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같지 않은 은퇴 후 여행

2026 트래블러스랩 여행토크 - 국은주 편

by 고재열 여행감독


주) 매월 한 명씩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멤버 한 분을 ‘이달의 클럽 마담’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선정되신 분과 여행토크를 진행하며 함께 ‘어른의 여행’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손님으로 모신 분은 ‘쿠바기행’ ‘동유럽소도시기행’ ‘일본 사케투어’를 함께 하신 국은주 쌤입니다. 활발한 사회활동 후 은퇴 후 여행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계십니다.


국은주 쌤과의 인연은 많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라디오PD로 일하셨는데 제작하시는 프로그램에 제가 출연한 적도 있고요.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방송장악에 맞서다 귀양 생활도 하시고. 암튼 세상이 거칠었던 시절 맺어졌던 인연이 여행으로 이어져서 좋았습니다.


체력이 안 좋은 스타일로 전혀 보이지 않는데 본인은 저질 체력이라고 우기십니다(실제 여행을 해보면 그런 것도 같고). 암튼 여행체력이 안 좋은 분이 마음이 앞선 여행계획을 세웠다가 현장에서 들었던 생각을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겁니다. 1/20 국은주 쌤을 모시고 2026년 첫 번째 여행토크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래는 국은주 쌤 글입니다)


그날은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18일 차였다. 전 날 바르셀로나에서 남편은 서울로 돌아가고 나는 리스본으로 왔다.

다시 혼자가 되니 어쩐지 쓸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느긋하기도 해서 늦게까지 침대에서 뒹굴고 있던 참인데 대학여자동기들 톡방이 시끌벅적, 오래간만에 한번 만나자는 얘기가 오갔다.

나는 지금 '혼여(혼자 여행)'중이라 못 가니 재밌게들 놀아라 했더니, 용감하다, 씩씩하다, 좋겠다, 부럽다... 등등의 덕담이 나오다가, 여행 잘하고 와서 은퇴자를 위한 여행 꿀팁과 비결을 잘 전수해 달라는 요청으로 톡이 마무리됐다.

딱히 계획된 일정이 없던 오전이라 호텔방에 누워서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리스본 호시오광장의 소음을 다정하게 느끼면서 천장을 말똥말똥 바라봤다. 은퇴자를 위한 여행꿀팁이라고?



2024년 9월 1일로 안식년에 들어갔고 2025년 8월 31일로 정년퇴직을 했으니 '은퇴 후 여행'의 너른 들판에 진입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단기 국내여행이나 가까운 일본과 동남아여행을 빼고 보면,

24년 9,10월에 20일간 로마 피렌체 여행

11월에 18일간 쿠바 토론토여행

25년 4,5월에 28일간 체코, 동유럽 소도시, 독일 예술기행

9,10월에는 28일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했다

그래, '퇴린이'로서 그동안 깨달은 거래한 번 정리 해보지 뭐.

그래서 해봤다.

(아래글은 <은퇴자를 위한 장기여행 꿀팁>이라고 쓰고, <내 맘 같지 않던 은퇴 후 여행>이라고 읽는다.)



1. 다 볼 수는 없다.

ㅡ아직 회사원일 때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은퇴 후에는 한 도시에서 한 달씩 살면서 최소 열개의 도시를 여행하겠다며 '열한 살 프로젝트'(열 도시 한 달 살기)라고 명명하고 도시리스트를 만들었다. 또 그 나라 말을 배워가서 로컬 사람들과 초보회화라도 하면서 현지의 정을 느껴보겠다고, 야무진 꿈도 꾸었었다.

막상 은퇴하고 여행을 시작하고 보니 여행에도 다 단계와 수준이 있는 건지 아직은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세상은 넓고 가고 싶은 곳은 많아서, 한 달을 한 도시에 뭉개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달까ㅋ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로마에서만 8일을 묵었는데도 떠나려고 보니 여전히 못 가본 곳 투성이고, 아쉽게도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지나친 카피톨리노 박물관 같은 곳이 셀 수 없이 많았다.

