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이 맞나요?

by 개코


40대가 되자, 머릿속이 시끄러워졌다.

사십춘기라는 것이 찾아온 걸까,

아니면 단순히 지겨워진 걸까,

권태인지 모를 소음들이 뒤섞였다.


기존의 일은 너무도 익숙했다.

익숙해지니 더 이상 설렘을 주지 못했다.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동료들끼의 견제와 정치질.

코로나를 이후 엄습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어두웠던 난임의 시간들.

늦은 나이에 택한 두 번째 길은,

예상외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 삶에 스며 들었다.

이전 직장보다 나은 사회적 인식,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

'안정'이라는 두글자가 주는 위안은 컸다.


아내는,

40대에 시작된 두 번째 길,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였다.


처음에는 만족스러웠다.

'이렬러고 들어왔구나'

여유롭고 안정적인 중년을 보내고,

멋진 노년을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즐겁게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내 머릿속의 소음은 더욱 커져갔다.

'길을 잘못 들었나?'

후회와 의문이 꼬리에 꼬를 물었다.

하지만 이미 조금은 멀리 와버린 길이었다.

그렇다고 후진박고 돌아가기도,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가기도 애매한 거리였다.


더욱이 답답한 건,

내가 선택한 두 번째 길보다

멈춰버린 첫 번째 길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다.

'공공기관 특유의 그 문화가 나랑 맞지 않는 건가?'

'그전의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이었나?'

끊임없이 과거를 되짚었다.


김영하 작가는 그의 에세이 '단 한 번의 삶'에서 말했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그 처럼 귀중한 것이 단 하나만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는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


보통 '귀중한 삶이니 소중하게 살아라'

이런 느낌인데,

작가는 '불쾌'라는 단어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인생은 일회용'이다.

그 표현이 마음 깊숙이 걸렸다.


차라리 게임처럼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가 시작하면 될 텐데,

현생은 한 번의 선택으로 많은 것이 바뀌고 되돌리긴 쉽지 않다.


휴직 이후,

사주를 많이 보로 다녔다.

나 조차 나를 알 수없었기에,

진짜 나의 성향과 나의 길이 뭔지

나를 알고 싶었다.


테스형 말대로

'너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주팔자 공부에 까지 발을 들였다.

'사람은 고유의 결이 있고, 그 결대로 살아야 비로서 살만하다'

라는 건 알겠는데,

그 결을 찾는 게 어렵고,

설령 찾았다고 해도

타인의 시선이나 현재의 상황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 결대로 살아가는 것을 쉽사리 허락하진 않는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결은 뭘까? 내 결에 맞는 길은?'


아직은 모르겠다.


선택한 두 번째 길을 계속 걸어갈지,

용기를 내어 세 번째 길로 들어설지,

후진 넣고 돌아가 다시 첫 번째 길로 돌아갈지,

모르겠다.


어쩌면 인생은,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인가 싶기도 하다.


솔직히 불안하고, 불쾌하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너니 하게도,

지금 이 불안한 시간들이,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지 싶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 앞에 솔직해지고 싶은 시간.


그리고 희미하게 나마 믿는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가, 언젠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울 단단한 힘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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