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by 윤한솔

안녕, 익숙한 나의 불안.

가깝고도 먼 곳에 자리한 어둠.

다시 또 이렇게 인사를 건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행복할 때마저도 행복할 줄을 모르고

불안해하며 보내고 있지는 않니.

불안할 때에는 애써 어떤 희망이라도 찾으려 하고 있지는 않니.

과연 넌, 잘 살고 있니.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때에 하면 되는 거야.

억지로 있지도 않은 틀에 끼워 맞추고 슬퍼하고 자책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넌 언제나 다른 사람이 되곤 해.

어제보다 나은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몇 년 전보다,

더 이전보다 나아지는 사람이라서 안심이 돼.

매일 엉망이 되고 있다며 슬퍼하던 일기 속 너는

사실 너 자신이 아니었던 거야.

매일을 죽고 싶다고 써내려 가던 너는, 이제껏 살아왔는걸.


나는 알아.

스스로를 향한 수많은 불신 중에서도 몇 없는 굳건한 믿음 중 하나는,

그래 언제나 어디에서나 잘해왔고 잘해 나갈 거라는 거.

그거 하나만 믿고 다시 도전해보길 바래.

구질구질하고 지겨웠던 모든 것들에 안녕을 고하고 나아가야지.

그리고 나아져야지.

모든 것 그 모든 것들로부터.

이래서 나쁜 날 있었으면 저래서 좋은 날 있겠지.

그렇지 않니.


그거 알아?

우습게도 꽃이 새로 피는 곳은

꽃이 졌던 바로 그 자리라는 걸.

크나큰 모순 같이 느껴지지 않니.

져버린 그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대로 폐허로 머물 것만 같은데

꽃은 꼭 같은 자리에서 꼭 같은 나무에서 다시 피어나곤 해.

그러니 너 역시 무너졌던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새로 뻗은 싹에 사람이 날아와 머무를 것이고,

새로 틔운 가지에 사랑이 날아와 앉을 거야.

너를 너로서 봐주고 인정해 주고 쓰다듬어주는 이,

반드시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러니 너무 섣불리 좌절하지 마.


절망 없는 새 아침이 낯설더라도,

오늘도 하루를 망치고야 말 것 같다는 생각 없이 맞이하는 아침이

심지어 두렵게 느껴지더라도,

그래도 괜찮아.

가장 진부한 말 중에서도 가장 진부한 말, 그 말.

괜찮다는 말을 내가 너에게 수없이 건넬게.

우린 알고 있잔아.

아무것도 잘못된 것은 없고 아무것도 틀린 것은 없다는 걸.


이렇게 하루씩 하루씩

빛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순간을 기억한다면,

언젠가는 밀도 높게 단단해져 있을 거라 기대해.


오랜 날 스스로를 가둬왔잖아.

손 내미는 이가 이렇게나 많아.

널 응원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이가

이렇게나 많았어.

그러니 한 발짝은, 한 발짝 정도는 밖으로 나와도 돼.

손 잡아주고 안아줄 이들의 눈동자에 어린 빛만으로도

네가 가진 어둠 구석구석을 비출 수 있을 정도야.

그러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대로도 괜찮고

더 엉망이 된대도 괜찮아.

너를 믿고 나아가고 네 주변 사람들을 믿고 나아가렴.

나아서 가렴.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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