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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헌재 Jul 09. 2024

보석(保釋)이 보석(寶石)이 되어 버린 이유

보석

보석이란 법원이 보증금 납부 등 적당한 조건을 붙여 구속의 집행을 해제하는 재판 및 그 집행을 말합니다. 즉 보석은 증 방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보석은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지정된 조건에 위반한 경우에 과태료 또는 감치에 처하거나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을 몰취하는 등으로 심리적 강제를 가하여 공판절차에의 출석 및 나중에 형벌의 집행단계에서의 신체확보를 기하고자 하는 제도이며, 신체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구속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구속을 억제하고 이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려는 데 그 존재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보석은 실제로는 그 운용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는데, 지금부터 보석에 있어서의 문제를 법규와 실무상 괴리를 살펴 알아봅시다.

이를 통해 보석(保釋)이 보석(寶石)이 되어 버린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보석허가율의 문제


법원은 형사소송법상의 불허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필요적으로 보석을 허가해야 함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보석불허 범위가 너무 넓고, 특히 구속사유인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 및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도 불허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필요적 보석규정은 실제로 사문화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tip!


형사소송법     


94(보석의 청구피고인, 피고인의 변호인ㆍ법정대리인ㆍ배우자ㆍ직계친족ㆍ형제자매ㆍ가족ㆍ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법원에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을 청구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07. 6. 1.]

95(필요적 보석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개정 1973. 12. 20., 1995. 12. 29.>

1.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2.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3.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4.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5.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전문개정 1973. 1. 25.]

96(임의적 보석법원은 95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94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개정 1995. 12. 29.>     


형사소송규칙     


55조의2(불허가 결정의 이유보석을 허가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는 때에는 결정이유에  95 각호중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명시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1989. 6. 7.]     



과거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도망할 염려’의 사유로 보석이 불허된 비율은 평균 65.6%이었고 다른 사유와 함께 열거된 것을 합하면 무려 87.3%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은 현재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tip!


임의적 보석은 상당한 이유, 즉 피해자와의 합의나 합의금에 준하는 공탁, 수술과 같은 긴급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허가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최근 5년간 보석허가율은 40% 중반 정도(2013년은 44%)라고 합니다. 또한 2016~2018년 구속 피고인 가운데 보석 허가를 받은 비율은 3.9%에 불과하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결국 법규, 특히 표제만으로는 마치 보석을 허가해주는 것이 원칙인 것처럼 되어 있어 일반인들은 쉽게 보석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으나 수사기관이 구속수사 관행을, 법원이 엄격한 기준을 각 고수하면서 보석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고 이러한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실제로 보석허가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석처리기간의 문제


형사소송규칙은 보석의 결정기한과 관련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석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지체없이’ 심문기일을 정하여 구속된 피고인을 심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tip!


형사소송규칙     


55(보석 등의 결정기한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 또는 구속취소의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그에 관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

[전문개정 2007. 10. 29.]

54조의2(보석의 심리①보석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지체없이 심문기일을 정하여 구속된 피고인을 심문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7. 10. 29.>

1.  94에 규정된 청구권자 이외의 사람이 보석을 청구한 때

2. 동일한 피고인에 대하여 중복하여 보석을 청구하거나 재청구한 때

3.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에게 그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할 기회를 준 때

4. 이미 제출한 자료만으로 보석을 허가하거나 불허가할 것이 명백한 때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심문기일을 정한 법원은 즉시 검사, 변호인, 보석청구인 및 피고인을 구금하고 있는 관서의 장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여야 하고, 피고인을 구금하고 있는 관서의 장은 위 심문기일에 피고인을 출석시켜야 한다.

③제2항의 통지는 서면외에 전화ㆍ모사전송ㆍ전자우편ㆍ휴대전화 문자전송 그 밖에 적당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통지의 증명은 그 취지를 심문조서에 기재함으로써 할 수 있다. <신설 1996. 12. 3., 2007. 10. 29.>

④피고인, 변호인, 보석청구인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낼 수 있다. <개정 1996. 12. 3., 2007. 10. 29.>

⑤검사, 변호인, 보석청구인은 제1항의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⑥ 법원은 피고인, 변호인 또는 보석청구인에게 보석조건을 결정함에 있어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신설 2007. 10. 29.>

⑦법원은 피고인의 심문을 합의부원에게 명할 수 있다. <신설 1996. 12. 3., 2007. 10. 29.>

[본조신설 1989. 6. 7.]     


형사소송법     


267(공판기일의 지정①재판장은 공판기일을 정하여야 한다.

