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것만이 전진이 아니라는 걸...
멈춤이 답이었다
달리는 것만이 전진이 아니라는 걸 봄볕 아래서 알았다
새로운 일을 앞에 두고 이상하게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처음엔 그게 두려움인 줄 알았다. 또 시작도 하기 전에 핑계를 찾는 건가, 스스로를 다그쳤다. '실행이 답이다'는 말을 믿어온 사람답게, 이 멈춤이 낯설고 못마땅했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이건 회피가 아니라 신호 같았다.
오늘 볕이 유독 좋았다. 도보로 30~40분 거리에 볼일도 생긴 김에, 걷기로 했다. 그냥 걸었다. 이어폰을 꽂고, 발걸음을 옮기면서 주변을 보니 봄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서두르는 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걷는 동안 들은 동기부여 영상 하나가 정신을 번뜩 들게 했다. 몇 조 자산가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나락에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다. 핵심은 이거였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진정한 충족감 없이는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
그 말이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운영하던 가게를 그만뒀다. 그러고 나서 나는, 마치 공백이 잘못인 것처럼, 빨리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취형 인간의 고질병이랄까. 결과를 내지 못하면 뭔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착각.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전진이라고 믿어버리는 습관.
그러다 문득 돌아보니, 작년부터 매일 해온 루틴들이 떠올랐다. 분명히 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하고 있다'는 것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양만 채웠지, 깊이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좀 더 연구하고, 좀 더 집중했더라면 달라졌을 텐데. 작은 아쉬움이 올라왔다.
집에 돌아와 오래 손에 잡지 않았던 토니 로빈스의 『거인이 보낸 편지』를 집어 들었다.
그 안에 이런 말이 있었다.
"어떤 문제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어떤 문제도 나의 전체 인생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일관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계속해 나간다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일관성. 그게 전부였다.
새로운 걸 또 벌이는 게 아니라, 이미 하던 일을 더 깊이, 더 단단하게. 조급함을 내려놓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
미뤄뒀던 독서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자, 이상하게 가슴이 벅찼다. 뭔가 대단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데.
오늘 걸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
멈추는 것도 움직임이다. 느리게 가는 것도 전진이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라, 때로는 잠깐 서서 내가 왜 달리고 있는지를 묻는 것, 그게 더 큰 용기일 수 있다.
당신도 지금 너무 서두르고 있진 않나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진 않나요?
가끔은 멈춰서 봄꽃 한 번 보는 것도,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