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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Nov 24. 2021

'1000대의 관광버스를 가진 기업'이 준 상상력

남도 여행은 K-관광의 미래다, 여기서 제2의 하나투어가~


‘1000대의 관광버스를 가진 기업’, 지역문화 기획자 이한호 대표가 금호고속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1000대의 관광버스를 중심으로 K-관광의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코로나19 2년 동안 주로 답사했던 곳이 남도다. 사람들과 함께 갈만한 곳을 물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남도로 향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져서 국내여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반만 실현되었다. 여행은 활성화되었지만 여행업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개별여행을 주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도와 강원도/동해안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되었을 뿐 대부분의 지역은 이 축복에서 소외되었다.  


국내여행 골든타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일단 여행기자들은 다시 눈을 해외로 돌렸다. 해외 관광청 팸투어 초청이 시작되자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여행사들도 마찬가지다.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곳부터 신속하게 패키지여행 패스트르랙을 놓고 있다. 다만 여행자들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내년 봄부터는 다시 해외여행 쪽으로 무게중심이 되돌아갈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에 국내여행에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났다. 하나는 지역의 집중이다. 해외여행을 대체할 곳을 찾다 보니 제주에 관광객이 몰렸다. 그다음이 강원도의 동해안이었다. 이쪽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나름 먼 여행지인 울릉도도 이 수혜그룹에 포함되었다.  


다른 하나는 세대 집중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적은 2030이 여행을 주도했다. 관광버스로 차떼기를 하던 중장년 층의 당일관광이 거의 사라졌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줄면서 2030이 이 빈자리를 채웠다. 그렇지 않아도 관광정보가 2030 중심이었는데 세대 편향이 더욱 심해졌다.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양상은 프리미엄 숙소 집중이다. 해외여행에 준하는 소비성향을 채우려다 보니, 또한 코로나 방역을 신경 쓰다 보니 프리미엄 숙소 선호가 나타났다. 전국의 특급 호텔이 가장 먼저 마감되었고 펜션도 프리미엄이 더 빨리 마감이 되었다. 코로나가 국내여행의 고급화를 앞당겼다.  


여기에 하나 더 꼽는다면 스테이형 여행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전에도 ‘한 달 살기’가 있긴 했지만 이만큼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이왕 간 곳에서 격리되어 머무는 안전한 여행’을 하고 싶은 심리가 ‘한 달 살기’를 확대시켰다.  



다시 1000대의 관광버스를 가진 회사로 돌아와서, 이런 국내여행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했던 곳이 남도다. 제주도로 가장 많이 가고 그 절반이 강원도/동해안에 가고 그 절반이 가려고 하는 곳이 남도였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비행기로 가고, 강원도/동해안은 자가용으로 가지만 남도는 난해하다. 기차와 렌터카로 해결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솔루션으로서의 여행업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해외 여행자들이 몰려와서 K-관광이 활성화 된다면 '제2의 하나투어'가 될 수 있는 곳으로 1000대의 관광버스를 가지고 있는 금호고속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애물단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K-관광이 활성화 되면 점과 점을 잇는 관광버스가 절실할 것이다.  


여기에 남도의 큰 장점, ‘미식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법성포의 굴비, 벌교의 꼬막, 목포의 민어, 영산포의 홍어, 무안의 낙지, 곰소의 젓갈 등등 관광객을 수용할만한 미식존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이런 곳은 관광객들을 위한 정식 밥상이 준비되어 있어서 언제든 활용이 가능하다.  


남도의 경관자원은 ‘아직 경험해보지 않는 풍경’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대부분이 이름만 들어봤을 뿐 가보지 않은 곳이다. 남도의 매력이 폭발하는 때는 가을 추수기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담장 위로 익어가는 감은 보는 이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석양 명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남도의 강점이다.  


약점은 숙소다. 남도는 숙박자원이 빈곤하다. 여수를 제외하고는 호텔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료칸이나 온천호텔처럼 남도의 맛을 경험하게 하는 음식호텔이 들어선다면 각광받겠지만 현재는 이런 곳이 없다. 리노베이션을 하지 못한 낡은 호텔, 수도권보다 낡은 펜션 그리고 모텔 정도다. 요즘 세대와 눈높이를 맞춘 것은 게스트하우스 정도다.  


어찌 되었건 ‘해결해 줘야 할 일’이 남은 남도는 국내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을 구성할 때 최적지다. 이렇게 구축된 패키지여행은 주한 외국인/ 해외 교포/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남도가 K-관광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제주도와 강원도/동해안에 비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도여행에 승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심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훈훈한 인심은 여행자의 여행감을 높여준다. 그래서 남도와 꾸준히 인연을 맺어가고 있다. 좋은 여행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나온다. 남도는 관계를 맺어가는 일을 중시하는 곳이다. 그래서 지난주말에 ‘남도 인물 기행’을 위해 답사를 다녀왔다.  



나주 여행 계획 : 남우진 송일준 고형석 김인환 박태후

함평 여행 계획 : 박지현 한후종

무안 여행 계획 : 김호산

신안 여행 계획 : 김수지 (박나영)  


언제나처럼 사람이 여행계획이었다. 각 지역에서 우리 답사팀을 이끌어줄 지인을 세워놓으면 여행 계획이 끝난다. 여행 기획자의 일은 그저 데려가는 일이다. 일단 데려가면 코카서스가 쿠바가 캄차카가 다 알아서 하니까. 남도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시간 좀 내주십사’ 지인을 섭외하는 것으로 끝이다.  


남우진 39-17마중 대표는 언제 들어도 새로운 나주 원도심의 문화적 도시재생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처음 나주로 우리를 이끌었던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은 지방선거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찾아 나주별곡을 들려주었다. 고형석 트레비어/나주혁신점 대표는 홍어육회 홍어피자 등으로 신개념 홍어미식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이번 여행 최대 성과는 김인환 신부님과 ‘수도원 템플 스테이’를 협의한 것이었다. 방치된 수도원을 너무나 매력적인 공간으로 생명을 불어넣으셨다. 이제 수고하고 짐 진 도시인을 위한 남도 여행을 자신 있게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비밀의 화원’을 허락해 준 박태후 화백 덕분에 ‘파초의 꿈(꽃)’을 보게 되었다.  


함평에서는 한후종 셰프님의 손맛 덕분에 가장 가성비 있게 함평한우를 즐겼고(한우초밥), 늘 지역을 고민하는 박지현 쌤이 선물한 손불낙지로 낙지초무침, 탕탕이, 연포탕, 낙지죽, 낙지라면까지 맛있게 완주할 수 있었다. 무안에서는 토글토글고구마 김호산 대표 덕분에 맛있는 고구마를 고르는 방법과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신안에서는 신안군청 박나영 계장이 알려준 맛집과 오랜 후배 김수지 변호사가 안내한 태평염전에서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이 답사 전에 올해 기획한 동편제마을에서 ‘남원 미식 스테이’를 미디어와 전문가들에게 선보였다. 최고의 돼지 육종 전문가인 박화춘 박사의 버크셔K(지리산 흑돼지)를 불로 굽지 않고 열로 익힌 바비큐, 이 버크셔K로 만든 각종 샤퀴테리를 와인과 페어링 해서 맛보고, 가고시마 흑돼지처럼 샤부샤부를 해서 그 이상을 경험했다. 남도 미식 여행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내년에 1000대의 관광버스가 지나게 될 미식 루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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