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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헌재 Jun 26. 2024

형법의 뼈대를 쉽게 이해해보자(feat.변호사의 변호)

범죄성립의 3대 요건

형법이나 범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한다면 범죄성립의 3대 요건에 대한 이해는 필수입니다.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이 존재해야 합니다. 이를 범죄성립의 3대 요건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각 요소들을 나누어 놓은 것은 결국 우리가 각 요건들을 쉽게 파악하여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쉽게, 빠뜨림 없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범죄가 성립되더라도 처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처벌조건’, ‘소추조건’ 등의 요건도 필요합니다만 그것은 당연히 범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합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형법은 위 범죄성립의 3대 요건과 관련하여 연구하는 학문이고 결론적으로 이를 이해하면 형법의 기본이 되는 뼈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형법을 앎에 있어 기본중에 기본인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에 대해 조금은 러프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참고로 범죄의 성립을 판단할 때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의 순서로 순차적, 단계적으로 판단합니다. 마치 오디션에서 1라운드, 2라운드를 순차적으로 거치고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예를 들어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위법성과 책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판단하지 않고, 구성요건해상성이 있지만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책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는 식입니다.     


구성요건해당성?



형법     


250(살인존속살해①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형법전을 먼저 살펴봅시다.

예를 들어 위에 인용된 살인죄의 경우 ‘사람을 살해한 자’라고 나오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구성요건이고, 사람의 어떤 행위가 이러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구성요건해당성 판단입니다.

다시 말해 구성요건이란 범죄가 ‘구성’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을 말하고, 어떤 사람의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 경우를 구성요건해당성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객관적 구성요건과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구성됩니다.

객관적 구성요건은 위에서 본 것처럼 ‘사람을 살해’하는 것과 같이 법에서 규정해 놓은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다른 예인 특수상해죄를 들어 살펴봅시다.     



형법     


258조의2(특수상해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2571 또는 2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258의 죄를 범한 때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본조신설 2016. 1. 6.]     



위 조문을 보시면, 특수상해의 경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나 존속상해의 죄를 범한 때’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단체’는 어떤 걸 말하고 ‘다중’은 몇 명부터 다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위험한 물건’은 어느 정도부터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지 성질상만 그런지 아니면 용법상도 포함되는지, ‘휴대’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포함되는지, ‘상해’는 얼마나 다쳐야 상해인지 등을 각각 나누어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관적 구성요건은 기본적으로 ‘고의’를 말합니다.

그런데 위 형법 조문 내용을 보시면 각 범죄(각 범죄는 학문적으로는 각론 부분에 있습니다)에 따로 적혀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그럴까요?     



형법     


13(고의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전문개정 2020. 12. 8.]

14(과실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注意)를 게을리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전문개정 2020. 12. 8.]     



그 이유는, 범죄의 경우 고의가 필요함이 원칙이기 때문에 형법기술적으로 따로 앞에 규정하여 두고 있는 것입니다(총론 부분에 규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즉 형법은 고의범을 디폴트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원칙적으로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과실범)는 예외적으로 법이 특별히 규정한 경우에만 처벌됨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예훼손죄의 과실범은 처벌하지 않으므로, 실수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발언을 한 경우에도 무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민사 사건에서도 고의와 과실에 대해 동일하게 다룰까요? 형법의 특징을 더욱 잘 파악하기 위해 민사의 경우에 대해서도 살펴봅시다.     



민법     


750(불법행위의 내용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국가배상법     


2(배상책임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ㆍ군무원ㆍ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ㆍ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戰死)ㆍ순직(殉職)하거나 공상(公傷)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ㆍ유족연금ㆍ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개정 2009. 10. 21., 2016. 5. 29.>

②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08. 3. 14.]     



위 법 조문에서 보듯 민사적 사건의 경우 ‘고의 또는 과실’이라고 하여 고의와 과실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의와 과실을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뜻으로, 다시 말해 과실만으로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됨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형사와 민사는 고의와 과실을 다룸에 있어 차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더 알아보기     


국가배상청구권의 성질과 관련하여 대체로 학설은 공권설을 취하고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방식에 의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판례는 사권설을 취하여 실무상 민사소송으로 처리하여 오고 있습니다.     



한편 주관적 구성요건에는 고의 이외에 목적이나 학대성향 등 다른 요건이 요구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습니다.     



형법     


225(공문서등의 위조ㆍ변조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73(학대존속학대①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참고로 이는 위 조문에서 알 수 있듯 ‘목적’같이 법에 명확히 규정된 경우도 있고 ‘학대성향’처럼 직접적으로 알기 어려운 요건도 존재합니다.     


