용은 방과후학교 운영과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초중등교육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방과후학교 업무를 학교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는 것. 이미 학교 안에서 진행하고 있던 일인데, 아직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게 더 의왼데?



[방과후학교]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휴업일 중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

(초등학교의 경우 돌봄활동 위주의 프로그램 포함)


[주요내용] 방과후학교 운영 및 지원 근거 마련

1) 방과후학교 운영 및 자율적 참여 근거 마련

2) 교육감의 방과후학교 운영계획 수립 근거 마련

3)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된 재정 지원 근거 마련


[개정안 내용] 초중등교육법 제23조의2(방과후학교) 신설

제1항(학교) 방과후학교 운영 가능

제2항(교육감) 해당 지역 실정 고려하여 방과후학교 기본 사항(기준과 내용) 정함.

                       제3항에 따른 기준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정하여야 함.

제3항(교육부장관) 교육감이 제2항 본문에 따른 기본 사항 정하는 경우, 기준 정할 수 있음.

제4항(교육감) 방과후학교 운영지원계획(행정적ㆍ재정적 지원 등) 매년 수립ㆍ시행



이 내용은 2016년에 정부 입법 발의로 추진했으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학예의 본질에서 벗어난 보육활동을 교육감의 의무로 강제하는 것은 법률상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제개정이유서 참고). 난 이때 통과되었는 줄 알았다. 아니었구나.


역시, 교사들이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교육'하는 학교에서 '보육'을 담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항의 방문까지 한,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은 "돌봄과 사교육 업무는 학교 교육의 본질적 영역이 아니고, 그 업무를 교사가 하면 고유의 교육활동(수업과 생활지도 등)을 못한다"며 "학교는 본래 대로 지원 역할(공간 제공 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방과후학교(돌봄교실)는 교육기관인 학교 본령에 어긋는 것"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교육=수업"이라면, 학교 존재의 이유부터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교총과 전교조가 같은 의견을 내다니 신선하다.


정규 수업 시간 종료 후, 아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그들의 관심 밖이다. 맞벌이하는 양육자를 대신에 조부모가 봐주거나, 학원을 돌면 그나마 다행, 그런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알아서 하라는 걸까. 얼마나 대단한 '교육'을 하길래, '보육'을 폄하하는 걸까. 교육부 장관이 아니라 돌봄 장관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여성가족부 장관이나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이직하라며 비아냥거리는 교사도 있더라. 유치원(교육부 소관)과 어린이집(보건복지부 소관)도 유보통합 못하고 있어서 답답한데, 같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학교에서조차 나눠야 속이 시원한 걸까.


양육자(특히, 엄마)의 경력단절 시기는 두 번 온다고 한다. 한 번은 아이가 태어나서 자주 아픈 만 3살 이전, 그리고 초등 저학년일 때. 전자는 어린이집 덕에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후자는 학원 돌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본인들은 그런 걱정 없다고 이런 식의 행동을 하면 안 되지. 좀 돕고 살자. 교사님들아.


그리고 미취학 아이들도 엄마아빠 퇴근 시간까지 어린이집에 잘 있는데, 초등학생이 학교에 저녁까지 있는 게 뭐가 자꾸 불쌍하대. 아이들이 있고 싶은 학교라면 왜 불쌍하겠어. 정말 너무 답답하다. 돌 전부터 어린이집 다닌 우리 아이, 어린이집에 가장 늦게 까지 있는 우리 아이보고 불쌍하다고 말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은데, 초등학생 되어도 듣게 생겼네.


결국, 교사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교육부는 이틀만인 21일에 개정안을 철회했다. 예정대로 6월 8일까지 입법예고는 하지만, 이후 절차는 밟지 않는다고 한다. 교사도 교육부도 정말 어이가 없다. 교육부가 무슨 교사만의 단체인가.

