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홍대, 고양이, 다꼬야끼

by 고양이상자

자취를 오래 한 만큼 이사도 많이 했다. 그래서 서울 이곳저곳에 살아봤다. 술자리를 좋아하면서도 겁이 많았기 때문에, 조용한 주택가보다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살았다. 그중에 한 곳이 홍대 주변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도 많이 만났고 술도 많이 마셨으며 버스킹도 많이 봤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후에 오랜만에 갔던 홍대는 예전 느낌이 아니었다. 일본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자카야를 비롯한 일식집이 가득했고, 오디션 방송의 여파인지 버스킹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니라 일본,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홍대에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홍대 주변으로 외근을 갈 일이 생겼다. 어린이집에 아가를 데리러 갈 시간에 맞추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남짓, 조금이라도 둘러보고 싶었다.


photo_2018-09-18_10-54-34-008.jpg ▲ 가톨릭청년회관이 새 단장했더라. '주'가 무슨 뜻인가 했네. ⓒ고상(고양이상자)


오랜만의 홍대에서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가보고 싶던 고양이 잡화점에 가보기로 했다. 홍대역에서 가까운 곳을 추려 두 곳을 정하고 서둘렀다. 가는 길에 홍대의 변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여기저기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시간이 없으니 꾹 참았다.


photo_2018-09-18_10-54-38-009.jpg ▲ 길 아래에 있던 무대. 비가 와도 야외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일 듯. 소리는 웅웅대지 않고 잘 들리려나. 이곳에서 하는 공연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고상(고양이상자)


먼저 도착한 곳은 '네코코치'. 1층보다 약간 낮은 곳이었는데 고양이 잡화점이라기보다는 아기자기한 예쁜 소품을 판매하는 곳이라서 아쉬웠다. 그 소품 중에 한 종류가 고양이였다. 좀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photo_2018-09-18_10-54-29-007.jpg ▲ 네코코치 외관. 아기자기 예쁜 잡화점이다. ⓒ고상(고양이상자)


다음으로 간 곳은 '니쿠큐'. 요즘 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건물이었다. 옛날 주택을 개조한 잡화점. 내가 꿈꾸는 스타일이다. 요즘에는 이런 건물이 꽤 많다.


photo_2018-09-18_10-54-24-006.jpg ▲ 니쿠큐 외관. 내가 좋아하는 건물 스타일이어서 반가웠다. ⓒ고상(고양이상자)


고양이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3마리나 있었다. 쓰담쓰담하고 싶었으나 만지다 말 자신이 없어서 아예 만지지 않았다. 역시 고양이는 츤데레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인사만 하니 꼬리로 내 다리를 툭툭 치면서 지나갔다. 고양이 소품이 가득해서 아가와 함께 오기는 어렵겠지만(이것저것 만질지도 모르니) 또 가보고 싶다.


photo_2018-09-18_10-54-10-003.jpg ▲ 네코코치 입구. 누가 봐도 고양이 잡화점. 내부에 들어가기도 전에 행복해졌다. ⓒ고상(고양이상자)


홍대역으로 오면서 '니쿠큐' 주변에 있던 타코야끼를 사 먹었다. 작은 공간이었는데 정말 맛있고 따뜻했다. 오랜만의 고양이와 타코야끼. 몸도 맘도 힘들고 지친 요즘, 내게 큰 힘이 됐다. 너무 일본스러워져서 거리를 두게 된 홍대에서 일본 간식을 먹으며 기분 좋아진 아이러니. 힘이 됐으니 됐다(는 합리화).


photo_2018-09-18_10-53-08-001.jpg ▲ 타코야끼는 역시 따뜻할 때 최고 맛있다. ⓒ고상(고양이상자)


시간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서둘러 가다가, 고양이가 있다는 칵테일바를 봤다. 이른 시간이라 열지는 않았지만 하얀 고양이가 자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언젠가 그곳에서 칵테일 한잔 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photo_2018-09-18_10-54-04-002.jpg ▲ 고양이가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칵테일 바, COCKTAILISM. ⓒ고상(고양이상자)


칵테일바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다가, 고양이 장식품이 있는 커피숍을 봤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장식품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 했을 텐데. 아쉬움만 한 가득이다.


photo_2018-09-18_10-54-15-004.jpg ▲ 고양이 장식품이 있었던 커피숍, KALDI. ⓒ고상(고양이상자)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빠르게 걸어 다니면서 나름 알차게 보냈다. 잡화점 주인은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헉헉대면서 들어와서 훑어보기만 하고 나왔으니 말이다. 하나씩 차분히 보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기니 뭘 살 생각도 못했다. 아가가 더 크면 다시 한번 꼭 둘러보고 싶다.


아무튼, 언젠간 꼭, 고양이 잡화점을 운영하며 책 읽고 글 쓰는 고상한 할머니가 되겠다고 새삼 다짐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