ㅡ이탈리아 가서 써먹겠다고 안식년 시작 전부터 듀오링고로 이탈리어를 1년 넘게 배웠다. 근데 막상 가보니 기초 인사 말고는 잘 들리지도 않았고 말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래도 발음체계를 알고 단어를 읽을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처음 도착해서의 생경함과 낯설음을 줄여주는 효과는 있었다

몇 달 정도 산다면 모를까 현지인과 교류할 기회도 사실은 잘 없을 것 같았다.

쿠바 가기 전에도 스페인어 배운다고 깝죽거렸었는데, 여행 다녀와서의 결론은, 그나마 조금 되는 영어라도 확실히 해두자였다.

ㅡ마드리드에서 프라도 미술관을 안내했던 도슨트 말로는 하루 9시간씩 석 달을 매일 출근해야 프라도의 전 작품을 겨우 한 번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대학 1학년때 올라와서 40년 넘게 살고 있는 서울에도 못 가본 데가 얼마나 많은가. 1주일이나 열흘로 로마나 바르셀로나 같은 곳에서 욕심부리는 게 언어도단이다. 겸손해졌다.


2. 니 자신을 알라

ㅡ은퇴하고 보니 마음은 30-40대인데 몸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예전 생각만 하고, 새벽부터 미술관에 박물관에 유적지까지 맹렬하게 다녀봤으나, 나의 체력과 집중력이 하루 2곳 이상을 허락지 않았다. 갈 수는 있어도 너무 피곤해서 오후에는 무릎이 꺾였고 감상과 감동도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네 차례의 장기여행 후 내린 결론은, 하루에 한 곳 보고 느긋하게 점심 먹고 오후에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해 질 녘에 슬슬 다시 나와서 숙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산책하고 맛있는 저녁 먹기! 이게 가장 이상적인 플랜이었다.

ㅡ작년 로마에서 10/17일에 귀국했다가 11월 1일에 쿠바여행을 위해 다시 출국했다. 무리가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몸이 훨씬 더 힘들었다. 그 뒤로 몇 번 더 장기여행을 다녀보니 나의 경우, 여행과 여행 사이에 최소한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했다. 시차 회복을 포함해서 여독을 풀고 다시 체력을 비축하는 게 예전 같지 않았다. 또다시 겸손해질 수밖에.



3. 어디서 잘 것인가

ㅡ그러다 보니 호텔의 위치가 상당히 중요했다.

자유여행 준비하면서 호텔을 고르려면 늘 머리를 쥐어뜯었다. 조금만 떨어진 곳으로 가면 4,5성급 호텔에 묵을 수도 있고 방 크기도 키울 수 있는데 위치가 좋은 곳은 어느 도시나 코딱지만 한데도 비싸기 마련이다.

젊었을 때는 그게 가능했다. 돌아다니다 힘들면 버스나 지하철로 돌아가서 쉬다가 다시 힘내서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그게 쉽지 않았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 안 나오고 싶어졌다.

별 개수보다, 방 크기보다, 가장 중요한 건 접근성이었다.

ㅡ이번 여행에서 마드리드 아토차 역 앞 #sleepnatocha 호텔에서 4박을 했다. 구글 평점이 무려 4.8이어서 예약을 하긴 했지만 2성급인 호텔이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결론은 대만족이었다. 마드리드에서 주요 목적지였던 프라도 미술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모두를 걸어서 갈 수 있었고 아침마다 제공된 조식은 어느 고급호텔보다 정성스러웠으며 직원들은 친절했다. 노랑과 파랑의 산뜻한 인테리어, 천장에 심어놓은 스테레오 블루투스 스피커, 위트 있는 안내표지판까지 맘에 쏙 들었지만 그중 제일은 아무 때나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다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sleepnatocha 내부 사진들)


4. 짐이 원수구나

나는 뭘 시작하면 관련된 물건부터 준비하고, 한 번 준비를 했다 하면 준비물 일체를 한꺼번에 사는 스타일이다. 폼생폼사이기도 하고.

