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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Sep 06. 2021

내가 탁현민을 업어 키웠다

탁현민과 함께 2001~2021




카카오톡에 오늘이 탁현민 생일이라고 뜬다. 문득 내가 이 인간을 업어 키운 20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서 예전에 쓴 기사를 찾아보았다. 역시 내가 업어 키운 것이 맞았다. 날라리 시민운동가를 발굴해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키워낸 것은 다 나의 공이다. 트위터에서 티티카카 기술로 인플루언서로 키워준 것도 나고,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섭외해 노무현재단과 연결해준 것도 나인데, 심지어 쩌리가 되었을 때 팟캐스트 <최고탁탁>도 같이 해줬는데, 이젠 내가 쩌리가 되었다. ㅋㅋ


(암튼 10년 전에는 내가 제일 잘 나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제일 쩌리, 코로나19 집합 금지로 반백수...

해서  쩌리 키워주느라  기사들을 쭈욱 되돌아 보았다.

역시나 기사가 아깝다. ㅋㅋ)


 


“우드스톡 정신 DMZ에서 잇는다”

2010.06.16


‘한국판 우드스톡’ 축제가 열리느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행사에 조력자로 참여하는 ‘우드스톡의 아버지’ 아티 콘펠드 씨를 공연기획자 탁현민 교수가 만나보았다.


한국판 우드스톡 축제가 화제다. 아니 논란이다. 정확하게는 화제였다가 논란이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진짜 열리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판 우드스톡’ 축제가 맞느냐는 것이다. 반전과 평화와 히피의 상징인 우드스톡의 신화가 과연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을까?


지난 6월2일 이 축제를 관장하는 기획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The peace at DMZ with Artie Kornfeld, the father of Wood stock 69(우드스톡69의 아버지 아티 콘펠드와 함께하는 DMZ 평화음악회)’라는 다소 긴 이름의 행사로 8월6일부터 8월8일까지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8만명 규모의 메인 무대와 2만명 규모의 보조 무대 등 4개의 무대에서 열린다고 했다.


기획팀은 1차 라인업도 발표했다. 도어스의 레이 만자렉과 로비 크리거, 스키드 로, 엉클, 영블러즈, 노바디 리브즈 포에버, 샤프리 듀오, 에디 할리웰, 페이튼, 보비나, 라우드니스, 스쿱 온 섬바디 등이 출연한다. 기획팀은 곧 헤드라이너(주역 밴드)가 포함된 2차 라인업 다섯 팀도 발표하겠다고 했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행사가 진짜 열리느냐 하는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한국판 우드스톡’ 축제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은 종식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논란이 시작되었다. 짐 모리슨이 없는 도어스와 세바스찬 바하가 없는 스키드 로 등으로 흥행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으로 ‘우드스톡의 아버지’라 불리며 우드스톡의 정신을 잇는 인물인 아티 콘펠드 씨(67)를 평소 우드스톡을 흠모해왔던 공연기획자 탁현민씨(한양대 겸임교수)가 만났다. 탁씨는 〈노무현 추모 콘서트〉 〈강의 노래를 들어라〉 등 저항적 음악 행사를 두루 연출해왔다.



탁현민: ‘한국판 우드스톡’ 행사가 맞는가?


아티 콘펠드:‘우드스톡’ 행사에 대한 상업적 권리는 다른 기획자 3인(존 로버츠, 조엘 로젠먼, 마이클 랭)과 소니뮤직이 가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우드스톡의 정신을 잇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은 나를 통해 이어진다. 나는 우드스톡이 상업주의에 경도된 2회, 3회 행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탁현민:당신을 왜 ‘우드스톡의 아버지’로 부르나?


아티 콘펠드:나는 우드스톡이 상업주의에 물드는 것을 막아왔다. 우드스톡이 열렸던 뉴욕 주 베델 평원 보존사업도 주도했다. 그런 노력 때문에 지난해 40주년 기념행사 때도 초청받을 수 있었다. 내가 진행하는 인터넷 라디오방송 〈스피리트 오브 우드스톡〉은 100만명 이상이 청취한다.


탁현민:우드스톡은 어떻게 기획했나? ‘모든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와 같은 우드스톡의 정신을 어떻게 만들어냈나?


아티 콘펠드:기획진이 그런 것까지 규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라디오를 통해 입소문을 내는 데 주력했다. 메시지는 관객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이 마음속에 담았던 것을 와서 펼쳤고 그것이 그대로 우드스톡의 정신이 되었다.


1969년 8월 뉴욕 주 베델 평원에서 열린 우드스톡 축제(위)는 반전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탁현민:유명 밴드가 부족한 것 같다.

