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고진감래의 졸업식은 맨해튼의 한 공연장에서 치러졌다. 유일하게 캠퍼스가 있는 학교라고 해도 학생 전원을 수용하기에는 강당이 턱 없이 좁았기 때문이다. 나와 내 손님에게 온 초대장 앞에는 commencement라고 적혀있었다.
졸업식이 영어로는 “commencement”다. 이 단어는 고대 프랑스어 “comencier” (시작하다, 출발하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러 대선배의 연설과 축하가 끝나고 학교 총장의 연설 시간이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졸업은 끝이 아니라 이제 정말 너희 길의 시작이다. 앞으로 너희 길을 찾아가라.”라는 말이었다. 이제 고생 좀 끝나나 하는 마침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또 시작이라뇨...그렇지만 단어의 정확한 유래를 알고 나니 한국어 ‘졸업’ 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였을까, 한국에 돌아와 좀 (?) 놀고 진로를 고민하다가 정말 새 출발을 결심하게 되었다.
졸업식에서 새 출발을 응원받은 지 6개월이 되었던 올해 1월, 나는 개인 작업을 하기로 한다. 디자인회사나 건축사무소에 취직만을 생각했던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다. 이렇게 완전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유학의 덕이 컸다. 학교-집만 왔다 갔다 했던 내게도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말할 일화도 만들어 주었고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삶을 더 즐겁게 살도록 힘을 길러주었다. 그것을 자양분으로 이제 정말 나만의 인생을 가꾸어 나가려고 한다.
혹시 갔다가 돌아와도, 처음 기대하고 마음먹은 것에 차지 않아도 도전하고 노력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유학은. 이제 유학을 가는 분, 중간에 돌아오는 분, 유학을 마치는 분 모두의 commencement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