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빨리 자라는 손톱이 있고
유난히 빨리 자라는 마음이 있다.
너는,
다리 한구석에 자리 잡은 멍이고
눈 속에 들어간 속눈썹 한 올이고
긁은 적 없는 모기에게 물린 곳이며
미처 눈치채지 못한 손등의 상처이다.
언제 찢고 들어와 자리했는지 모르나
자각하니 이토록 아프다.
골목길을 지나는 개 한 마리의 갑작스러운 짖음이
온 동네 개들의 잠을 깨워 짖게 만들 듯
너의 단 한 번의 울림은
나를 깨워 진동하게 만들었다.
익숙해지는 만큼 멀어질까 두렵게 하고
설레지 않는 만큼 무뎌질까 불안하게 하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될까 봐
숨을 가삐 몰아쉬게 만들었다.
이 달콤함이 결국은 끈적임만을 남기게 될까 봐
매일 밤 네 꿈을 꾸며 앓게 만들었다.
눈을 떠 내 앞의 너를 확인하고
눈을 감아 네 꿈을 꾼다.
자고 일어나면 무엇이 현실인지 몰라 한동안 멍해지고
어느 것이 현실이면 좋을지 헷갈려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는,
나를 내가 아니게끔 바꾸고 싶게 만들었고
내가 나임에 감사하게끔 만들었다.
너는 자꾸 나를 무엇으로 만든다.
그 어떤, 무엇으로.
네게 건네받은 꽃과 같은 말들이 나를 둘러싼다.
다 시든 꽃을 버리는 것은
마음을 버리는 것과 같이 느껴졌던
언젠가, 언젠가의 오래된 날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를 둘러싼 이 말들은
만남의 끝인가 이별의 시작인가 하여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애꿎은 입술만 비죽거린다.
나는 매일 더욱 다채로워지며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새롭게 개입되어 간다.
무언가를 이끌어 갈 힘도,
뒤에서 밀며 갈 힘도 없지만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간다.
종착지도 모른 채,
혹은 그런 것 따위 알고 싶지 않은 체하며.
설익은 감정은 오갈 데를 잃고
마음 언저리를 맴돈다.
초록의 것을 건네주기엔 아직 떫기에,
손톱 옆에 들뜬 거스러미를 뜯다가
이따금 피를 내는 것으로 불안을 덜어본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고,
그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쩐지 슬픈 마음에서였다.
역시나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모르기에.
떨어진 것이 공간인지 마음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지금 너는 어떤 표정과 마음일까.
하늘을 날아가 몰래 보고 올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널 두고 다시 날아오는 길이 씁쓸해도
서글프지는 않을 텐데.
우리는 어쩌다 이 선 위에 놓여있나.
얇게 언 얼음 위를 손잡고 걸어가고 있다 하였나.
그렇다면 큰일이다.
이른 봄이 찾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