그래서 안식년 돌입 1년 전부터 퇴직 후를 준비한다고 20인치, 26인치, 29인치 캐리어를 세트로 일찌감치 구입해 놨다.(설마 기존 쓰던 게 없었겠는가ㅋㅋ)

나보다 6개월 빨리 퇴직한 동료가 요즘에는 이게 여행필수품이라면서 브란덴 압축백이라는 걸 추천하길래 이 또한 세트로 바리바리 준비해 놨다.


드디어 첫 3주간의 여행을 앞두고

준비물을 다 넣어 보니 29인치가 꽉 찼는데 가방을 들어보니 한심했다.

초반에 남편이랑 같이 다닌다 해도 최근 어깨가 아픈 남편에게 29인치짜리 가방을 옮기라고 할 수도 없을뿐더러 남편 떠나고 나서 근 2주간의 자유여행+패키지여행 동안 나 혼자 29인치 가방을 건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줄이고 줄여서 26인치에 욱여넣었는데 실전에서는 그것도 많이 힘들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작년 9월, 기간은 28일로 1주일 더 늘었지만 짐은 24인치로 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 이상 여행 가면서 20인치 기내용 캐리어를 가볍게 들고 타는 혼여 동료가 꽤 눈에 띄었다. 내년 4월에는 만 한 달을 넘어 34일짜리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어떻게든 나도 20인치로 줄여서, Baggage Claim 앞에서 짐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비행기 내리자마자 휘파람 불면서 유유히 걸어 나가는 게 목표다.

ㅡ처음에는 여행날수에 맞춰서 내의와 양말을 챙긴 적도 있었는데 해보니 내의와 양말은 3개면 충분했다. 저녁에 샤워하면서 그날그날 빨아서 수건에 꽉 짠 뒤 널어두면 건조한 호텔방에서 어지간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다 말랐다

ㅡ그다음 겉옷!

원래도 옷을 많이 가져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행 내내 같은 옷만 입는 건 지루하기도 하고 종종 음악회나 괜찮은 식당도 가야 되니 심플한 원피스랑 스카프에, 트레킹화 아닌 단화라도 한 켤레 있어야 한다.

최대한 구겨지지 않는 옷으로, 서로 겹쳐 입을 수 있을 수 있는 옷들로 아직은 그 조합을 열심히 연구하는 중이다

ㅡ여행준비물 기준안을 만든다

직업상 여러 사람과 여러 가지 사항을 동시에 챙겨야 하다 보니 책상 앞에 To Do List가 항상 붙어있었고 일의 초반, 중반, 종반에 색깔이 다른 볼펜으로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다.

여행 준비물도 그렇게 정리했었는데 작년부터는 에버노트에 기준안을 만들어서 저장해 뒀다.

친구가 공유해 달라 해서 보내줬더니 해외로 나가는 이삿짐 목록이냐고 웃었는데, 핵심은 그걸 다 들고 가는 게 아니다. 여행 목적지와 성격에 따라 가감해서 조정한다. 하지만 남들과 달리 나에게만 꼭 필요한 준비물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두면 짐 싸기가 훨씬 빠르고 수월해진다

(기준안 캡처 사진)


5.. 잘 먹는 것도 좋지만

ㅡ여행지에서 먹는 게 상당히 중요한 즐거움이다 보니 맛집 정보를 많이 수집하기 마련이다.

여행 출발하기도 전부터 구글맵에는 맛집으로 저장된 빨강 하트가 가득했고 특히 여행초반에 가이디드 투어를 하게 되면 현지가이드로부터 전수받는 로칼맛집 리스트도 두툼하다.

재작년 첫 여행에서는 그 맛집들을 점심과 저녁에 순례하려고 노력했었는데 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맛집과 볼거리를 동시에 쫓아다니다 보니 동선도 꼬이고 위장도 꼬이는 느낌이랄까. 나는 맛집보다는 미술관이나 음악회에서 더 큰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작년부터는 맛집이냐 볼거리냐 그날의 메인을 먼저 하나 정해놓고 그 반경 안에 들어오는 곳이 있으면 가고 없으면 패쑤했다. 그랬더니 위장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6.Serendipity, 어쩌다 마주친 그대

ㅡ바르셀로나에서 근 4시간 반에 걸친 가우디 투어를 마치니 녹초가 되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투어가 종료됐는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른다는 맛집이 근처에 있단다. 갔더니 웨이팅 줄이 하염없이 길었다. 바로 포기하고 맞은편에 이름 모를 일본식 일본전골집에 들어갔다. 엄지 척! 시원한 냉방과 차가운 물,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했다, 그 순간 나에게는. 게다가 런치스페셜로 나온 일본전골는 맛도 좋았다.

