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9-10] 바빴던 두 주. 그리고 변화
승진이고 뭐고
출장 후 바빴던 두 주.
삼일정도는 저녁 9시까지 야근했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W9: 홍콩가서 시작한 일(A) 을 계속하며, 홍콩 가느랴 못했던 일(B)도 시작했다. 바쁘다 바빠. 홍콩가서 팀 직원들을 만나고, 팀 매니지먼트의 변화의 시작을 예고했다.
W10: 팀 매니지먼트 방식을 대대적(?) 으로 바꿨다.
내가 리딩하고 있는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은 팀은) 불행히도 언더퍼포머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들의 기량을 올리고 팀의 딜리버리를 이끌어내는게 내가 하는 일인데,
지금까지는 '아이고 잘한다 잘한다' 3살짜리 달래듯이 하나하나 말 그대로 템플릿을 줘서 가이드 해줘가며 이끌어 나갔다. 조금만 잘해도 물개박수를 쳐 가면서 역시 넌 할 수 있어 의 무한 긍정 리더쉽으로 이끌어나갔고, 그것만이 그나마 고양이손이라도 빌리며 우리 팀에서 끊임없이 개선과 결과물을 이루어 낸 방법이었다.
이후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며, 이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약간의 discipline 을 가미한 팀 운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1. 어느정도 팀의 일을 시스템화 시켜서 누군가 그만두더라도 지속가능하다고 느꼈고,
2. 내가 그들에게 본인이 아주 잘 하고 있다는 잘못된 메세지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3. 역량 그 자체가 올라오지 않으면 그들이 그들의 자리를 보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W10부터는 좀 더 직접적인 피드백, 그리고 스스로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들로 팀원들을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물론 난 스타일 자체가 기본적으로 "친절"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어서, 내가 이래봐야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큰 몰아부침이 아닐 수도 있다.
감정은 배제하되 명확한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다.
1)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자료를 팀원에게 부탁했을 때,
"제가 바빠서 3일 뒤에 제출할게요" 하면, 예전의 나라면 "흠......그래 그럼 3일뒤에 꼭 줘" 하고 일정을 조율했거나, 급한 일이라면 심지어 내가 그냥 해 버렸다.
지금은 "이건 너가 평소에 이걸 알고 있었다면, 2-3시간안에도 나올 수 있는 자료야. 너가 다른 일도 있으니까 이틀 줄게. 이건 너가 남는 시간에 해도 되는 일이 아니고, 시간을 만들어서 최대한 빠르게 제출해야 하는 일이야" 라고 이야기했다.
2) 어떤 일을 주었을 때, 스스로 생각해 보려고 하지도 않고 "이건 어떻게 해야해요?" "어딜 봐야 해요?" 라고 묻는 팀원에게 예전에는, 여기를 보고 저기를 보고 라고 곧장 친절하게 알려주었다면,
지금은 "너의 생각은 어떤데?" 라고 묻고 "잘 모르겠어요" 라고 당연하게 대답하는 팀원에게
"물어보기 전에 최소한 생각은 해 보고 니 아이디어가 있어야지" 라고 일침을 놓은 후에
"이 부서의 전략이 뭐지?" 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 대답에 맞춰서, 그럼 그 정보는 어디에 있겠어? 이런 식으로, 질문으로서 답을 유도하는 "압박스러운" 방식으로 알려주었다. 개인적으로 남이 불편해 하는 걸 못보는 성격이라 이런 방식을 피했는데,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이것 만이 답이라는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3) 요구한 일을 듀데이트에 늦었을 때
예전엔 "내가 오늘이라고 말하지 않았니? 어쩔 수 없지 내가 할게" 라고 하고 내가 어떻게든 막았다면,
지금은 "내가 정확하게 언제 언제 듀데이트 오늘이라고 말했다, 왜 아직 자료를 안 주니? 퇴근하면 어떻하니?" 라고 약간의 불편한 대화를 개시했다.
밤 8시에 집에서 회사 컴퓨터에 로그인한 직원에게 예전이라면, "걱정마 내가 커버했어" 라고 마음 편하게 넘어갈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지금은 "그거 아직 펜딩이야 지금 해 줄 수 있니? 오늘 듀데이트야" 라고 해서 받아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것들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그들이 고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내가 받아주고 참아주고 내가 다 뒷처리 하며 지난 1년을 하드캐리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냈었는데
이제 나는 이 회사에 내 자리를 존재감있게 세웠고, 내 편들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내가 해야할 영역이 커졌고 (더 커져야 하고),
더 이상 예전의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팀에 good enough 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위해 빨리 굿바이 하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내 나름대로는) 강하게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승진이고 뭐고, 두려움이 바탕이 되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이러다 내가 1년 동안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그나마 지금의 팀웍도 망하면 어떻하지? 이런 두려움은 현재를 유지하게 해주지만, 성장은 어림도 없다.)
승진이고 뭐고, 내가 내 자리에서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면,
승진이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진행시키고 있고,
처음엔 내가 마음이 좀 힘들었지만, 한 이틀 지나니까 우와 팀 매니지먼트가 너무 쉬워지더라.
그냥 버리면 되더라. 쟤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
그리고 지키면 되더라. 내가 이 팀을 어떻게 키우고,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그 비전을 :)
앞으로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