아티 콘펠드:원래 우드스톡 축제도 유명한 팀은 세 팀 정도였다. 다른 팀들은 우드스톡을 통해 성장한 것이다. 나는 ‘프로모터’다. 프로모터는 성공할 이유가 있는 밴드를 성장시키는 일을 한다. 장사꾼은 이미 성공한 밴드를 이용해 돈을 번다. 우드스톡을 통해 지미 헨드릭스, 산타나, 재니스 조플린을 발굴했듯이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할 것이다. 우리 딸이 불교에 심취했는데 그런 말을 하더라. 절에 가는 것은 부처를 만나기 위한 것이지 불상을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중요한 것은 스타가 아니라 음악이다.


탁현민:이번 페스티벌과 관련해 조용필씨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티 콘펠드:조용필 콘서트에 초청받아 갔다 온 것이 잘못 전해진 것 같다. 무대와 사운드를 조용필팀에서 맡는다고 들었다. 조용필씨가 만나고 싶으면 나에게 연락하면 될 것이다. 내가 연락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탁현민:많은 사람들이 우드스톡을 축제로만 이해해서 출연 밴드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우드스톡은 축제이면서 동시에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지닌 반전 행사였다. 그렇다면 이번 축제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아티 콘펠드:이번에도 ‘반전과 평화’다. 그것이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1969년에도 베트남 전쟁과 시기가 맞아떨어져 메시지의 울림이 강했다. 3년 전부터 한국에서 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드디어 결심을 했다. 한국의 군함(천안함)이 침몰한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전쟁 위험이 높아진 것이 사실 아닌가?


탁현민:‘반전과 평화’라는 메시지는 기획팀에서 정한 것이다. 밑에서부터 만들어진 이슈가 아니다.


아티 콘펠드:그러나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가치이고 아시아에 필요한 가치라고 본다. 한국의 DMZ에 평화의 리듬이 흐른다면 아시아 전체에 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본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에 전해질 것이다.


탁현민:기획팀이 발표한 행사 장소는 DMZ가 아니다. DMZ는 북한이 반대해서 사용할 수 없을 텐데 허락을 얻어냈나?


아티 콘펠드:아직 허락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는 노력할 것이다.


탁현민:이번 행사와 관련해 발표된 기사를 보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과 기업들의 후원금을 받고 개최될 것 같은데 그런 것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티 콘펠드: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탁현민:지금 세대는 반전과 평화에 무감각하다. 한국 음악시장은 미국 팝음악이 맥을 못 추는 곳이다. 한국에 사회성 있는 가수가 거의 없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행사를 할 수 있겠는가?


아티 콘펠드:지금부터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프로모터’인 내가 필요한 것 아니겠나. 좋은 가수가 있으면 소개해달라.



깨어 있는 시민을 조직하는 ‘문화의 힘’

2010.05.14

[상상력에 권력을] 탁현민 지음, 더난출판 펴냄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사진)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 〈파워 투 더 피플 2010〉을 연출한다. 5월8일부터 주말마다 서울·광주·대전·대구·창원·부산에서 열리는 이 콘서트에 가수들은 탁현민이라는 이름을 보고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와 노무현재단 출범 콘서트 〈파워 투 더 피플〉를 연출하며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다.


탁 교수는 “하고 싶어도 두려워서 못한다는 가수, 일정이 바빠서 못한다는 가수, 정치적 행사라 못한다는 가수 등 대부분 뒤로 뺐지만 용기 있게 참여해준 가수들 덕분에 행사가 성사되었다”라고 말했다.


정권의 견제를 각오하면서까지 그가 추모 콘서트 연출을 맡은 것은 대중음악은 저항적이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추모 공연이 정치색을 띠고 있어서 못하겠다는 가수가 더 정치적 판단을 한다. 방송사와 기업 간의 관계 때문에 안 한다. 참여하는 가수들은 정치성 때문에 입을 피해를 감당하지만 불참하는 가수들은 이를 계산한다. 비정치적인 것이 더 정치적이다”라고 말했다.


〈파워 투 더 피플 2010〉을 마치고는 서울 봉은사에서 4대강 살리기 콘서트 〈강의 노래를 들어라〉(5월29일)를 연출한다.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게릴라인 탁 교수가 ‘문화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대해서 정리한 책 〈상상력에 권력을〉이 최근 출간되었다. 깨어 있는 시민을 조직하는 ‘문화의 힘’과 행동하는 양심을 추동하는 ‘음악의 에너지’가 잘 설명되어 있다.



현장에서 건진 정보 속속들이 ‘공식화’

2006.09.22


탁현민(34)씨는 요즘 잘 나가는 공연 기획자다. 무대 장치나 특수 효과가 아닌 음악 자체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공연, 우리 사회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게 이끄는, 좋은 뜻을 담고 있는 공연에는 그의 이름이 꼭 들어가 있다.


