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이유식은 초기 이유식에서 체에 내리는 과정을 제외하고 좀 더 걸쭉하게 만들면 된다. 그 한 과정이 제외되면서 손목이 덜 아파서 좋았다. 하지만 이유식 횟수와 양이 늘어났기 때문에 더 자주 더 많이 만들어야 했고, 간식도 추가되어서 신경 쓸 부분은 더 많아졌다.
| 식재료 궁합을 고려한 이유식 만들기
초기 쌀가루처럼 중기 쌀가루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일반 쌀을 조금 갈아서 사용했다. 쌀 이외의 재료는 모두 곱게 갈았기 때문에 아가에게 먹이면서 쌀알 크기를 조절했다.
나는 여러 식재료가 한 데 섞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재료 각각의 맛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가의 미각에도 자극을 주기 위해 이유식에 너무 많은 재료를 섞지 않기로 하고, 아가가 먹어 본 재료에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는 식(어육류 한 가지에 야채 한두 가지)으로 식단을 짰다. 다소 심심할 수 있으나, 다양한 채소를 많이 넣어 만든다고 좋은 이유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 당근, 두부로 이유식을 만들고자 할 때, 소고기와 당근, 소고기와 두부의 궁합은 좋지만, 당근과 두부의 궁합은 좋지 않아서, 이 세 가지 식재료를 모두 섞어 이유식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 인터넷에 돌아 다니는 것을 모아서 중복되는 것 위주로 정리해봤다. 시금치두부무침을 좋아하는데 둘의 궁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고상(고양이상자)
| 한 번에 다양한 이유식 만들기
물론, 매끼마다 신선한 재료를 손질해서 바로 만들어 주는 이유식이 최고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이유식만 만들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만들다가 지치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다. 식재료 손질만 미리 해서 얼려놔도 이유식 만들기가 훨씬 편해진다.
▲ 얼려 놓은 식재료와 그날 손질한 식재료를 같이 넣어 이유식을 만든다. 식재료 삶은 물(맨 윗줄 왼쪽)로 이유식을 만들면 더 맛있기 때문이다. ⓒ고상(고양이상자)
손질해서 얼음 트레이에 얼려놓은 식재료(이하, 큐브)를 거의 사용했다면, 남은 큐브를 별도로 모아서 얼음 트레이에 새로운 큐브를 만든다.
▲ 남은 큐브를 종류별로 비닐 담아 한 통에 넣는다. 통에 어떤 큐브가 들어있는지 견출지로 표기해 놓으면 찾기 편하다. ⓒ고상(고양이상자)
중기 이유식 초반에는 초기 이유식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 한 번에 한 가지 이유식만 3~4끼 만들었다. 그러나 후반에는 쌀죽만 끓이고 이유식 그릇에 소분한 뒤, 그 안에 다양한 큐브를 넣어서 얼렸다. 쌀과 식재료를 함께 끓이는 것이 더 맛있을 수도 있지만, 아가한테 매일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좌)소고기죽을 끓여 4개로 소분한 뒤, 반은 브로콜리 큐브를, 반은 당근 큐브를 넣었다. 우)쌀죽을 끓여, 채소 큐브를 두가지씩 넣었다. ⓒ고상(고양이상자)
이유식을 모두 만들고 나면 냉동고에 넣어 얼려 보관한다. 차곡차곡 쌓인 이유식 그릇을 보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때, 냉장고 외벽에 붙여 놨던 작은 포스트잇을 떼어 맨 아래 이유식 그릇에 부착하고 그 위에 같은 종류의 이유식을 쌓으면 종류를 구분하기 쉽다.
▲ 좌)중기 이유식 초반 3~4개씩 만들 때, 우)중기 이유식 중반 기본죽을 끓인 후 다양한 큐브를 넣을 때. ⓒ고상(고양이상자)
| 중기 이유식 식단
중기 이유식은 1일 2회, 오전과 오후에 준다. 오전 이유식인 1식은 육류를 필수로 하고, 쌀에 현미를 추가했으며, 오후 이유식인 2식은 채소를 기본으로 쌀에 찹쌀을 추가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처음 맛보는 식재료는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그 재료를 더 넣어서 만들었다. 다만, 1식에 들어가는 육류는 익숙한 소고기부터 시작해서 중후반에 닭고기와 번갈아서 줬다.
▲ 한번에 여러 재료를 섞지 않고, 끼니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줄 수 있도록 했다. 쌀을 제외한 다른 재료는 곱게 갈아서, 쌀은 조금씩 덜 갈아서 먹였다. ⓒ고상(고양이상자)
냉장고 외벽에 식재료 궁합을 고려한 기본적인 식단과 큐브 재고 현황을 큰 포스트잇으로 붙여 놓고, 그 두 가지를 살펴보면서 작은 포스트잇에 식재료 조합을 적어 붙였다. 이렇게 계획하면 중복되지 않는 다양한 이유식을 만들 수 있으며, 만들 이유식의 순서도 변경하기 용이하다.
▲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유식 계획을 세웠다. 뭐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을 찾아서 하면 덜 지친다. ⓒ고상(고양이상자)
| 간식
중기 이유식을 시작한 후부터 아가에게 간식도 줘야 한다. 아가 이유식에 넣었던 과일을, 퓨레 형태로 만들어서 간식으로 줬다. 찐 사과나 배를 갈아서 주거나, 찐 단호박이나 바나나를 분유물에 개어서 주는 식이었다. 다만, 중기에는 간식을 1일 1회 먹기 때문에 과일을 자주 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섞여 있는 퓨레를 사서 먹이기도 했다. 해외직구를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 나는 병에 담겨 있는 독일 이유식을 주로 샀다. 우리나라처럼 과대 포장을 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고상(고양이상자)
오렌지나 귤도 과즙을 내어 주기도 했는데, 속껍질을 씹기 어려워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체에 내려서 과즙만 줬다. 손목과 팔도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꿀꺽꿀꺽 잘 먹는 아가를 보면 보람이 생겨서 자주 해주게 된다. 어서 통째로 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귤 껍질을 깐 후 통에 담아 귤을 눌러 즙을 낸다. 그 후에 체에 걸려서 과즙만 먹인다. ⓒ고상(고양이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