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여행’은 ‘계산된 모험’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중해 크루즈 스터디투어는 조금 무모했다. 크루즈선사가 여행사 역할을 하니까, 크루즈의 기항지투어가 가이드 역할을 하니까, 여행사나 가이드 없이 진행해 보기로 했다.
엄청난 계산 착오였다. 기항지에서 항공과 크루즈 간 포워딩도 쉽지 않았고, 기항지투어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즉석 쪽대본 여행을 기획해야 했다. 안 해본 일을 리드하고 안 가본 곳을 안내한 셈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듯, 그렇게 더듬이 여행을 리드했다.
모르는 것에 대해 빨리 배워서 재정리하는 능력이야 기자생활 20년 동안 길렀으니 익숙했지만 문제는 크루즈선 안의 인터넷 환경이 안 좋아서 벼락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통밥으로 워킹투어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 도시는 일종의 워킹 프로토콜이 있다. 일단은 광장으로 직진하고 광장 주변의 핵심 성당을 보고 언덕 위의 성채에 올라 도시를 조망하고 내려와서 공원에서 마치 그 도시의 시민인 듯 한갓지게 거닐다가 그럴듯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대체로 이 정도면 족하다.
크루즈선 접안하는 항구 컨디션만 해도 천차만별이었다. 이탈리아 나폴리나 슬로베니아 코페르 그리고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처럼 걸어서 구도심에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마르세유는 밴택시를 이용해 시내로 들어갔고 심지어 칸느는 크루즈선의 접안이 안 되는 곳이라 상륙정을 타고 들어가야 했다.
오션 크루즈의 프로코콜은 낯설었다. 매일 제공되는 크루즈신문에 주목해야 했고 안내 방송에 귀 기울여야 했다. 영어가 웬만큼 익숙하지 않거나 해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딱 바보 되기 좋은 시스템이었다. 영미권에만 익숙한 시스템.
매일매일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래도 여행감독의 통밥투어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었다. 캘리포니아 기행을 함께 기획하는 요셈투어의 Ike Shin (신익섭) 쌤이 고비고비마다 도움을 주어서 현지 한인투어를 섭외해서 항구 도시가 아니라서 가장 난제였던 피렌체 투어와 로마 투어를 무난히 마쳤다.
페리 성격이 강했던 북유럽 크루즈와 지중해 크루즈는 많은 면에서 달랐다. 오션크루즈와 리버크루즈의 차이도 많았다.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취소 페널티에 대한 부분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어마무시한 수업료를 지불했다.
이번 10박11일의 지중해 크루즈 동안 여행한 도시는 바르셀로나 마르세유 칸느(니스) 피렌체(피사) 로마 메시나(타오르미나) 코르푸 두브로브니크 코페르 베니스다. 이 도시를 육로로 이동하며 여행했다면 15박을 해도 다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못했을 것이다.
크루즈에 대한 나의 접근 방식은 ‘교통수단’이다. 이 교통수단으로 유용한 여행(그리스와 터키의 섬여행)을 두루 도모해 보려고 한다. 다만 특가가 나온 크루즈에 한해서. 2024년도 크루즈여행 라인업을 구축해 12월6일 트래블러스랩의 ‘어른의 크루즈여행’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