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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Apr 01. 2019

진정한 교육자를 만나고 싶다

요즘 진로를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건드리고 있고, 직업란에서 어떤 직군을 선택해야 할지 매번 고민하지만, 내 전공은 교육학이(긴 하)다. 등록금을 벌겠다며 휴학하고 회사를 다녔는데, 대학 졸업 후에 전공을 살리겠다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그 후 교육계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고 직장에 다니면서 대학원도 졸업했다. 전공했다고 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교육 관련 뉴스를 보면 깝깝하기 그지없다. 영유아부터 대학생 포함 청년까지, 교육 부분은 총체적 난국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러 경험상 만났던 내외부 고객 중에서 진상 중의 진상은, 교사나 교수 등의 교육계 종사자가 많았다. 물론, 좋은 분이 더 많겠지만, 얼마 전에도 어느 "교육학과"  교수한테 데어서 시선이 곱지 않다. 누군가를 가르치면 다 선생이지, 교수, 교사, 강사 등으로 나누는 것도 우습고.



| 영유아 및 초등 교육


2018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직장인이니 토론회에 참여하지는 못해도 결과를 살펴보고 싶었지만, 원장들의 반발로 토론회 자체가 아예 성립하지 못했다. 토론회가 이뤄지지 못할 정도로 행패를 부리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사립유치원 원장들 때문이었다. 그들을 교육자라 할 수 있을까.


이들은 토론회 전날부터 주최자인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토론회 취소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토론회장에 몰려와 이런 말고 안 되고 뻔뻔한 집단행동을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유은혜 장관은 어느 초등학교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한 초등교사는, 거의 대부분 한글을 알고 입학하는 게 현실이라며, 유치원에서도 놀이를 통해 한글을 배워야 한다고 했단다. 자기가 잘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유치원에서 배워오길 바라다니. 유치원은 의무 교육이 아닌데 필수로 다니라는 건가? 저런 교사도 교육자라 할 수 있을까.


또한 그곳에서 유은혜 장관은, 초등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학습의 필요에 공감을 표했다. 물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할 수는 있지만, 누가 장관이냐에 따라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 장관의 발언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얼마 전, 공교육정상화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 중에서 초등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학습은 예외로 한다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학교 사정에 따라 빠르면 4, 5월부터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니, 사실상 1년여 만에 부활된 것이다. 교육부는 법률 공포 후 놀이와 활동 중심의 영어학습을 하도록 잘 살피겠다고 했으나,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9년에 들어와 사립유치원의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지난 3월, 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생각한듯한 한유총이 집단으로 개학을 연기하자,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에서 한유총의 사단법인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정부의 성과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동안의 한유총 행태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의 진정한 공로자를 궁금해할 것이다. 집단행동으로 항상 원하는 것을 쟁취했던 한유총을 저지한 그들은 바로, 신생 시민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이하, 하마들)"이다. 하마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여러 국회의원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무산되었고, 결국, 초선 의원인 박용진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다른 국회의원들은 거대한 한유총을 적대시할 용기도 없고, 해봤자 안 되는 소모전이라 여겨 하마들의 제안을 거절한 것일지도 모른다. 박용진도 일이 이렇게 커질지 예상 못하지 않았을까?


하마들은 전 국회의원 장하나가 "당사자 정치"를 주장하며 창단했고(초대 공동대표 장하나, 조성실, 이고은), 얼마 전 새 공동대표(김정덕, 백운희)가 선출되어 활발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시민단체다. 자신이 창단한 단체이니 연임할 만도 한데, 새 공동대표를 선출하고 자신은 활동가로 남은 장하나의 행보가 신선했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단체라고 생각한다.


정치하는엄마들 단체 소개 페이지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명 '유치원 3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참고] 비리 유치원 근절을 위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일명, 유치원 3법)


1) 유아교육법 : 사립유치원 회계관리시스템 의무화,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세입세출 항목에 따라 회계 항목을 세분화하여 입력하도록 하는 것

2) 사립학교법 : 유치원 설립자가 유치원 원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3) 학교급식법 : 학교급식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켜 관련법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



| 중등 및 고등 교육


얼마 전, 성황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주요 소재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서울대학교 의대 입학하기'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종을 신뢰하지 않는다. 여러 경험상 공교육 교사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학생을 한 명씩 제대로 살펴보면서 성의 있게 의견을 써줄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교사라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찾아 오는 학생을 보면, 대부분 공부를 잘했던(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이었다. 공부에 관심 없거나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의 학생을 이해 못하는(할 생각이 없는) 몇몇 교사를 보면서 학종에 대한 불신이 더 생겼다. 편애하는 사람과 편애받는 사람은 자신이 편애하고 편애받는다는 것을 모른다. 주변인은 모두 느끼는데 말이다. 교사에게 다가가지 않는 학생 탓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교사가 학생에게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육의 방향을 장기적으로 볼 때 5지선다형 찍기 수능시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능을 옹호하는 사람은, 그나마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게 수능이라며 이 제도만큼 공정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사교육비를 들인 만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현 수능이라는 것은 간과하고 있다. 몇 점 차이로 대학 이름이 바뀌는 것도 우습고, 그 대학 이름이 한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너무 우습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과연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같은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날이 올까? 수험생뿐 아니라, 전 국민이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그런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독일처럼 모든 대학이 평등해서 집 주변의 대학을 가면 되는 날이 올까?


대학은 학생이 중등 단계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평가해서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그런데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교수들은 대학 수업 진행이 용이할 수 있도록  그 전 단계인 중등교육에서 학생들이 이것저것 배워오길 바란다. 해당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까지 이거저것 배우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되지만, 대학교수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데쟈뷰 아닌가? 유치원에서 배워왔으면 좋겠다는 초등교사나, 중고등학교에서 배워왔으면 좋겠다는 대학교수나 제대로 된 교육자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자신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육자라고 하지만 말이다.


학생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부모가 권유하는 전공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학교육이 아닌, 진정한 진로교육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 능력만 있으면 떠나고 싶다


어학에 재능도 없고 기술도 없으니 이민은 꿈만 꾸고 있다. 꿈만 꾸는 것으로 끝나고 싶지 않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점점 더 자신 없어진다. 아가에게 이런 교육 환경을 물려주기 싫은데, 걱정하면서 고민 밖에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덜 했을까 싶기도 하다.


에이, 그래도 힘을 짜내 봐야지. 아자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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