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본 프리미엄 여행 설명회를 가졌다. 통상적인 일본 패키지여행보다 25%~33% 정도 비용을 더 들여 스펙을 끌어올리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21세기 들어 한국의 숙박이 콘도/펜션/러브호텔 등으로 역주행하는 동안 일본의 숙박이 얼마나 성장/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로, 호시노 계열 료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과거의 유산을 잘 이어받아 해외 호텔 브랜드들이 절대로 따라오지 못할 경지는 일본은 구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고급 숙소를 비교하면 '누려보지 못한 자의 고급'과 '누려본 자의 고급'으로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고급 숙소로 알려진 시그니엘,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파이어를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이 쳐다라도 볼까? 그러나 호시노 계열 료칸에 대해서는 그들도 도달하지 못할 경지를 절감할 것이다.
한국은 라이프스타일이 변해가면서 콘도와 펜션이 두 가지 측면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일단 단체여행이 줄고 여행지에서 직접 음식 해 먹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콘도와 펜션의 조리시설은 계륵이 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수백 년 전의 숙박 공식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다이묘의 본진으로 활용하던 고급 료칸, 사무라이들의 숙소인 보통 료칸 그리고 짐꾼들의 숙소인 민숙. 모두 저녁식사를 제공해서 여행 중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를 중심으로 보낸다.
핀트가 어긋난 한국의 숙소와 수백 년 동안 가치를 유지하는 일본의 숙소의 또 다른 차이는 누려보지 못한 자들이 구현하는 고급과 누려본 자들이 구현함 고급의 차이다. 누려본 자의 고급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체험한 호시노 카이 료칸에서 그 차이를 절감했다.
일본 료칸계의 전설이 된, 일본 숙박업계의 백종원, 요시하루의 ‘호시노 카이‘ 카와지와 키누카와에서 연이어 숙박한 적이 있다.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요시하루가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면서 어떻게 혁신해 나가는지 궁금해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어떻게 기존 료칸을 리노베이션 했나 궁금했는데, 직접 숙박해 보니 더한 것보다 뺀 것이 더 많이 보였다. 호시노가 고급을 달성하는 방식은 '뺄셈의 미학'이었다. 일단 료칸 로비와 방에서 ‘예술’을 거세했다. 그 부분이 돋보였다. 누려본 자가 고급을 구현할 때는 고급스러운 것들을 함부러 빌려오지 않는다. 그러면 거기까지 밖에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의 료칸은 오너의 수집품들을 과시한다. 고급스러운 것을 끌어들여 고급스럽게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쇼룸이 요시하루에게는 철 지난 트로트처럼 보였나 보다. 고급스러운 것을 구현할 때 그들은 정공법을 택한다. 그들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냉정히 들여다본다.
뽕끼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통기타를 놓았더니 사람들이 스스로 연주를 한다. 카와지에선 흔한 민예품도 전시하지 않고 맷돌 몇 개 놓고 지역 특산물인 콩을 갈아보라 하고 닥종이를 만들 수 있도록 종이 걸러낼 물을 채워 놓았다. 마치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론을 구현해 놓은 것처럼.
키누카와에선 입구에서 로비까지 푸니쿨라를 연결해서 회랑효과를 도모했다. 극장에 들어설 때 공연장과 바깥 공간 사이의 중립 공간인 회랑이 확실한 단절을 시켜주는데 비슷한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일본 전자회사를 제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장점을 철저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우리 관광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장점을 넘어서야 한다. 두 호시노 카이 숙소를 이용하고 없앤 것/더한 것/유지한 것을 재정리해 보았다(카와지의 경우는 이랬는데, 키누카와는 일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