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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un 02. 2018

이유식 만들 마음의 준비

육아휴직 - 출산 후, 1년의 시간 (2017.09.05. 작성)

| 또 하나의 큰 산, 이유식


이제 조금 수유가 익숙해질 만하니, 두려워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유식. 나는 요리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재료를 사서, 다듬고, 만들고, 먹고, 치우는 그 과정과 버릴 음식물 쓰레기를 생각하면, 맛있는 건 사 먹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만들고 다 같이 치우는 문화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아니니까. 아무튼, 이래저래 이유식을 만들 생각을 하니 갑갑했다.


그래도 아가가 세상에 태어나 모유나 분유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먹어보는 음식이니, 만들어 주기로 결심하고,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먼저, 이유식 책은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사전 같은 느낌이라서 오래 보지는 못했다. 과정이 너무 세세하면서 복잡했고, 사야 할 것이 많아 보였으며, 엄마의 손맛과 정성을 강조하는 것이 불편했다. 육아하면서 이유식만 만들고 살 수 있는 게 아닌데, 이유식 책을 보면서 그려지는 엄마의 모습은, 단정하게 묶은 머리, 깨끗한 앞치마, 넓은 주방, 부드러운 미소 등의 굳어진 이미지였다. 물론, 이유식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훑어볼 수는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인터넷에는 너무 많은 자료가 있어서, 어떤 말이 맞는 것인지 선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재료 궁합도 누구는 좋다고 하고 누구는 안 좋다고 하니, 여러 사람이 괜찮다고 하는 것을 별도로 정리해야 했다. 특히,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아가와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고, 주양육자인 엄마가 힘들어서 지치면 아가한테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적절한 시기에 이유식을 해야 하는 이유


간단히 말해서, 이유식은 아가가 삼시 세끼를 먹을 수 있도록 연습하는 음식이다. 미음으로 시작해서 죽, 진밥, 일반 밥을 먹게 되는 것이다.


빈혈 예방 및 철분 보충 

아가는 태어나서 어느 정도의 철분을 가지고 태어난다. 4~5개월 정도 되면 그 철분이 소진된다고 한다. 그래서  철분을 보충한 이유식을 먹여 빈혈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씹는 연습 

이유식은 모유나 분유와 달리 입과 턱관절을 사용한다. 이유식의 건더기 크기를 조금씩 늘려가며 씹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올바른 식습관 형성 

이유식은 다양한 식품을 경험하면서 편식하지 않는 식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아가가 거부하는 식재료가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조리하거나 다른 식재료와 조리해서 먹여 본다.


정서 안정 

유식은 아가 입장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큰일이다. 그러므로 되도록 비슷한 시간과 장소, 분위기에서 앉힌 상태로 먹인다. 런 활동을 통해 아가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이유식의 시작과 마무리


이유식은 수유 종류에 따라 시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보통 4~6개월 사이에 쌀미음으로 시작한다. 4개월 이전에는 모유나 분유만으로 수분 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리차나 생수, 생과일의 즙도 먹이지 않는다. 돌까지는 이유식에 절대로 간을 하면 안 되고, 과일을 먹일 때 먼저 익힌 과일을 먹인 후 생과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일반 쌀만으로 미음을 만들어 두세 숟갈로 시작해, 20~30cc 정도를 먹인다. 쌀미음을 잘 받아먹으면 거기에 한 가지 재료를 섞어 3~4일을 먹여보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본다. 알레르기 반응은 보통 발진(두드러기), 설사(물똥), 토 등으로 나타난다. 그다음부터 재료의 궁합을 살펴보면서 여러 재료를 섞어서 만들어 주고, 현미나 찹쌀을 섞어서 만들어 보기도 한다. 특히, 철분 보충을 위해서, 6개월 이후부터 하루에 한 번은, 꼭 소고기나 닭고기가 들어간 이유식을 먹이도록 한다.


돌까지 주식은 이유식이 아닌, 모유나 분유다. 초기에는 이유식이 보조 역할을 하며, 후기에는 수유가 보조 역할을 한다. 초기에는 이유식을 먹이고 수유를 바로 해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을 늘리지만, 이유식 양이 늘어나고 삼시 세 끼가 자리 잡으면 이유식과 수유를 분리할 수 있다.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이유식을 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대체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아침 6시부터 수유를 시작하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지킬 수 있는, 시기별 아가에게 먹일 수유/이유식/간식의 횟수와 양을 계획해봤다. 이대로 될수는 없겠지만 비슷하게라도 해보려 한다. 