ㅡ알람브라궁전 건너편 알바이신 지역에 일몰과 야경을 보러 갔다. 많은 인파와 즉석 버스킹으로 떠들썩한 언덕에는 앉을자리는 물론 서있을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아래에 식당이 보였다. 구글평점은 인색했고 사람도 너무 많아 보여 자리가 있을까 싶었지만 물어나 보자 싶어서 갔더니 바 말고 레스토랑은 자리가 있다고 했다. 음식 맛이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레스토랑 창으로 바라본 알람브라의 야경이 이번 스페인 여행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ㅡ세비야에서 33도의 뙤약볕 아래 시내투어를 하고 대성당까지 보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 정신없이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 보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딱히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이사벨 2세 다리가 나왔다. 우리로 치면 한강 고수부지랄까. 현지 청춘들의 데이트장소인 모양이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강둑에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아 천천히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그날밤의 달과 다리와 강물결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켰다. 그 밤, 서늘한 달이 바람에 스치었다.

(다리 사진)


7. 예쁜 쓰레기 주의보

40년 전부터 내 여행 기념품은 그 도시의 마그넷과 현지 스타일의 옷 한 벌이었다.

네팔 카트만두 시장 골목 양장점에서 히잡과 원피스 세트를 맞춘 것을 필두로, 터키 이스탄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이란의 이스파한, 모로코 마라케시 광장의 시장에서 빠짐없이 로칼 옷 한 벌을 사들고 돌아왔다. 자주 입은 옷도 더러 있었지만 일상용으로는 너무 튀어서 옷장만 차지하다가 어딘가에 기부한 옷이 사실은 더 많았던 것 같다.


은퇴 후 여행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뭔가를 사들고 오는 것이었다. 이미 모아놓은 마그넷만 해도 현관벽을 다 채우고도 남아 다락에 쌓여있고 옷은 앞으로 20년간 한 벌도 안 사도 될 지경이다.

예쁘다는, 독특하다는, 여기에서만 살 수 있다는 각종 핑계로 더 이상 '예쁜 쓰레기'를 사지 말아야 한다. 들었다 놨다를 수차례 하다가 정 아쉬우면 사진 속에 담았다.

은퇴자의 장식장과 옷장은 이미 지난 40여 년간의 기념품으로 차고 넘치니 말이다.



8.. 세상은 진화중

ㅡ혼자 여행을 할 때마다 구글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동서남북 분간이 안 되는 심한 길치인 나에게 낯선 도시에서 구글 지도와 길 찾기 앱은 거의 생명줄과도 같았다. 구글번역기는 또 어떻고. 체코에서 아주 잘 써먹었다.

그러나 구글평점은 반드시 모수를 확인해야 된다. 바르셀로나 산파우 병원 앞에 베트남식당은 4.7 평점에 혹해서 들어갔는데 기름투성이에 너무 짜고 비싸기까지 했다. 너무 화가 나서 그제야 찬찬히 보니 평가자가 겨우 백여 명 수준이었다. 일가친척을 평가에 동원한 모양이었다ㅋ 적어도 1000명이 넘으면 믿을만했다.

ㅡ작년 가을 스페인 여행에서는 똘똘한 비서를 한 명 채용했다. 간간이 무료로만 이용하던 챗gpt를 바르셀로나에서 유료화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도슨트 없이 갔을 때 추천 동선, 작품설명 등을 즉문즉답 해주니 편리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피카소의 게르니카 전시실을 엉뚱한 방으로 가르쳐 주는 등 어이없는 오류도 많긴 했지만 만족도가 높았다.

