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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Dec 27. 2021

'여행에서 만난 사이', 국내편

2021년 100회 이상 지방에 다녀오면서 인연을 다졌다. 


2021년을 돌이켜보니 한 해 동안 100회 이상 지방에 다녀왔다. 여행 답사로 다녀온 것이 60회고 각종 자문 심사 컨설팅을 위해 다녀온 것을 합치면 100회가 훌쩍 넘는다. 그중에는 '일로 만난 사이'도 있지만 대부분 '여행에서 만난 사이'다. 이들을 찾아가는 '즉흥여행'을 2022년 1/4분기에 진행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집합금지로 가능한 인원이 4명 뿐이니 나를 제외하고 3명만 참여하는 여행을 만드는 셈이다.  


돌이켜보니 여행감독이라는 직업을 ‘창직’하고 지방 여행을 기획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답사하며 다녔던 지난 2년 동안 '관계인구'로 살아왔다. 지방 답사가 워낙 빈번해서 서울에 있는 시간보다 지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요즘은 스스로 ‘서울에 사는 지방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교통 체계가 서울 중심이어서 서울은 관계인구의 베이스캠프로 최적이었다. 


지금 구축하고 있는 ‘어른의 여행클럽/트래블러스랩’이 ‘여행을 통한 느슨한 연대’를 도모하는데 이 일이 결국 관계인구를 늘리는 일이었다. 여행을 가는 수도권 사람과 여행자를 맞이하는 지방 사람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맺어졌고 알아서 인연을 키워갔다. 나 역시 서울 사는 지방사람으로 지내고 있다. 내년 1/4분기에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명품 한국 기행'과 '명품 한국 스테이'를 다져보려고 한다. 



## 강원도 


나는 서울에 살지만 삼척시민이다. 단순한 삼척 여행자가 아니다. 올해 초부터 지인들과 삼척에 아지트를 구축하고 ‘삼척살롱’으로 운영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 집합금지로 인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마을과 관계를 맺고 ‘워킹 스테이’를 도모하고 있다. 이 삼척살롱을 통해 나와 지인들에게 삼척항의 멋진 인더스트리얼뷰를 경험해주고 있다. 


평창 미탄마을에는 성이 다른 동생들이 있다. 산너미목장의 임성남, 청옥산농원의 이재용, 어름치마을의 최영석이 나의 동생들이다. 그들과 함께 여러 번 ‘미탄 소풍’을 즐겼다. ‘아빠랑 어디 가’라는 여행은 아빠와 아이가 함께 오는 여행인데 미탄마을에 데려가서 ‘여기 삼촌들하고 놀아라’라며 자연스럽게 풀어둔다. 언제 가도 반겨주는 미탄 삼촌들이 있는 그곳은 우리 아이들의 고향이다.  


나는 강원도 정선군 관계인구다. ‘정선의 홍반장’ 석병기 씨가 ‘어른을 위한 정선 여행법’을 기획해 달라며 정선 10박 숙박권을 부여했다.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 운영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정선 여행법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덕산기계곡의 강기희 작가 서점과 최일순 배우의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한 ‘산적투어’를 아직 만들지 못했지만 나는 정선군 관계인구다.  



# 충청도 


나는 충북 영동군 관계인구다. 코로나19 집합금지로 올해 실현하지 못했지만 영동군에서 와인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러 와이너리를 둘러보았는데 작은 까브가 매력적인 여인성 대표의 여포와인을 와인디너 장소로 정했다. 좋은 풍광을 가지고 있고 나름 교통의 중심지인 영동은 천혜의 여행지다. 포도가 익어갈 무렵 혹은 술이 익어갈 무렵 꾸준히 영동을 찾을 것이다.   


나는 충남 부여군 관계인구다. 부여에는 탁월한 문화기획자 오희영과 고향을 사랑하는 도시재생가 노재정이 있다. 부여에 갈 때마다 그들이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백제 귀족처럼 극진히 챙겨준다. 서울의 그 어느 치킨집보다도 맛난 시골통닭을 사서 마을의 빈집을 개조한 ‘청년별장’에서 남부럽지 않은 치맥을 그들과 즐길 수 있는 부여는 나에게 별장도시다. 공주와 논산도 2022년에 적극적으로 답사하려고 한다. 