▲ 나의 이유식 계획. 시기별 아가에게 먹일 수유/이유식/간식의 횟수와 양을 정했다. ⓒ고상(고양이상자)



| 이유식 재료


아마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먼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재료는 완료기 이후에 주도록 하고, 철분 보충을 위한 육류는 지방이 적은 것으로 항상 준비해 놓기로 했다. 재료마다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안 괜찮다는 사람도 있어서, 재료를 선택하기 위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나름대로 정리했다. 전문가의 검수를 거치지 않은 것이니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전문가 말이라고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괜찮다고 하는 재료 위주로 정리했다. 시기만으로 나누려 하다가 개월 수로 나눴다. 이렇게 해놓으면 식단을 정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시기별로 먹여야 하는 재료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항상 강조하지만, 아가와 주양육자의 상황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 ⓒ고상(고양이상자)


재료 손질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덩어리째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하고, 닭고기는 모유나 분유물에 담가 비린내를 제거하며, 채소나 야채류는 딱딱한 부분(씨, 줄기, 껍질 등)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부분만 사용한다는 것, 생선은 가시를 잘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 된다.



| 이유식 준비물


이유식 조리기구와 식기는 별도로 사서 어른용과 구분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유식 조리기 세트(강판, 체망, 즙짜개, 절구 등)를 사지 않고, 필요한 물품을 별도로 샀다. 특히, 어른용과 구분하기 위해서, 아가용은 어른용에 없는 색인 노란색이나 연두색으로 마련했다.


식기

그릇과 숟가락이 함께 있는 것을 찾다가, 너무 귀여운 릿첼 이유식 첫걸음 세트를 구입했다. 일단, 그릇과 숟가락이 세 개씩 들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고, 60cc 정도 되는 그릇이라서 초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밑의 나비 모양 식판은 나중에 여러 음식을 놓고 먹을 때 쓰면 되고, 아가가 크고 나면 장난감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숟가락 통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초기에는 밖에서 이유식 먹을 일이 거의 없을 테니 괜찮다.

▲ 릿첼 이유식 첫걸음 세트. 상품 설명 화면 갈무리.


조리기구

냄비는 이유식을 만들 때 계속 저어야 하므로 편수냄비가 좋고, 너무 작은 것보다는 16~18mm 정도가 적당하다. 집에 재료를 찔 수 있고 뚜껑으로도 조리 가능한 스테인리스 재질의 편수냄비가 있어서 그것으로 선택했다. 본체로는 이유식 만들고 뚜껑으로는 냉동한 재료를 중탕하는 용도로 쓰면 될 듯하다. 죽 종류를 하는 것이라 눌어붙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사용해보고, 너무 눌어붙으면 다른 것을 알아보려 한다.

칼은 안 쓰던 과도를 쓰기로 했고, 사탕수수 원료로 제작했다는 투데코 도마를 샀다. 재료에 따라 바꿔 쓰려고 여러 개를 사려다가 일단 하나만 샀다. 나는 쇼핑을 귀찮아하는 편이라서, 하나를 사면 그곳에서 다른 것도 한꺼번에 산다. 그래서 다른 조리기구도 투데코 제품으로 마련했다. 단, 조금 큰 숟가락이라 생각하고 구매한 실리콘 주걱이 생각보다 많이 커서, 일반 사이즈의 실리만 실리콘 숟가락을 하나 더 샀다.

▲ 왼쪽부터 투데코 실리콘 주걱, 체망, 매셔, 도마. 상품 설명 화면 갈무리.


보관용기

우선 이유식 재료를 손질해서 소분할 수 있는 용기인 알알이쏙을 샀다. 먹일 때마다 재료를 손질해서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자신이 없으니, 이유식을 두세 번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재료를 손질해서 얼려 놓으려 한다. 너무 작은 용량은 쓸 일이 적을 것 같아서 중과 대 각각 2개씩 샀다. 추후에 이유식 양이 많아지면, 이유식을 만들고 나서 보관할 유리 소재 용기를 살 예정이다.

▲ 알알이쏙. 얼린 것을 빼기 수월하다는 제품으로 골랐다. 상품 설명 화면 갈무리.


기타

쌀을 불려서 갈아 쓰라고 하지만, 그것까지 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생협에서 유기농 쌀가루 한 봉을 샀고, 그릇 세척용 스펀지도 어른용과 별도로 준비했다. 또한, 계량컵은 젖병을 사용하고, 계량스푼은 예전에 사놨던 것이 있어서 그것으로 사용하려 한다. 이유식 만드는 것이 익숙해지면 계량컵과 계량스푼은 사용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저울도 사지 않았다.


▲ 수세미도 어른용과 아가용으로 분리해서 사용한다. ⓒ고상(고양이상자)



<관련 글>

이유식 만들 마음의 준비 - 현재 글

초기 이유식(미음) 

중기 이유식(죽)과 간식 

직접 만드는 이유식의 장단점 

이유식 실행 결과 분석 : 계획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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