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재열 여행감독 Dec 01. 2023

남도의 환대, 좋은 어른을 만나고 오는 여행

남도 인물 기행 후기


‘소비자가 아니라 손님으로 가는 여행’

‘좋은 어른을 만나고 오는 여행’

이 두 가지가 지난주 진행한 ‘남도 인물 기행’의 테마였다. ‘바쁜 현대 도시인을 위한 어른의 여행’에 남도가 최적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비빌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이후 1년 반 동안 정신없이 정말 게걸스럽게 해외여행을 기획했는데, 남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싶었다.


남도의 환대는 언제나처럼 요란하지 않고 은근했고 화려하지 않고 소박했다. 함께 온 일행들도 느꼈으리라. 은근하고 소박했지만 충분히 과분했음을. 재현 불가의 환대일 수 있지만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내년 남도기행에서 또 다른 인연을 기대하면서.



@ 대한민국 조리 명장 안유성 셰프님이 영업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직접 차로 바래다주었다. 바래다주는 시간만이라도 얘기를 나누자고. 주문한 세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음식을 내주신 것도 고마운데. 안 셰프님의 남도식 곰치국을 맛보고 오지 못해 아쉬웠다.



@ 약속 시간에 늦은 우리를 타박하지도 않으시고 불화사 주지인 철인스님은 언제나처럼 온화하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직접 경내 안내를 해주시고 손수 만든 비로차도 내려 주시고. 겨울이 가기 전에 불회사와 글라렛수도원에서 하는 템플 & 템플 스테이를 빨리 만들어보고 싶다.



@ 목포 괜찮아마을 홍동우 대표는 오늘도 혼을 담은 가이드로 목포 구도심을 휘저었다. 바쁜 와중에 마이크 풀장착 하고 와서 목포 원도심 투어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 동신대 이주희 총장님이 달빛 아래 막걸리 한 사발 하자며 우리 일행을 이장우 가옥으로 불러냈다. 절묘한 막걸리 사랑방이었다. 덕분에 오붓하게 여행의 소회를 나눌 수 있었다.



@ 여수 마띠유호텔 이정경 대표님은 이번에도 후한 와인 인심을 베풀었다. 우리가 주문한 와인보다 더 좋은 와인을 서비스로 주시고 가는 길에 한 병 더 챙겨 주셨다. 남도 음식에 대한 와인 페어링은 이 대표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


@ 여자만 해안가의 박치호 화백님 아뜰리에는 여전히 멋스러웠다. 일행을 초대해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조단조단 들려주셨다. 아직 새조개가 철이 아니어서 경도식당에 함께 가지 못해 아쉬움.



@ 나주트레비어 고형석 대표님은 이틀에 걸쳐 찾아왔다. 하루는 벨기에 수도원 맥주 시음회를, 하루는 홍어 & 위스키 페어링을 준비해서 맛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진정한 남도 술꾼.


@ 영암문화재단 전고필 대표님은 다시 말단 가이드를 자처했다. 트레킹화를 신고 야상을 입고 마이크까지 장착하고 나와 도갑사 일주문 앞에서부터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지역의 식자재로 남도를 담아낸 도시락을 소개해 주셔서 맛진 저녁을 할 수 있었다.



@ 무안 김호산 이사장님은 소식 듣고 신안으로 넘어오셨다. 짧게 점심을 함께 했던 그는 무화과즙 두 박스나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덕분에 여행 내내 단체버스에서 물 대신 무화과즙을 마실 수 있었다.


@ 광주시립미술관 김준기 관장님이 일일 초대가수가 되어 주었다. 사직동 통기타거리 단골집 ‘설화’에서 직접 작사한 노래를 들려주셨다(그냥 아는 노래 불러주셨으면 더 좋았을 듯. ㅋㅋ)



@ 호랑가시아트폴리곤 정헌기 관장님은 언제나처럼 멋진 은빛머리를 휘날리며 나타나 직접 양림동 투어를 시켜주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양림동이, 광주가 달리 보인다. 야밤에 아트폴리곤의 글라스하우스를 오픈해 주셔서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일행을 십년후그라운드로 초대해 양림동의 도시재생 역사를 브리핑해 준 주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님이 호리두유로 게스트하우스 냉장고를 채워 주셔서 매일 아침 구수한 두유로 하루를 열 수 있었다.



@ 그리고 여행 참가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일 일 환대를 보여준 인경숙 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감도 가져오고, 귤도 가져오고, 커피도 내려 주시고. 그저 감사할 따름.


일단 기억나는 것들만 메모해 보았는데도 이 정도다. 남도의 넘치는 정을 느끼고 올 수 있었던, 부족함 없는 여행이었다. (설마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는 사람은 없겠지?)


주)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소모임으로 남도여행클럽을 만들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댓글이나 DM 주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하라 사막에서 찍은 사진엔 보정이 필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