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대전의 동물원 오월드에서 퓨마 호롱이가 탈출했고, 4시간여 만에 사살되었다. 마취총을 맞았지만 도망쳤기 때문에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람의 안전을 생각한 결정이었을 테고 인명 피해가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그 결정이 너무 안타깝다.
마취총에 맞기 전 호롱이가 처음 발견된 곳은 동물원에 있던 상자 속이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키우는 사람은 그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겁에 질린 채 상자 속에 웅크리고 있던 큰 고양이 호롱이에게 마취총이 발사됐고 이에 놀란 호롱이는 달아나고 말았다. 결국 호롱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람의 판단에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생포하려 최선을 다했겠지만 총 쏘듯이 마취총을 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도도하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겁 많고 소심하며 엉뚱한, 반전 매력을 가져서 너무 좋다. 그게 표현되는 모습 중의 하나가, 상자 속에 들어가서 편안해하는 고양이의 모습이다. 나는 그런 고양이의 모습이 좋아서 필명을 '고양이상자'로 지었다. 그래서인지, 상자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는 호롱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더 안 좋았다.
호롱이는 8년을 갇혀 살았던 좁은 공간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창살 밖으로만 보던 세상(그것도 동물원 내부)을 4시간 정도 둘러봤을 때 조금은 행복했을까. 상자를 찾았을 때 안도했을까.
얼마 전에 동물원에 갔을 때 봤던 퓨마가 떠올랐다(동물원 나들이, 그리고 "아빠 금지" 수유실). 고양잇과 우리로 가기 전부터 들렸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의 주인공이었던 퓨마. 무서우면서도 왠지 슬퍼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덩치에 비해 너무 작아 답답해 보였던 우리. 풀 한 포기 없는 좁고 차가운 그곳에서 가만히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동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예전부터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동물마다 성격이 다르니, 사육사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는 게 좋은 동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식동물은 잡혀먹을 걱정 안 해도 되고, 육식동물은 사냥 걱정 안 해도 되니까. 물론, 내 마음 편하려는 합리화일 뿐이고 가식적이며 이기적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게 그저 좋았다.
동물원을 없애자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아직도 동물원을 없애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사육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과, 그 업을 진로로 삼아 노력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 시멘트 바닥에서 동물을 돌보는 동물원은 폐쇄하고, 방목형 동물원을 늘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호롱이의 사체를 '교육'용으로 박제하겠다며 사체 기증을 요청했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동물원 측은, 반대 여론이 거세자 기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높으신 분들이 말하는 교육은, 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모르겠다. 세상을 떠나서야 자유를 얻게 된 호롱이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건가. 교육이라는 핑계로 허튼짓을 하는 인간이 너무도 많다.
동물 위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동물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만 없다면, 동물은 그들의 생활 방식대로 살면서 충분히 행복하지 않을까.
이제는 되도록 동물원에 가지 않으려 한다. 동물을 보는 것이 좋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불편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 불편함이 너무 커졌다. 평소 소비욕이 별로 없어서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하지만 몇 가지 불매 중인데, 동물원도 그중에 하나로 추가해야겠다.
다만, 아예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아가를 키우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동물원에 갈 일도 있을 테고, 아가도 동물원에 가보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아가와 함께 가게 되었을 때, 갇힌 동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아가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아가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길 바라며, 내 의견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나저나 어서 아가와 대화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