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정보, 이런 스타일?

여행정보의 소포모어 콤플렉스

by 고재열 여행감독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정보의 스타일은 이렇다.


“서울에서는 말이야, 신당동 가서 떡볶이 먹고, 신림동 가서 순대 먹고, 왕십리 가서 곱창 먹고... 한강 가서 유람선 타고, 남산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열쇠 잠그고, 인사동에서 전통카페 가는 거야~”

라고 서울 여행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면 서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 서울사람들도 그런 방식이 서울을 느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라고 동의할까?


아닐 것이다. 그런데 실제 여행지에서 공유되는 여행 정보는 배부분 이런 식이다. 그리고 수행평가를 치르듯 이런 여행숙제를 하나 둘 담아간다. 이것이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일까? 이런 지엽적인 체험에 집착하다 보면 그 도시 자체를 느끼는 큰 느낌을 받을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여행은 역설의 도가니탕이다. 목표를 정하면 목적을 잃는다는 역설도 그중 하나다. 도시 여행 중에는 목표를 정하지 않는 것이 그 도시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는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 목표를 정하는 순간 목적을 잃기 십상이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사람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 도시에 그것을 위해 온 것처럼 행동한다.


여행정보를 취할 때는 관점을 가지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여행정보를 올리는 사람은 주로 2030 세대다. 그런데 이 정보를 5060 세대가 활용할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들과 여행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짜장면 짬뽕이 맛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오향장육이나 팔보채의 맛도 알게 된다. 자신의 눈높이에서 여행 정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전국의 짬뽕 맛집이나 닭강정 맛집 혹은 물회 맛집 중에는 강릉 속초에 있는 곳들이 많다. 기성세대에게 강릉 속초가 맛의 고장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2030 세대 맛집은 강릉/속초에 즐비할까? 그들이 제주 다음 선호하는 여행지가 강릉/속초고 그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요리가 짬뽕 닭강정 물회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전파성이 로컬 맛집을 전국구 맛집으로 등극시켰다.


이런 여행정보는 대학 2학년 생이 가장 아는 척을 한다는 소포모어 콤플렉스와 비슷하다. 박사과정 석사과정 4학년 3학년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조심하는데 2학년은 1학년을 만나면 아는 척하느라 정신이 없다. 여행정보의 속성도 이와 비슷하다. 한두 번 가본 사람이 가장 아는 척을 한다. 여행정보를 취할 때는 이를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 하와이크루즈를 갔다가 마지막날 호놀룰루 시티 워킹투어를 하는데 멤버들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며 포케니 로꼬모꼬니 무수비니 이런 것들을 분주히 챙겨 먹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해본 생각이다. 현지 음식을 경험하는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와이키키 해변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비중이 큰 일일까?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나만의 하와이'를 발견하는 일이다. 이번에 발견한 '나만의 하와이'는 꼬리곰탕이다. 포케니 로꼬모꼬니 무수비니 하는 것들보다 '진짜 하와이에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에서 꼬리곰탕은 면과 함께 나온다. 한국 꼬리곰탕보다 1.5배 정도 건더기가 실하다. 귀국 전날은 1일 2 꼬리곰탕을 하고 왔다.


하와이 꼬리곰탕면은 LA갈비처럼 한식 메뉴가 보편화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하와이 로컬식당엔 일본 음식 영향을 받은 음식이 많은데 이제 한식 영향을 받은 음식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LA갈비다. 뼈의 단면이 들어가게 잘라서 달짝지근한 갈비 양념에 재워서 굽는 갈비, 한식당이 아니라 하와이 로컬식당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주로 K-BARBEQUE라는 메뉴로 팔린다.


이런 LA갈비처럼 로컬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꼬리곰탕면이다. 이번에 오가닉 푸드를 파는 레스토랑과 숙소 근처의 베트남식당에서 마주쳤다. 오가닉 식당은 푹 익혀서 한국 꼬리곰탕처럼 살점이 연했는데 베트남식당에선 충분히 푹 익히지 않았는지 조금 질긴 느낌이었다. 하지만 둘 다 맛은 너무나 좋았다.


저널리즘 격언 중에 그런 말이 있다. ‘기획대로 작성된 기획기사는 좋은 기획기사가 아니다. 그건 취재를 열심히 안 했다는 증거일 뿐’. 야행도 마찬가지 아닐까 계획대로 된 여행은 최고의 여행은 아닐 수 있다. 현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대로 시험하지 않은 것이니.


일상의 지배논리는 합리다. 합리적 소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합리적 소비를 도모하는 이유는 어딘가에서 무엇인가에 허비할 여유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여행은 허비의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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