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할 학교를 정하는 과정
미술 유학의 관건은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을 정하려면 당연히 학과를 어느 정도 정해놓고 시작해야 한다. 나는 건축학과와 애니메이션과에 관심이 있었는데, 진로와 재능을 고려해 공간 디자인 쪽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이렇게 학과가 정해졌다고 해서 포트폴리오의 모든 작품을 그 학과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내 포트폴리오의 경우 인테리어 디자인 관련된 작품은 절반이 채 안 된다. 그 작품조차도 대학교 발표에서나 볼 법한 도면이나 3d 모델링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유학원 파트타임 면접 경험을 바탕으로는 많이들 그렇게 준비하는 모양인데, 이 방식이 얼마나 옳은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나름 인테리어 디자인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한국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 순위가 학과 순위를 정하는 반면, 미국은 워낙 학교도 다양해서 학과마다 학교 순위가 다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분야 상위권의 학교에도 지원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의 자신감이 바닥이었던 시절이라 유학원과 엄마의 밀어붙임(?)으로 지원한 것이지, 사실 합격을 꿈꿨던 건 아니다. 지원한 곳 중 하나라도 합격시켜 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원서를 넣고 두 달 정도 지나니 한 곳, 두 곳에서 합격 소식이 왔다. 신기했다. 심지어 장학금도 준다니?! 그러나 앞의 학교들은 1 지망 학교의 메일을 받자마자 잊힌다. 다들 고민도 하지 말고 이 학교를 가라고 했다.
나는 유학 준비를 시작한 시기가 수능 끝나고 12월이었기 때문에 가을학기에 들어가려면 거의 2년을 기다려야 해서 봄학기로 지원을 했다. 미국 정규학기는 가을에 시작하기 때문에 봄학기는 가을학기에 비해 선발인원이 적은 경우도 있다. 사실 이 학교도 인테리어 디자인은 봄학기에 자리가 없다고 했었다. 그래서 이메일로 내가 포트폴리오를 일부러 이 과에 맞춰서 준비했는데 알아봐 달라고 문의한 후 지원할 수 있었다.
봄학기에, 뽑지도 않는다는데 이메일로 문의해서, 들어가게 된 학교라니? 그것도 이 분야 최상위권 학교라고?? 한국 입시에서 좌절감을 맛봤던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 뒤로 받은 합격통지서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조금 과장해서, 드디어 운명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학 결심하기를 잘했다고, 난 외국이랑 기운이 맞을지도 모른다며 희망을 느꼈다.
아무리 사람마다 때가 있다고 이성으로는 알아도 실제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주변과 조금만 달라도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완전히 초연하지는 않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조금은 알겠다. 사람마다 개화하는 시기, 장소, 그리고 방식 모두 다르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만개하는 날은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나에게 그랬듯, 여러분의 유학 생활의 하루하루가 그 어느 날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