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 출산 후, 1년의 시간 (2018.05.21. 작성)
그동안 많이 아팠던 아가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주말에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놀이공원을 가볼까 하고 검색해봤다. 그러나 성별로 구분된 프로그램(딸은 분홍색, 아들은 하늘색?)이 너무 별로여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아가가 너무 어려서 놀이기구도 타지도 못하니, 산책 겸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주차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물원에 도착했다. 매표소까지 꽤 긴 거리였지만 아가를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즐겁게 걸었다. 대중교통 이용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걷는 동안 주차가 어렵다며 주변의 다른 주차장을 안내하는 방송이 서너 번 나왔으니까.
"어린이 동물원과 장미원" 매표소에서 "일반 동물원" 표까지 패키지로 구매한 후, "어린이 동물원과 장미원"에 입장했다. 입장하자마자 보인 수유실 문에 "아빠 금지"가 쓰여 있어서 어이없었다. 문은 또 얼마나 무겁던지 열고 닫기 어려웠다. 외출만 하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서 힘들다. 엄마는 아가를 돌보느라 정신없는데 아빠는 수유실 밖에서 휴대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이런 수유실은 모유 수유 때문에 아빠 출입을 금지시킨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수유실에 아빠를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모유 수유할 공간을 구분해서 만들어 놓고 아빠도 아가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수유실에서 모유 수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유 수유도 하고, 이유식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 일은 엄마만의 몫이 아니니까.
전날 날씨가 무척 화창했기 때문에 이날도 좋은 날씨를 기대했지만, 찬바람이 쌩쌩 부는 흐린 날씨여서 많이 아쉬웠다. 게다가 장미가 활짝 핀 상태가 아니라서 더 그랬다. 돗자리 깔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에 좀 쉬다가 어린이 동물원으로 갔다. 어린이 동물원이라 그런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장미원을 다시 한번 돌고 나서, 일반 동물원으로 갔다. 공사 중인 곳이 있어서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날이 화창해져서 다행이었다. 동물 조형물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아가도 연신 꺅꺅대며 즐거워해서 보람 있었다.
그런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이 가끔 있었다. 동물원의 동물은 식단이 있기 때문에 음식물을 주면 안 된다. 동물원 여기저기에 쓰여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어느 아빠가 지나가면서 동물 우리에 당근을 던졌다. 그러니 뒤따르던 딸도 당근을 던지며 지나갔다. 그것도 쓰레기 버리듯이 걸어가면서 휙 던졌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부모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조심해야지.
여러 곳을 둘러본 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양잇과 동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을 바라보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고마운, 가식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다.
풀과 물, 나무가 있는 우리의 동물은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데, 좁은 곳에 갇혀 있는 동물은 너무 답답해 보였다. 자신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갇혀 있는 동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가와 처음으로 동물원에서 보낸 시간은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좁은 곳에 갇힌 동물이 안쓰럽고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지만, 멸종 위기종을 보존하는 것도 동물원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옳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 단위로 오는 방문객이 많을 텐데 그들을 위한 시설이 너무 부족했다. 내부에서 판매되는 음식은 너무 맛이 없고 비쌌으며, 앞서 언급했던 어린이 동물원의 수유실 문구 문제는 일반 동물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엄마랑 아기랑"이나 "아빠 금지" 문구는 변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가가 맘마 먹을 시간이 돼서 이유식을 데우려고 수유실을 찾았더니 우리가 있는 곳과 수유실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래서 뭔가 하나 사면서 전자렌지를 이용하려고 근처에 있던 편의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 전자렌지가 없었다. 주변 음식점과의 상생을 위해 전자렌지를 비치할 수 없는 것이 이해되면서도 좀 아쉬웠다. 혹시 우리가 찾은 수유실보다 더 가까운 곳이 있을지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답변해주지 못했다. 결국은 거리가 있는 수유실로 갈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또 "아빠 금지" 문구를 봤다.
한편으로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이곳으로 놀러와서 저런 안내문을 본다면, 마음이 아프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핍이 있는 아이들은 일찍 철들어서 이미 무감각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니까.
아무튼, 언제 다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민원을 넣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