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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Sep 07. 2021

지분 매각하는 SM 이수만, 한류 밑그림은 이랬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를 인터뷰했던 것은 2005년의 일이다. '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움직이는가'라는 테마로 연예계 영향력 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은 현직 PD, 작가, 연예부 기자, 연예산업 종사자 등이었다. <씨네21>에서 영화산업 영향력 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력 조사를 한 것은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이수만 회장을 인터뷰하러 회장실에 갔는데 전면에 내가 쓴 기사를 액자에 넣어 걸어놓은 것이 보였다. 당연히 기사를 잘 써서는 아닐 것이고 제대로 된 인정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자기 자신을 증명해 주어서 내걸었을 것이다. 한류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지 못해 당시에는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딴따라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 지분 매각을 한다는 뉴스를 보고 오래 전 인터뷰를 꺼내보았다. 여러 면에서 그는 JYP 박진영이나 YG 양형석과는 대비된다. 박진영이 미국 진출을 중시한데 반해 그는 '중국이 미국 된다'며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양현석이 자율을 중시한데 반해 그는 인성을 중시했다. 15년 후에 다시 보니 나름 괜찮은 성적표를 받은 것 같은데... 한 번 읽어보시길~ 



주) 2005년 진행한 인터뷰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은 노래·춤·연기 연습과 함께 빠뜨리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외국어 공부다. 이들은 훈련할 때부터 일본이든 중국이든 자기가 진출할 시장을 정해놓고 훈련한다. 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한국 시장은 좁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류의 발원지, SM엔터테인먼트는 연습생들에게까지 ‘아시아적으로 사고하라’고 주문한다.


연예기획자들에게 음반 시장 판도에 대해서 물으면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바로 “이수만씨가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봐야죠”라는 대답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음반산업의 교본이 되는 SM엔터테이먼트의 이수만 이사는 최근 실시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영향력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음반 시장이 좋지 않다 .

시장이 4분의 1로 줄었다. 4천억원대 시장이 1천억원대로 줄었다. 1980년대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 음원 시장까지 치면 시장은 커졌지만 통신사들이 수수료를 워낙 많이 떼서 수익이 미미하다. 음악산업이 산업화 직전에서 다시 가내수공업으로 회귀했다.


그래도 SM엔터테인먼트는 나름으로 선전하는 것 같다.

우리도 매출이 줄었다. 다행히 해외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

1 대 4 비율이다. 지난해 국내 매출이 1백50억원 정도인데, 해외가 6백억원 정도다. 수익률도 해외가 더 좋다. 10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해외 수익은 대부분 일본에서 올린 것이지만 앞으로 중국에서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다.


중국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해적판 시장이 줄고 정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00년에 H.O.T 음반이 5만장 정도 팔렸는데 올해 강타 앨범이  50만장 정도 나갔다. 2000년 당시 최고 히트 앨범이 30만장 나갔는데 지금은 3백만장이 나간다. 5년 동안 대략 10배가 컸다. 디지털 음원 시장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일본 시장도 능가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2010년쯤에는 중국 시장이 일본 시장을 능가할 것이다. 아시아권 전체로 10조원 규모의 음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5%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아시아 시장 진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정확히 해두자. 아시아 시장이 아니라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 문화권을 아우르는 동북아시아 시장이었다. 이 지역을 아우르는 상권이 생긴다고 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진출했다.


베이징보다는 상하이가 중국의 문화 중심지 아닌가?

맞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베이징을 공략했다. 그동안 중국은 홍콩·타이완·싱가포르에서 발원한 문화를 상하이를 통해서 받아들였다. 늘 문화가 북상했는데, 한류를 통해서 처음으로 문화가 남하했다. 


한류가 중국 처지에서는 ‘문화 내전’이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북방민족과 북쪽의 한족은 남방의 한족에게 문화적 열등의식이 있었는데 한류가 그것을 극복시켜 주었다. 그동안 남풍만 불었는데 한류에 힘입어 북풍을 일으킬 수 있어서 신이 난 것이다.


동남아까지 진출하지 않는가?

안 한다. 시장이 없다. 홍콩이나 타이완은 중국에 영향을 주는 곳이었기 때문에 문화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서 가지만, 동남아는 시장적인 가치가 없다.


미국 진출은?

안 한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할 필요가 없다니, 무슨 얘기인가?