②공판기일에는 피고인, 대표자 또는 대리인을 소환하여야 한다.

③공판기일은 검사, 변호인과 보조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269(1회 공판기일의 유예기간①제1회 공판기일은 소환장의 송달 후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

②피고인이 이의없는 때에는 전항의 유예기간을 두지 아니할 수 있다.

270(공판기일의 변경①재판장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공판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

②공판기일 변경신청을 기각한 명령은 송달하지 아니한다.     



한편 실무상, 위 법조문상 심문기일을 정함이 없이 결정을 하는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보석의 청구가 있으면 담당재판부는 심문기일을 정하여 심문하는데 통상 공판기일에 보석의 심문기일도 함께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판기일의 지정은 재판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제1회 공판기일은 소환장 송달 후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실무상 보석의 심문기일을 공판기일과 연계하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결과적으로 공판기일이 위 ‘보석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의 기간 내에 지정 자체가 되지 않거나 늦게 지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실제로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8년 보석결정 평균처리기간은 지방법원 15.3일, 고등법원 23.8일, 대법원 65일로 상급심으로 갈수록 위반의 정도가 심하다고 합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의 자료에 의하면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2018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3년간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받은 날부터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3.3일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보석의 경우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그 기간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보석조건의 문제


개정 형사소송법은 보석조건을 다양화하면서 보증금납입을 필수적인 조건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보는 등으로 필요적 보석을 인정한 경우 과도한 보증금납입을 요구하지 않아야 할 것임에도 실무상은 그러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tip!


형사소송법     


98(보석의 조건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는 경우에는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 안에서 다음 각 호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의 조건을 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0. 12. 8.>

1.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ㆍ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

2. 법원이 정하는 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입할 것을 약속하는 약정서를 제출할 것

3.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를 제한하고 주거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는 등 도주를 방지하기 위하여 행하는 조치를 받아들일 것

4.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거ㆍ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아니할 것

5.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출석보증서를 제출할 것

6. 법원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아니할 것을 서약할 것

7. 법원이 지정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담보를 제공할 것

8. 피고인이나 법원이 지정하는 자가 보증금을 납입하거나 담보를 제공할 것

9. 그 밖에 피고인의 출석을 보증하기 위하여 법원이 정하는 적당한 조건을 이행할 것

[전문개정 2007. 6. 1.]

99(보석조건의 결정 시 고려사항①법원은 98의 조건을 정할 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개정 2020. 12. 8.>

1. 범죄의 성질 및 죄상(罪狀)

2. 증거의 증명력

3. 피고인의 전과(前科)ㆍ성격ㆍ환경 및 자산

4.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범행 후의 정황에 관련된 사항

②법원은 피고인의 자금능력 또는 자산 정도로는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정할 수 없다. <개정 2020. 12. 8.>

[전문개정 2007. 6. 1.]



한편 형사소송법에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거·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보석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통상 성폭력이나 보복범죄와 같이 피해자 등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피고인에게 적절하게 부과할 것을 예상한 것임에도 ‘변호인 외에 사건관계인과는 전화·소셜미디어 등 어떤 방법으로도 접촉해선 안 된다’고 하는 등으로 그 조건이 법원에 의해 오·남용되고 있는 실정인 것도 문제라 할 것입니다.     


결론

위와 같은 문제는 기본적으로 법원이 보석허가권을 가지고 있다는 권위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보석은 실질적 당사자주의를 실천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보석권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 보석은 위와 같이 실무상 법규와 괴리되어 왜곡 운용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잘 숙지하고 대처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만약 공판기일이 지정되지 않았다면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는 ‘공판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해 보시기 바랍니다.

별도로 기간 관련하여 정리해 드리자면 보석의 경우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허가 여부 결정까지 전체 기간은 통상 한 달이 걸리고, 심문기일로부터 최종적인 보석결정까지는 일반적으로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다만 아주 예외적으로 당일 결정하기도 합니다).

보석은 위와 같이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보석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보석(保釋)은 구속된 피고인에게 보석(寶石)과 같이 소중하지만 여러 문제들로 인해 보석(寶石)처럼 얻기가 어려운 것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보석은 보증 석방을 의미한다.

2. 보석은 법규와 실무상 차이가 있다.

3. 필요적 보석규정은 실무상 사문화되어, 실제로 보석허가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4. 보석처리기간에 있어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그 기간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5. 보석조건과 관련하여 실무상 과도한 보증금 납입을 요구하거나 법원이 보석조건을 오·남용하고 있다.

6. 따라서 보석(保釋)은 보석(寶石)처럼 소중하지만 얻기가 어려운 것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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