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인물 기행 후기
‘소비자가 아니라 손님으로 가는 여행’
‘좋은 어른을 만나고 오는 여행’
이 두 가지가 지난주 진행한 ‘남도 인물 기행’의 테마였다. ‘바쁜 현대 도시인을 위한 어른의 여행’에 남도가 최적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비빌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이후 1년 반 동안 정신없이 정말 게걸스럽게 해외여행을 기획했는데, 남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싶었다.
남도의 환대는 언제나처럼 요란하지 않고 은근했고 화려하지 않고 소박했다. 함께 온 일행들도 느꼈으리라. 은근하고 소박했지만 충분히 과분했음을. 재현 불가의 환대일 수 있지만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내년 남도기행에서 또 다른 인연을 기대하면서.
@ 대한민국 조리 명장 안유성 셰프님이 영업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직접 차로 바래다주었다. 바래다주는 시간만이라도 얘기를 나누자고. 주문한 세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음식을 내주신 것도 고마운데. 안 셰프님의 남도식 곰치국을 맛보고 오지 못해 아쉬웠다.
@ 약속 시간에 늦은 우리를 타박하지도 않으시고 불화사 주지인 철인스님은 언제나처럼 온화하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직접 경내 안내를 해주시고 손수 만든 비로차도 내려 주시고. 겨울이 가기 전에 불회사와 글라렛수도원에서 하는 템플 & 템플 스테이를 빨리 만들어보고 싶다.
@ 목포 괜찮아마을 홍동우 대표는 오늘도 혼을 담은 가이드로 목포 구도심을 휘저었다. 바쁜 와중에 마이크 풀장착 하고 와서 목포 원도심 투어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 동신대 이주희 총장님이 달빛 아래 막걸리 한 사발 하자며 우리 일행을 이장우 가옥으로 불러냈다. 절묘한 막걸리 사랑방이었다. 덕분에 오붓하게 여행의 소회를 나눌 수 있었다.
@ 여수 마띠유호텔 이정경 대표님은 이번에도 후한 와인 인심을 베풀었다. 우리가 주문한 와인보다 더 좋은 와인을 서비스로 주시고 가는 길에 한 병 더 챙겨 주셨다. 남도 음식에 대한 와인 페어링은 이 대표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
@ 여자만 해안가의 박치호 화백님 아뜰리에는 여전히 멋스러웠다. 일행을 초대해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조단조단 들려주셨다. 아직 새조개가 철이 아니어서 경도식당에 함께 가지 못해 아쉬움.
@ 나주트레비어 고형석 대표님은 이틀에 걸쳐 찾아왔다. 하루는 벨기에 수도원 맥주 시음회를, 하루는 홍어 & 위스키 페어링을 준비해서 맛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진정한 남도 술꾼.
@ 영암문화재단 전고필 대표님은 다시 말단 가이드를 자처했다. 트레킹화를 신고 야상을 입고 마이크까지 장착하고 나와 도갑사 일주문 앞에서부터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지역의 식자재로 남도를 담아낸 도시락을 소개해 주셔서 맛진 저녁을 할 수 있었다.
@ 무안 김호산 이사장님은 소식 듣고 신안으로 넘어오셨다. 짧게 점심을 함께 했던 그는 무화과즙 두 박스나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덕분에 여행 내내 단체버스에서 물 대신 무화과즙을 마실 수 있었다.
@ 광주시립미술관 김준기 관장님이 일일 초대가수가 되어 주었다. 사직동 통기타거리 단골집 ‘설화’에서 직접 작사한 노래를 들려주셨다(그냥 아는 노래 불러주셨으면 더 좋았을 듯. ㅋㅋ)
@ 호랑가시아트폴리곤 정헌기 관장님은 언제나처럼 멋진 은빛머리를 휘날리며 나타나 직접 양림동 투어를 시켜주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양림동이, 광주가 달리 보인다. 야밤에 아트폴리곤의 글라스하우스를 오픈해 주셔서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일행을 십년후그라운드로 초대해 양림동의 도시재생 역사를 브리핑해 준 주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님이 호리두유로 게스트하우스 냉장고를 채워 주셔서 매일 아침 구수한 두유로 하루를 열 수 있었다.
@ 그리고 여행 참가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일 일 환대를 보여준 인경숙 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감도 가져오고, 귤도 가져오고, 커피도 내려 주시고. 그저 감사할 따름.
일단 기억나는 것들만 메모해 보았는데도 이 정도다. 남도의 넘치는 정을 느끼고 올 수 있었던, 부족함 없는 여행이었다. (설마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는 사람은 없겠지?)
주)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소모임으로 남도여행클럽을 만들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댓글이나 DM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