그러나 공연계에서 그는 이단아로 꼽힌다. 업계 ‘영업 기밀’을 마구 누설하기 때문이다. 발단이 된 것은 그가 펴낸 <뚜껑 열리는 라이브 콘서트 만들기>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도제식으로만 전수되던 라이브 콘서트 제작 전 과정 및 담당 기자 연락처를 비롯한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했다. 좋은 인재를 스카우트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힘든 도제식 교육으로 인재를 쫓아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모든 것을 공식화하는 그의 남다른 습성은 ‘출신 성분’을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다. 공연 기획을 하기 전에 그는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대중음악 개혁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최근에도 그는 추락한 대중음악계의 볼멘소리를 ‘뼈 있는 뒷담화’로 묶어내 <재미있는 무대 밖 무대 이야기>(사진)를 썼다. 재미를 표방하지만 책의 내용은 자못 신랄하다.


공연 사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인기 가수를 이용해 먹으려는 별 볼일 없는 정치인은 어떤 추태를 연출하는지, 사기꾼 매니저와 어떻게든 뜨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가수는 어떤 코미디를 연출하는지, 대중음악을 철저하게 방송에 종속시키려는 방송사는 어떤 꿍꿍이를 부리고 그 속에 들어가 돈 벌 궁리를 하는 기획사들은 어떤 알랑방귀를 뀌는지를 그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먹물 딴따라’가 쓴 라이브의 추억

2004.07.06


공연계에서 다음기획 탁현민 팀장의 존재는 특별하다. 이른바 ‘딴따라’ 중에서 그는 가장 문제의식이 많은 ‘먹물’이고, 먹물들 중에서는 가장 끼가 넘치는 딴따라다. 참여연대 간사로 활동하며 시민단체 재정 지원을 위한 공익 콘서트를 기획하던 그는 지난 2002년 다음기획으로 적을 옮기며 현장에 ‘올인’했다.


다음기획은 정태춘·박은옥 씨와, 윤도현밴드, 뜨거운 감자, 강산에씨가 속한 기획사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이 가수들과 함께 그는 ‘라이브의 신화’를 일구었다. 이외에도 그는 들국화·전인권·자우림·이상은·여행스케치·크라잉넛·신해철·이은미·한영애 등과 함께 작업하며 라이브 콘서트 연보를 쌓았다.


특히 올해 초 그가 윤도현밴드와 함께 세운 전국 투어 기록(30개 도시 58회 공연, 관객 16만명 동원)은 ‘콘서트의 역사’를 다시 쓴 대기획이었다. 지난 6월26일, 평양·도쿄·서울로 이어진 <오 통일 코리아> 3부작 콘서트를 마무리 지음으로써 그는 ‘공익기획자’로서도 방점을 찍었다.


얼마 전 그는 콘서트 기획 자료와 윤도현밴드 전국 공연 일지를 모아 <뚜껑 열리는 라이브 콘서트 만들기>(나무와 숲)라는 책을 펴냈다. 그가 현장에서 익힌 공연 지식을 담은 이 책은 공연 실무자를 위한 ‘안내서’이자 바람직한 라이브 콘서트에 대한 ‘연구서’이고 열악한 국내 공연 환경에 대한 ‘고발서’이다. 그는 “가이드북이 없어서 공연 기획을 할 때마다 어려웠다. 정말 ‘개처럼 익혀서 정승처럼 풀어썼다’. 미흡하지만 이 책이 후배 공연기획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스타들 손 잡고 ‘노래하는’ 시민운동

 2002.06.17


시민단체 이벤트를 주로 기획하는 공익문화기획센터에서 일하면서 탁현민 실장은 ‘밤의 시민운동가’가 되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연예인들의 생활 리듬에 맞추다 보니 그도 주로 밤에 일하게 된 것이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시민 속의 시민운동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와의 결합이 필수라고 판단한 그는 스타들을 시민운동 영역에 끌어들였다. 스타가 출연하는 경우 시민단체가 벌이는 운동의 홍보 효과가 커지는 것은 물론 수익도 짭짤하다. 기금 마련 콘서트의 경우 적게는 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수익을 올려 시민단체의 돈 갈증을 풀어준다.


그동안 스타들과 친분 관계도 열심히 쌓아, 이제 정태춘·박은옥 부부와 권인하·강산에·윤도현밴드는 그가 부탁하는 공연이라면 열 일을 제쳐두고 달려올 정도이다. 요즘 탁실장은 이들과 1980년대 세대의 문화 복원을 기치로 내건 문화재단 ‘아름다운 세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바람이 분다’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여느라 낮과 밤이 없는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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