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고양이상자 Aug 13. 2019

교육복지가 실현되는 사회를 꿈꾸며

인간은 부모나 환경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소유할 수 있는 것에 차이가 있다.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사치인 사람도 있고, 원하는 대로 소유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불평등한 구조로 이루어진 곳이,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예전에는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평등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교육 기회의 평등). 하지만, 이것이 보장된다 해도 학습자의 환경(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거주 지역 등)에 따라 학업 성취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교육정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교육 결과의 평등). 


결국,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분야는, '교육격차 해소'와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 수준 확보'를 목표로 하는, "교육복지"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조화를 이뤄야 할 텐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공교육과 사교육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


공교육 :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야


나는 요리하는 것을 싫어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먹는 시간에 비해서, 재료 준비부터 정리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고, 활용하지 못해서 버려지는 재료도 아까우며, 재료의 과한 포장지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이런 성향을 아는 오랜 지인들은 내가 아가에게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다는 것에 놀라워한다(이유식 실행 결과 분석 : 계획과 실제). 


그나마 다행인 건, 중고등학교 가정가사 시간에 요리의 기본적인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계란은 너무 오래 삶으면 황화제일철이 생긴다', '콩나물을 삶을 때 중간에 뚜껑을 열면 비린내가 난다' 등등. 정말 싫어했던 수업이지만, 아마 내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유식은 커녕, 오랜 자취 기간 동안 무언가 해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리는 관심도 없는 것을 넘어 싫어하는 것이니, 내가 찾아서 할 리 없으니까. 그래서 여자만 배웠던 그 과목을, 남자도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나이가 나오는군), 무척이나 반가웠다. 함께 장보고, 함께 요리하고, 함께 먹고, 함께 정리하는 것. 얼마나 좋아. 


▲ 가족이 만든 음식을 배달해준 것이라면 좀 이해할 수 있겠는데... (출처 : 인도산월계수잎 트위터 @indianbayleaves)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각종 법률 및 경제 교육,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를 알아가는 역사 및 문화 교육,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공감(성, 세대, 예술 등) 교육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공교육은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이 대부분이며, 입시와 관련 없는 교육은 필요 없다고 여겨지고 있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의 교실은 입시학원의 수능 문제풀이반과 비슷하고, 특수목적고등학교는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다. 반면, 당장 입시와 상관없는 특성화고등학교는 어떠한가. 취업률만 생각해서 열악한 근로환경에 아이들을 떠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입시 위주의 공교육 환경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영수 교육과정이 대폭 축소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이상적이니, 국영수 이외의 다른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어서 국영수를 잘하는 것이 '특권'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 정책 입안자에게도, 교사에게도,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사교육 : 학습자의 필요와 능력에 따라, 다양하고 깊이 있게 가르쳐야


모든 사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교육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나, 더 깊이 알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개인별로 받을 수 있는 사교육의 편차가 너무 크며, 획일적이고 필수적(인 것처럼)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아의 경우, 여자아이는 발레, 남자아이는 태권도부터 시작한다. 조기 영어교육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라서 그런지, 영어 발레나 영어 태권도도 있다. 


얼마 전에 일이 좀 일찍 끝나서 평소보다 이른 하원을 한 적이 있다. 어린이집 현관에서 만난 엄마가 갑자기 내게 "어떤 학습지 시켜요, 혹시 학원 다녀요?"라고 물었다. 하원할 때 우리 아가가 좀 쫑알거렸는데 학습이 없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무엇을 시키는지(계속 시킨다는 표현을 썼다) 공유해달라고 했다. 아가가 욕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라서 이것저것 해보려 한다며, 아가가 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엄마는 계속 물었다. 그런 말 하지 말고 공유해달라고. 퇴근 후 저녁에 아가와 만나서 함께 어떻게 노는지, 주말엔 또 어떻게 보내는지 말해줬는데도 질문은 같았다(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과 등하원). 우리 아가를 똘똘하게 봐준 것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벌써 사교육을 필수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킬 생각은 없다. 육아휴직 중 호기심에 문화센터를 간 적이 있는데, 아가에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동료(?) 엄마들과 만나 독박육아의 답답함 등을 해소하고 아가의 귀여운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매일 집에서 엄마와 비슷한 놀이를 하는 것보다는 또래 친구도 만나고 바깥바람도 쐬는 것이 아가에게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후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곳의 활동으로 충분하며,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에 알차게 노는 것이 가장 좋은 유아교육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 어린이집과 달리, 초등학교의 하교시간은 이르기 때문이다. 양가 어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기나긴 방학은 또 어떠한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괜히 양육자 중 한 명(대부분 엄마)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교육은 학습자(와 양육자)의 선택이라며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일지도 모른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간담회에서 '초등 1~4학년 방과후 수업 오후 3시까지 의무화 추진' 아이디어가 나온 적이 있고, 2018년 8월에 위원회는 부모 돌봄 공백과 사교육 과잉 해결을 위해, 학습과 휴식을 균형 있고 여유롭게 배치하는 정책으로 '더 놀이학교'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학교에 아이를 오래 두는 것은 아이에게 못 할 짓이라는 부모양육(이라 쓰고 엄마양육이라 읽는다) 중시 의견, 초등교사와 사교육 기관의 반대 의견 등이 넘쳐나는 상황이라서 잘 진행될지 모르겠다. 



|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예전에 어떤 직장 동료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은 '헬리콥터 맘'이 될 거라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공부해서 이 정도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아이도 그렇게 키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위치가 다른 집의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어울리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그 생각도 존중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경험으로 삶의 기준을 정하니까. 


하원 후 아가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씻고나서 저녁을 먹은 후에, 아가가 가져오는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가져오는 놀잇감으로 함께 논다. 하지만 동화책과 놀잇감을 골라 배치한 것은 나다. 공주 관련 동화책은 아예 배치하지 않았고 놀잇감은 다양한 것(자동차, 주방놀이, 공, 퍼즐 등)을 배치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내 기준에 맞춰 배치한다 해도 어린이집에서 경험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가족 행사가 있어서 오랜만에 샤랄라 치마를 입혔더니 "공주 됐어요."라고 해서 놀란 경험이 있다.


아가는 자라면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것이다. 내게 생소한 분야를 배우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때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많이 고민해서 함께 결정하고 싶다. 학교 생활을 잘했으면 좋겠지만, 공교육만을 고집하고 싶지도 않고 내 교육 소신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이런 것이 있다는 정도의 정보 제공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나의 이 생각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미안할 일이 적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우리 아가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맘껏 배울 수 있기를, 그것을 위해 공교육이 도움될 수 있기를, 그리고 사교육에 익숙한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필요한 사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언제봐도 먹먹한 그림. (출처 : 조남준 트위터 @cnjoon)
매거진의 이전글 진정한 교육자를 만나고 싶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