중국이 곧 미국 되는데, 왜 미국에 가서 헛고생을 하는가. 백인 흑인 히스패닉 다음에 동양인이다. 가서도 마이너 리그 시장을 벗어나기 힘들다.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중국 시장에 큰 비중을 두는 것 같다.

그렇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일본에서 중국으로 유턴했다. SM재팬보다 SM차이나가 규모가 더 커졌다.


보아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드라마에 출연시킨다고 들었다. 멀티 엔터테이너로 키우는 것인가?  

아니다. 보아는 영원한 가수다. 중국 팬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출연시킬 뿐이다. 하나만 잘하면 된다. 멀티 엔터테이너로 키울 생각은 없다.


왜 중국 시장에 집착하는가?

가장 큰 시장에서 가장 큰 스타가 나온다. 중국에서 1등 하면 세계에서 1등 하는 날이 온다. 우리 옆에 가장 큰 시장이 생기고 있는데 왜 나가서 에너지를 낭비하나.


중국 시장 진출의 전략은 무엇인가?

일단 우리 가수를 진출시켜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다. 이 작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중국인을 우리 가수와 함께 데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송을 통한 오디션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은 중국 토종 가수를 키우는 것이다. 이미 몇명이 연습생으로 준비 중이다.


오디션 이벤트가 궁금하다.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대형 이벤트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없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이 꽤 히트했다. 이를 통해 많은 스타가 배출되었다. 중국에서 이를 우리가 진행하기로 했다.


일본은 중국 시장에 관심이 별로 없나?

내수 시장에 비해서 아직 미미하다. 전성기 가수는 굳이 진출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커지면 일본도 본격적으로 참전할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


한국 시장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작지만 검증할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음반 시장이 계속 침체되면 이런 기능마저도 잃어버릴까봐 걱정이다. 


다른 음반기획자들의 맹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재투자를 꺼린다. 파이를 키우는 노력이 부족하다. 보아를 일본에 진출시키기 위해 30억원을 투자했다.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기획사의 보신주의 때문에 더 클 수 있는 스타가 발이 묶이는 것을 많이 보았다.


앞으로 SM에서 어떤 그룹이 새로 나오게 되는가?  

주니어(가칭)라는 남성 12인조다.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으로서 팬들의 반응에 따라 각자 가수든 탤런트든 모델이든 될 것이다. 일종의 국민 오디션 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부 연습생 출신인가? 스카우트는 안 하는가? 

그렇다. 모두 연습생 출신이다. 스카우트는 안 한다. 스카우트를 하면 수익이 적고 팀의 색깔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 아시아 시장에 통할 스타로 스카우트할 예정이다.


연습생들에게도 중국 진출 준비를 시키는가?

그렇다. 예전에는 주로 일본어를 가르쳤는데 이제는 중국어를 가르친다. SM 연습생들은 매년 여름 합숙 캠프를 가는데, 이번에는 중국어 교육에 전력하고 있다. 중국어 교육에는 내가 직접 제작한 중국어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교재인가?

말 그대로 ‘서바이벌 중국어’다. 실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모았다. 대신 발음은 중국 본토에서 온 선생을 통해 정확히 가르친다.


정부가 한류에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자꾸 무엇을 만들어내려고 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쓸데없는 정책만 만들어낸다. 며칠 전에도 국회에 가서 한 유력 정치인과 다투고 왔다.


앞으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가?  

앞으로 중국과의 계약 문제가 대두할 것이다. 그때 우리의 이익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까 봐 겁이 난다.


SM의 역사는 안티의 역사였다. 어떤 기분이었나?

이제 SM에서 가수가 나오면 무조건 안티가 생긴다. 팬클럽 증가 수치와 안티팬 증가 수치가 비슷할 정도다. 나도 그렇고 보아도 그렇고 안티가 심했다. 그런데 보아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니까 그런 비난이 모두 수그러들었다. 결국 결과로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댄스음악 위주로 음악 시장을 망가뜨린 원흉이라고 해서 ‘동방신기’와 ‘천상지희’는 일부러 아카펠라 가수로 내보냈다.


주로 가해지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대중 문화를 좀 알고 비판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들은 안 되는 것들뿐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강자로 나타났다. 앞으로 누가 권좌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보는가?

콘텐츠의 시대다. 폭발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프로듀서가 있는 기업이 강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상파 DMB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컨소시엄으로 구성한 KMNB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송출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계획은?

SM은 이제 아시아 기업이다. PAA(pure Asian association)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대표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 회사를 만들겠다. 그래서 아시아 스타의 세계 매니지먼트를 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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