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심심했던 D, 목표가 필요했던 D
마지막 글이 1월 마지막 주였다.
지금은 벌써 9월 마지막 주.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 나는 또 다른 회사의 Director (equivalent) 로 일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직을 하여 새로운 회사로 옮긴지 3달이 되었다.
직급은 오르지 않는 평행이동이지만, 연봉은 올랐고, 스트레스 레벨은 줄었다.
예전 회사의 ED 로 올려준다는 카운터 오퍼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아니, 예전회사에서 ED로 올려준다고 하는게 싫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해 버렸다고 하는게 좀 더 맞는 말이다.
나에 대해 깨달은 점
나는 작은 회사의 ED 보다는 큰 회사의 D를 선호한다 ( 즉 타이틀보다, 회사 내임벨류, 회사의 일하는 환경, 내가 배울 수 있는 환경 등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돈도 중요하다.
나는 회사 직급보다 친구 & 동료가 중요하다 (친구 / 동료와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 승진보다 중요하다. 물론 그렇게 소중한 친구 / 동료는 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기에... )
그나저나 왜 브런치 글까지 써 가며 ED 가 되고 싶다고 했었을까?
오, 난 심심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회사 생활을 계속할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물론 돈이라는 당연한 이유 제외하고)
'승진' 이라는 목표는 평가하기가 수월하고 (성취/ 미성취가 아주 클리어하다), 어차피 회사생활하는 거 높은 직급으로 하는 게 훨 낫다라는 이유로 목표의 당위성 또한 부여하기 쉬웠다.
그리고 '승진'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 아주 흥미롭게도 이번 승진은 여러가지 희생이 따르는 일이었다.
첫째, 나의 소중한 동료/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 있었고, 내 스스로 그게 불편하고 꺼려졌다.
둘째, 승진과 함께 커지는 책임, 떠맡아야 하는 팀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셋째, 이 작은 조직의 방향성과 비전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이 조직의 씨니어로서 그 비전을 공휴하고 전파할 수 있을까에 막연한 회의가 들었다.
그러자 '승진' 자체의 매력도는 급격히 감소했으며, 승진했을 때의 연봉과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또 다른 회사라는 옵션이 나타나자, '승진'을 아주 빠르게 포기하는 나 자신, 그리고 그것에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결과론적으로 이직을 했고, 대부분의 날들 난 선택 잘했다 라고 생각하며 (물론 아주 가끔 아깝고 아쉬울 때도 있다), 승진 말고 뭘 하고 싶은가 직장인의 영원한 숙제 "사이드 프로젝트" 를 생각하며, 그렇게 잘 살고 있다.
난 ED가 되고 싶지 않았던 D 였다.
ED에 큰 관심이 없는 D 이다.
그럼에도 잘 살고 있는 D 이다.
앞으로는 더 잘 살고싶은 D이며, 그것 또한 기록의 가치가 있기에 기록할 다짐을 하는 D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