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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Aug 05. 2018

이유식 실행 결과 분석 : 계획과 실제

육아휴직 - 출산 후, 1년의 시간 (2018.06.12. 작성)

돌이켜 생각해보면 육아휴직을 하고 아가와 함께하면서 많이 행복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들었던 순간이 너무나 많다. 숨 잘 쉬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했던 일, 수유 잘 끝나고 트림까지 했는데 코로 입으로 토해서 놀랐던 일, 손목에 힘이 안 들어가서 아가를 놓칠까 봐 불안했던 일, 앉았다 일어났을 뿐인데 띵해서 그 순간 아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불안했던 일, 기저귀 발진이 가라앉지 않던 일, 변 색이 녹색이라 걱정했던 일, 2~3시간 간격으로 깨서 우는 통에 푹 잘 수 없었던 , 왜 우는지 몰라서 같이 울었던 일... 등등등.


조금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이슈가 생겨 쉴 틈을 주지 않는 육아.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단연코 이유식이었다. 오죽하면 이유식 만들 마음의 준비를 했을까. 도저히 감이 안 잡혀, 글로 정리하면서 이유식과 수유 계획을 세웠다. 이제 완료기를 맞이하고 나니, 내가 세운 계획과 실제의 차이가 궁금해졌다. 계획을 유념하면서 만들긴 했지만 그 결과를 눈으로 보고 싶어서 이유식 실행에 대한 반적인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 아가의 상태를 기록할 수 있는 앱과 이유식 전체 분석


육아를 시작하면서 가장 선택하기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는, 아가의 태를 기록(수유, 수면, 기저귀, 목욕, 투약 등)하는 앱이었다. 앱의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몇 가지를 다운로드하여 써봐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최종 선택한 앱은 babytime이다. 이 앱은 아가의 상태를 그때그때 입력하기 편리하고, 남편과 동기화할 수 있어서 한 명이 부재중일 때 기존 패턴을 보면서 아가를 살피기 용이하다. 심플하고 실용적인 기능이 들어 있어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록한 내용을 데이터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이번에 그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 babytime 앱. 사용하기 편리한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자주 하는 편이다. 기록하기 편하기도 하고, 성장일기와 성장 분석보고서도 큰 도움이 됐다. ⓒ고상(고양이상자)


먼저, 앱에서 데이터를 받았다. 텍스트 파일로 다운로드되기 때문에 엑셀로 변환하여 기초 자료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수유와 이유식 데이터만 필요하기 때문에 나데이터는 삭제하고, 일정 패턴이 잡힌 후에 누락된 데이터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다른 기록도 찾아보면서 보완했다. 데이터 분석을 할 때면 항상 느끼지만, 이런 기초 반복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이겨내면 느낄 수 있는 뿌듯함 때문에 이 작업을 좋아(하려노력한다)한다.


▲ 좌)앱에서 다운받은 텍스트 파일. 우)분석을 위한 기초 자료 정리 완료 엑셀 파일. ⓒ고상(고양이상자)


정리한 기초 자료를 토대로 전반적인 분석을 해봤다. 이유식 시기별로 1일 수유량 및 이유식량 변화를 살펴본 결과, 초기에는 주식인 수유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 반해, 후기에는 수유량과 이유식량이 비슷해지다가, 점차 이유식량이 더  많아졌다.  


▲ 이유식을 진행하면서, 아가의 주식이 수유에서 이유식으로 바뀌는 과정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고상(고양이상자)



| 초기 이유식(미음)의 계획과 실제


초기 이유식의 주식은 수유다. 주양육자는 이 시기가 아가에게 이유식이란 게 뭔지 소개하는 때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무리하지 않으면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너무 의욕이 넘치면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아가도 부담스러울 테니 말이다.


초반에 부담이 컸던 나는, 계획보다 다소 늦게 이유식을 시작했다.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건,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 아가는 잘 적응하는데 겁 많은 내가 문제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니, 걱정했던 것보다 아가가 잘 먹어줘서 고맙고 보람 있었다. 하지만 뭐든 잘 먹는 우리 아가도, 새로운 재료를 섞은 미음을 줄 때 힘들어해서 그때는 이유식을 잠시 쉬기도 했다.   


하루 중 두 번째 수유 직전에 이유식을 먹여 아가의 뱃고래를 늘렸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1일 수유 계획은 4~5회로 세웠으나 대부분 4회(90.7%) 수유했다. 고맙게도 아가가 잘 먹는 편이어서 1일 수유량은 계획한 양과 실제 먹인 양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 계획보다 늦게 시작했으나 1일 수유량과 이유식량은 계획과 실제가 비슷했다. ⓒ고상(고양이상자)
▲ 아가가 이유식 먹기 힘들어할 때는 이유식을 쉬고 수유만 한 날도 있었다. ⓒ고상(고양이상자)



| 중기 이유식(죽)의 계획과 실제


초기 이유식을 계획보다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내가 만든 이유식을 잘 먹어준 아가 덕분에, 중기 이유식 시작 시기는 계획과 동일하게 맞출 수 있었다. 재료를 손질하고 이유식을 만드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힘들었다. 아가가 협조해주지 않았다면 직접 만드는 이유식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중기 이유식은 죽 형태이기 때문에 초기와 달리 체에 내리지 않아도 돼서 만들기는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먹이는 횟수와 양이 늘어났고 간식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일이 줄지는 않았다.


