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조금만 꾸미고 살 빼면 훨씬 나을 텐데 왜 안 꾸미냐고. 그런 말을 들으면, 매일 꾸미는 건 귀찮기도 하고 특별한 날에 꾸미는 것이 좋아서라고 답하곤 했다. 딸을 낳고 기르면서 그런 말을 또 듣는다. 조금만 꾸미면 더 예쁠 딸인데 왜 안 꾸미냐고. 아직 살 얘긴 안 들으니 다행인 걸까.
5세 딸. 꾸미는 것보다 뛰어노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벌써(아니, 그 이전부터) 꾸밈에 대해 요구받는다. 엄마가 별로 안 좋아하다 보니 아이도 영향을 받는 것이겠지만, 뛰어놀 때 불편하다며 치마도 안 입는 딸에게 웬 꾸밈.
다양한 색을 좋아하던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으로 좋아하는 색이 획일화되는 것처럼, 꾸밈에 대한 것도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분홍에 대해서는 마음을 좀 놓았지만, 꾸밈까지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어른의 탓일 뿐.
어린 시절, 그 시절에 엄마는 내게 드레스를 입히고 발레 학원에 보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나는 귀찮았지만 엄마는 그런 걸 좋아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엄마랑 성향이 비슷하지 않아서 서로 친해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아이가 내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할 때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
아무튼, 예쁜 딸을 예쁘게 키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다 보니,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물어봤다. ○○이는 예쁘냐고.
예뻐!! 제일 이뻐!!
라고 당당히 외치는 딸에게 위안을 얻는다. 자기가 자신을 예쁘게 생각하는데 왜 자꾸 안 예쁘게 키운대. 나중에 꾸밈에 관심이 생겨 화장하고 싶어 하면 그때 매장에 같이 가서 순한 걸로 사줄 거야. 나는 싫어해도 딸은 좋아할 수 있으니까.
엄마 닮아서 이마도 이쁘고
눈도 이쁘고 코도 이쁘고..
계속 쫑알거리는 딸의 이야기를 듣다가, 코는 아빠 닮았다고 하면,
아니야! 코도 엄마 닮았어!
라고 외친다. 아니야. 아빠랑 완전 똑같아. ㅎㅎㅎ 남편은 이제 서운해하지도 않는다.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 날, '툐퓽(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영웅 옷을 입고 망토를 휘날리며 길을 나섰다. 길에서 만난 어느 아저씨가 너무 멋지다고 해주셨다. 어깨를 으쓱하며 날 보며 웃는 딸.
난 멋지고 용감하니까 엄마 구해줄 거야!
또 한 번 울컥. 나 구해주지 않아도 되니까 멋진 인생을 살아가길.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길.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길.
그리고 그런 너를 지원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내가 네 옆에 있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