위법성?

일단 위에서 이해한 구성요건해당성이 있는 행위를 했을 경우, 예를 들어 ‘사람을 죽였다’면 당연히 범죄가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즉 위법성이 있다고 일단 생각이 되는 것입니다. 법도 동일하게 일단 범죄가 성립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판단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위법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특수한 사정을 형법에서는 ‘위법성조각사유’라고 합니다.

흔히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의 관계를 연기와 불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는 구성요건을 위법성의 인식 근거 내지는 징표로 본다는 말입니다. 즉 마치 멀리서 어떤 집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봤다면 그 집에 불이 났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처럼,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으면 일단은 위법하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불이 난 게 아니라는 사정, 예를 들어 실제로는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을 위법성조각사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러한 위법성조각사유에는 많이 들어보셨을 정당방위 이외에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이 있습니다.     

결국 구성요건해당성이 있어 일단 불법적인 행위로 보는 행위도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여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 A가 다른 사람 B를 죽였다고 했을 때 B가 A를 죽이려던 연쇄살인마였다면 A에게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위법성까지 판단하여 위법성이 있다는 판단, 즉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경우에만, 다음으로 책임을 판단하게 됩니다.     


책임?

책임은 ‘자유로운 의지로 바른 행동이 가능했음에도 왜 나쁜 짓을 했느냐’는 비난가능성의 문제로 축약됩니다. 책임 역시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있다고 판단되고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된다는 점에서 위법성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드린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이 ‘행위’에 대한 문제라면 책임은 ‘행위자’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실제로는 이에 기인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형법     


12(강요된 행위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9(형사미성년자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10(심신장애인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개정 2018. 12. 18.>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목개정 2014. 12. 30.]     



이렇게 책임은 자유로운 의지를 전제조건으로 함을 알 수 있는바, 여기에 책임조각사유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힌트가 있습니다. 즉 행위 당시에 자유로운 의지가 없었다고 판단될 만한 사정이 있다면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입니다.     



더 알아보기     


형법상 책임주의에 의하면 행위와 책임은 동시에 존재하여야 행위의 가벌성이 인정됩니다. 이를 행위와 책임의 동시존재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한편 이에 대한 예외와 관련된 논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는 것입니다.     



‘강요된 행위’ 등으로 인해 적법한 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나 형사미성년자나 심신장애의 경우에 인정되는 ‘책임무능력’ 등이 책임조각사유의 대표적인 경우라 할 것입니다.     


변호사의 변호방법?

위에서 소개한 각 쪼개어진 요건들이 모두 있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변호사는 각각의 요건들을 세분하여 개념을 분석하고 증거가 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여 변호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구성요건해당성과 관련하여, ‘위험한 물건’의 경우 ‘피해자가 들고 온 식칼을 뺏은 다음 피해자를 훈계하면서 칼자루 부분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가볍게 쳤을 뿐이니 이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상해는 생리적 기능의 훼손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본 사안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하는 식입니다. 또는 ‘이런 결과가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으니 미필적 고의마저도 없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위법성과 관련하여서는 예를 들어, ‘엉겁결에 남자의 혀를 깨물어 설절단상을 입힌 것은 맞지만 남자는 강제추행범으로 위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과 관련하여서도 예를 들어, ‘우울증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인사불성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위에서 예로 언급한 ‘위험한 물건’처럼 보통의 일상언어로 보이는 것도 파고들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포함된 경우도 있어 실제로 법을 다룬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한편 수사기관도 당연히 이런 형태로 법문상 어떠한 단어가 중요하고 여기에 어떤 쟁점이 숨어있는지 기본적으로 알고 판단합니다.

결국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변호사가 중간에서 조력을 하고 조율을 하는 것이 의사소통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고 이런 점에서 선임의 가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유리한 결과를 바라신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마침내 형법을 이해함에 필요한 뼈대를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형사와 관련된 글을 읽으실 때 한결 수월하실 것이라 장담합니다.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범죄성립의 3대 요건은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이다.

2. 범죄 성립을 판단할 때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의 순서로 순차적, 단계적으로 판단한다.

3. 구성요건해당성은 범죄가 ‘구성’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에 어떤 사람의 행위의 ‘해당성’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4. 위법성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보아야 하는 특수하 사정인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5. 책임은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자유로운 의지로 범죄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인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즉 비난가능성을 살피는 것이다.

6. 변호사는 위 각각의 요건들을 하나하나 세분하여 살펴 변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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