1일 수유 계획은 3~4회로 세웠으나 대부분 3회(93.3%) 수유했다. 초기와 마찬가지로 1일 수유량은 계획한 양과 실제 먹인 양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유식을 진행할수록 아가가 잠들기 전에 먹는 마지막 수유량이 감소했는데, 아가 스스로 수유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여서 무척 신기했다.


▲ 중기는 계획과 비슷하게 진행하면서 이유식 만드는 것에 익숙해진 시기다. ⓒ고상(고양이상자)
▲ 중기에는 초기보다 수유량과 수유 횟수는 줄고 이유식량과 이유식 횟수는 늘었다. ⓒ고상(고양이상자)


이유식량이 늘어나면서, 후기와 완료기에 사용할 이유식 용기를 추가로 구입했다. 더 큰 용량의 유리 용기는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손목 힘이 풀려서 종종 그릇을 놓쳤다) 플라스틱의 장점과 유리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트라이탄 소재 용기를 샀다. 이 용기는 눈금이 표시되어 있어서 이유식량을 재기 편리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유식을 만들어 담을 때 의외로 눈금이 잘 보이지 않아 불편했다. 그래서 용기의 150mL 부분에 아가의 방수 이름 스티커를 붙여 사용했다.


▲ 트라이탄 소재 이유식 용기. ⓒ고상(고양이상자)



| 후기 이유식(진밥)의 계획과 실제


후기의 가장 큰 변화는 아가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적응하면서 이유식을 먹여주는 사람이 바뀌는 것도 힘든데, 이유식까지 바뀌게 되면 아가가 너무 힘들어할까 봐 완료기 시작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그래서 후기 이유식은 계획과 비슷하게 진행했으나, 다른 시기보다 길었다.


또한, 이유식 재료의 덩어리가 커지고 밥의 물기가 적어지면서 아가가 이유식을 씹기 어려워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덩어리 크기와 밥 물의 양을 조절하면서 진행했다. 아가가 먹는 상태를 봐가면서 힘들어하면 덩어리를 좀 작게 만들고 괜찮아하면 좀 크게 만들었다. 이것은 직접 만드는 이유식의 장점 중 하나였다.


수유는 기상 후와 취침 전에 하는 것으로 1일 2회를 계획했고 후반에 1회(취침 전, 8.9%)로 줄였다. 내가 줄인 게 아니라 아가가 일어나서 먹는 분유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후기 이유식을 하면서 낮 수유를 안 했더니 외출 준비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유식은 초중반에는 3회를 먹였으나, 아가가 버거워해서 후반에는 2회로 줄였다. 그 대신 간식을 좀 더 알차게 챙겼다.  

 

▲ 수유는 줄었지만 이유식과 간식이 늘어나서, 아가가 먹는 것을 준비하는 것에 올인했던 시기다. ⓒ고상(고양이상자)
▲ 이유식 재료의 크기를 조절하면서 아가의 상태에 따라 아가가 먹는 양이 급변했다. 그래서 다른 시기에 비해 후기 그래프가 불안정하다. ⓒ고상(고양이상자)


중기까지는 이유식 재료를 곱게 다져서 준비했고 쌀의 크기를 조절해서 이유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후기부터는 이유식 재료의 크기도 조절했다. 아가의 상태에 따라 그에 맞는 크기의 재료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이유식 재료를 다듬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또한, 쌀을 넣지 않고 손질한 재료만으로 간식을 만들기도 했다.  


▲ 좌)손질한 재료에 삶은 물을 넣어서 얼리면 큐브 하나씩 빠지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하다. 중,우)재료를 미리 손질해 놓으면 간식 만들기도 좋다. ⓒ고상(고양이상자)


▲ 단계에 맞춰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쪽쪽이도 구입해놨는데 아가는 돌 즈음부터 쪽쪽이를 안 물기 시작했다. 참 신기한 아가다. ⓒ고상(고양이상자)



| 완료기 이유식(밥)의 계획과 실제


완료기 초반까지는 내가 만든 이유식을 어린이집에 보내서 선생님이 그것을 먹여 주셨는데, 중반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주는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유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원래 두 돌까지는 분유 수유를 하려고 했는데 아가가 돌 즈음부터 아침 분유를 거부하더니, 돌 지나면서 취침 전 먹는 분유도 거부하기 시작했다. 젖병은 입에 데려고 하지도 않아서, 개봉한 분유를 제외한 나머지 분유는 중고로 판매하고 우유와 두유를 구입해서 먹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계획은 취침 전 분유 수유 1회로 세웠으나, 실제로는 기상 후 우유나 두유 1회로 변경됐다.


▲ 아가의 선호가 생기면서 아가가 원하는대로 계획을 변경했다. ⓒ고상(고양이상자)
▲ 완료기에는 후기와 달리 수유량과 이유식량의 그래프가 안정됐다. ⓒ고상(고양이상자)



| 나에게 이유식이란?


요리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이유식을 직접 만드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계획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와서 뿌듯한 활동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요리할 생각은 없다. 이유식은 아가가 태어나서 처음 먹는 음식이라서 신경 써서 했던 것뿐, 직장에 다니면서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을 시간에 아가와 동네 한 바퀴를 더 돌고, 놀이터에서 더 노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괜찮은 아가 반찬 구매처를 알아봐야겠다. 또 다른 숙제다.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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