교사 단체에서 만들었다니, 너무 놀랍다. 특히, 4번.



| 교사 vs 강사


강사 활동을 계획하면서 몇 가지 강사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경력이나 실력이 있는 분들이 많아 자극도 받고 많이 배웠다. 그런 분들이 육아로 인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게다가 그들이 방과후 강사로 들어가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더 안타까웠다. 학교에서는 교사 출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해당 과목의 실력보다 교사 자격과 경력이 더 중요한 곳, 학교가 그런 곳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과정 수료자 중에서 은퇴한 교사가 방과후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선뜻 축하 인사가 나오지 않았다. 과정 중에 모의 수업도 있었는데, 두서없이 말하며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아서, 뒤 발표자들은 준비한 것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민폐를 끼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못한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방과후 강사를 주 업무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커리큘럼 정리도 할 겸, 경험해보려고 지원해봤다. 학교마다 양식이 다를뿐더러, 작성해야 할 것과 제출할 서류는 왜 그리 많은지, 서류 작성하는 것만도 너무 버거웠다. 운 좋게 서류 통과한 곳에서 면접을 보고 나서 방과후 강사 진로는 머리에서 지웠다.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기분 좋게 아이들과 수업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그 학교의 교사가 유난히 권위적인 사람이고, 내가 워낙 유리 멘탈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말투와 표정, 행정 직원에 대한 태도가 너무 거슬렸던 교사. 그 면접도 그 교사에게는 잡무(교사들이 쓰는 이 단어 너무 별로) 일뿐이었겠지.


결론적으로, 그 선택은 잘한 것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학이 미뤄지면서 주변에서 가장 먼저 들은 건, 방과후 강사 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수업하던 분들의 그런 소식을 듣는 것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학교 안에 있는 교사의 입장은 없었다. 그들에게 방과후 강사는 동료가 아니라, 고용인일 뿐이니까.


얼마 전, 이태원 발 코로나 확진자 뉴스 중에서 제목에 "교사"가 언급된 기사가 있었다. 다른 기사보다 유난히 조회수가 높길래 클릭해봤더니, 교사로 추정되는 댓글이 많았다. 실제 기사에는 "나머지 00명은 교사와 공무직, 자원 봉사자,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직원 등 내국인 교직원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물론, 교사 입장에서는 제목에 있는 "교사"를 "교직원"으로 고쳐달라고 할 수 있지만, 기사에 교사 언급이 없다며 다른 직업을 깎아내리는 댓글이 적지 않아 씁쓸했다. 교직원이 교원과 직원을 함께 일컫는 말인데, 교직원이지 교사가 아니라는 건 아니지 않나.


"기레기, 교사와 강사도 구분 못하냐.."

"교직원들이다 교사가 아니고 허위기사 자제해라"

"교직원 교사 강사 구분도 못하세요?"

"기사 어디에도 교사에 대한 언급은 없으면서 제목은 왜 교사인가요? 학원강사, 원어민교사 등을 싸잡아서 교사라고 적으면서 교사 까내리기 하려는 것 같이 보이는데요."

"내용에는 전부 강사인데, 제목은 왜 교사들인가요? 교사로서 진짜 열받네요. 이태원 클럽 다녀온 강사들 이라고 수정하세요."



| 교육의 주체 : 교사와 부모


돌봄은 보육 영역,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영역이기 때문에 이 업무를 학교 업무로 명시하는 것에 반대하는 교사들. 본인들은 공교육만 하겠다는 건데,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교사가 바로 서야, 공교육도 살아날 테고, 그래야 부모도 사회도 공교육 교사를 신뢰할 텐데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상은 급격히 변하지만, 학교와 그 안의 교사들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도, 교육부도, 교육도, 교사만 있다고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들이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주체로 부모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계몽할 대상으로 여기는 교사와 관련 단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은 교사에게 맡기고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들은 배우면서 따라오라"니 말이 되나. 지금은 2020년인데. 교육의 주체는 교사와 부모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아니라, 모두 함께 아이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함께 대화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관계다. 그런 관계가 잘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서도 관련 성명을 냈다. 교사들의 입장도 링크로 제시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양육자 단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철회 관련, 정치하는엄마들 성명서 



| 나름 교육학 전공자


"교육과 보육은 다른 것이며, 그 차이를 모른다면 교육을 모르는 것"이라는 교사들 말에 따르면, 나는 교육학 전공자가 아닌가 보다.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보면, 교육과 보육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특히, 초등 저학년까지는 더더욱.


뜬금없지만, 박사 과정에 진학할까 고민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로 해보는 게 나을까, 내가 잘하는 분야로 하는 게 나을까 고민하다가도, 앞으로 아이 교육비도 많이 들어갈 텐데 석사로 만족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며 마음을 접는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고민의 바탕은 전공인 교육학이다. 하지만 아예 다른 전공을 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단체별로 교육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너무 다른 것이 싫어서 그런가 보다. '교육', '자유', '정의'... 이런 좋은 단어들이 각 단체의 이익에 따라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


그래도 교육을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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