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가 거실을 가로지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분이다. 하지만 그 3분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다 세어보면 한 시간은 족히 될 것 같다.
신발장에서 내 운동화를 꺼내 신어보려다가, 냉장고 앞에서 자석을 떼었다 붙였다 하고, 장난감을 바닥에 던진 다음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한다.
18개월. 아직 세상의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인 나이다. 리모컨의 버튼들, 화장지 한 롤, 내가 벗어놓은 양말 한 짝. 이 모든 게 도하에게는 탐험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다.
나는 도하를 따라다니며 그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어른의 시계로는 비효율적이고 답답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도하의 시계로는 완벽하게 충만한 시간이다. 그에게는 '빨리'라는 개념이 없다. 오직 '지금'이라는 시간만 존재할 뿐이다.
가끔 놀라는 건, 도하와 함께 있으면 내 시간도 그의 것과 비슷해진다는 점이다. 그가 계단을 한 칸씩 기어올라갈 때, 나도 같은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평소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먼지가 햇살에 춤추는 모습이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의 리듬 같은 것들을 발견한다.
오후 7시쯤 되면 도하는 으레 졸린 듯 칭얼거린다. 그러면 나는 그를 안고 거실을 천천히 돌아다닌다. 창밖의 나무들, 냉장고에 걸린 사진들, 책장 위의 소품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뭔가를 중얼거린다. 도하가 이해하든 말든 상관없이.
그런 순간들이 쌓여가면서 나는 깨닫는다. 육아라는 건 아이를 기르는 일이 아니라, 시간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걸. 빨리 가려던 길을 천천히 걷게 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그렇게 급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도하가 잠든 저녁, 나는 물을 마시며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분명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동시에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주 천천히 흘렀다는 느낌도 든다.
18개월의 도하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런 것이다. 패러독스 같은 시간. 분명 같은 24시간인데 완전히 다른 밀도를 가진 시간. 그리고 나는 이 시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은 꽤 좋다고 생각한다.
내일도 도하는 3분짜리 거실 여행을 떠날 것이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며 오늘과는 또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