## 경상도 


나는 경북 문경시 관계인구다. 문경에 가면 찻사발 굽는 가마의 온기를 나눠주는 관음요 김선식 명인과 오미자 와인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들려주는 이종기 박사가 있다. 해마다 오미자 수확철인 9월 중순이면 문경을 찾아 오미자술을 담그고 고속도로를 지날 때 문경새재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가나다라브루어리에 걸어가서 여행에서 마실 수제맥주를 사 오기도 한다. 


나는 외갓집처럼 드나드는 소목화당이 있고 여기 술창고에서 지인들과 술향기에 젖어들기를 좋아하는 나는 안동시 관계이기도 하다. 술 얘기로 밤을 지샐 수 있는 박성호 대표님이 있고 웬만한 호텔 이상의 고급진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김선영 대표가 있어 소목화당은 언제든 자신있게 사람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다. 단골집이었던 고고초밥 사장님도 안동에 내려가 계셔서 더욱 설렌다. 


나는 포항의 명예 시민이다. 구룡포와 영일만 일대 관광 개발에 관여하고 있어서 포항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포항 권일 쌤이 아재를 위한 동해안 맛집으로 안내하고 양유경 쌤이 '방송에 나온 맛집'을 안내해서 사람들과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전라도


나는 남원 동편제마을 주민이다. 이곳에서는 언제든 나만의 파티를 열 수 있다. 박화춘 박사님이 품종을 개량한 버크셔K로 만든 ‘흑돼지 바비큐’ ‘흑돼지 샤브샤브’로 밥상을 차리고 버크셔K로 만든 하몽으로 와인 파티까지 열 수 있는 이곳은 최고의 파티 장소다. ‘한국형 아그리투리스모(농촌 민박 관광)’를 구축해 다른 사람들도 우리 동네를 경험하게 해주려고 한다. 


나는 전북 진안군 관계인구다. 올 한해 진안군 여러 마을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다. 그들을 위한 멋진 마을 여행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상가막마을에 율무가 익으면 가서 율무비빔밥과 율무인정미를 먹고 마조 마을에 감이 익을 때는 가서 함께 곶감을 깍고 올 것이다. 이현배 장인의 옹기에 따뜻한 음식을 담고 자연이 만들어 준 무대에서 김선이 무용가의 날개짓도 볼 것이다. 


나는 또한 광주 남구 주민이다. 양림동의 호랑가시나무게스트하우스에는 내 방은 아니지만 내려가면 당연히 묵는 방이 있다. 내 전용 찻잔과 내가 만들어 둔 ‘캐리어 도서관’이 있다. 저녁이 되면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이는 ‘양림동 호랑가시파’ 조직원들이 있다. 그들과 호랑가시나무 언덕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고 아침이 되면 함께 해장하는 나는 양림동민이다. 


호랑가시나무언덕만큼 나주 원도심이 친근한 나는 나주 명예 시민이다. 이곳에는 나주사람들 이상으로 나주를 사랑하는 39-17마중의 남우진 대표가 있다. 최고의 힐링을 할 수 있는 글라렛수도원의 김인환 신부님과 불회사의 철인스님이 있는 나주는 언제든 누구든 함께 가고 싶은 곳이다.  


나는 해남군민이기도 하다. 해남에는 성이 다른 형님이 있다. 남창리 심재신 이장님이다. 내 손을 잡고 만원짜리 한 장이면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다며 슈퍼를 돌며 ‘가막(가게 막걸리)’을 하다 ‘홍어 카페’에서 마무리하는 남창리는 고향인 영광보다도 친근하다. 달이 지는 해월루에서 한 잔 할 수 있는 해남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나는 전남 여수시 관계인구다. 여수에서는 나만의 ‘여수루틴’을 즐긴다. 남도 최고 미식호텔인 이정경 대표의 마띠유호텔을 베이스캠프로 숙박하며 하지수 여수와 대표와 여수 미식 투어를 돌고 정승원 블루요트를 타고 여수 밤바다를 감상한다. 박치호 화백의 스타일리시한 아뜰리에서 제정화 명창의 소리를 들으면 여수루틴은 완성된다. 무인도를 유인도로 바꾸는 강형기 교수의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나는 신안군의 관계인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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