여행 기획 단계에서 투어 루트와 일정을 구상할 때도 AI비서는 도움이 많이 됐다.

ㅡ어떻게 혼자 여행을 다니냐고,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은데 요즘에는 여행플랫폼이 잘 발달돼 있다. 예전에는 트리플이나 KKday, Getyourguide를 섞어서 이용했었는데 요즘은 마이리얼트립이 대세인 것 같다. 웬만한 도시에 한국인 가이드 투어가 있는 건 물론이고 근교도시 데이투어도 효율성이 높다.

요즘에는 샌딩 투어도 꽤 많아졌다. 포르투갈은 특히 볼만한 소도시들은 많고 캐리어 들고 버스탈 일이 걱정이었는데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이동할 때 샌딩투어를 이용했더니 캐리어 걱정 없이 소도시들을 들러들러 올라가니 아주 편안하고 만족도가 높았다.



9. 혼자? 둘이? 여럿이? 함께?

ㅡ지난 1년 반 동안 혼자 자유여행/남편과 부부동반여행/패키지여행/고트랩 여행/을 골고루 경험했다.


한마디로 장단점을 정리해 보자면

혼자는, 뿌듯한데 고독했다

둘은, 맘이 편한데 수시로 티격태격 싸웠다.

패키지는, 몸은 편한데 끝나고 돌아보면 어딜 다녔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난다

고트랩은, 다니는 동안 참 즐거운데 매끼니의 음주 때문인지 인생최대 몸무게를 찍고 왔다. 어딜 다녔는지도 사실 기억이 쫌 희미하다.ㅎ

앞에 두 개는 자유형이고 뒤에 두 개는 단체형이니 아무래도 앞은 주도적이고 뒤는 수동적이기 때문이겠다.

이 중 무엇을 취하든지 다 좋을 수만도 다 나쁠 수만도 없다. 때에 따라 목적지에 따라 따로 또 같이 하며 내 뜻대로 안 되는 지점에서조차 소소한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베스트다.


10. 더하기보다 빼기를!

ㅡ바쁜 회사 생활 중에 필사적으로 온 휴가도 아니고 출장은 더더욱 아닌데, 정신 차리고 보면 아직도 일하듯이 여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회사 다니던 시절 버릇을 못 버리고 뭐든지 최대치로 하려고 애쓰다 보면, 일찌감치 퍼지든가 다녀와서 크게 앓는 형식으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은퇴하고 1년 4개월간 다녀보니, 은퇴 후의 여행에서는, 욕심도 기대도 의욕도 열정까지도, 넘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자라는 것이 낫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배고픔보다는 과식이 더 문제가 되는 나이가 됐달까.



11. 진짜로 중요한 것.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중요한 네 가지를 꼽는다면 돈, 시간, 의욕, 체력이 되겠다


ㆍ돈ㅡ절약모드냐 럭셔리모드냐, 필요에 따라 비행기, 호텔, 식당 수준을 조정하면 예산을 줄이거나 늘릴 여지가 꽤 있다.

ㆍ시간ㅡ백수가 되면 공기만큼 시간이 많아질 줄 알았지만 천만의 말씀, 백수과로사가 괜한 말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잘 조율해야 여행 갈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ㆍ의욕(호기심, 열정)ㅡ우선순위를 조정해서 시간을 확보하려면 필요한 게 의욕, 여행욕이다. 누구나 여행을 좋아할 것 같지만 주변에 의외로 집순이, 집돌이들도 많이 있다. 내가 진짜 낯선 곳으로의 여행운 원하는 건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ㆍ체력ㅡ이중에 제일은 체력이라. 돈, 시간, 의욕이 충만해도 체력이 안 받쳐주면 만사휴의다. 게다가 체력을 기르는 데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러니

은퇴자들이여, 여행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와 함께 헬스장에 가서 Lat Pulldown과 Hip Adduction과 천국의 계단을 오르자. 이 모든 이야기는 당신의 튼튼한 다리와 심장, 그리고 남부럽지 않은 근육량에서 시작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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