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이라는 건, 생각해보면 이상한 날이다.
달력 위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날을 위해 식당을 예약하고, 평소엔 입지 않던 옷을 꺼내 입는다. 마치 그 하루가 다른 364일과는 다른 중력을 가진 것처럼. 하지만 실은 그날도 해가 뜨고 지는 건 똑같다. 커피는 여전히 쓰고, 지하철은 여전히 복잡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날을 기념한다.
2년 전, 처음 결혼할 때는 몰랐다. 결혼이라는 게 이렇게 평범한 것인 줄은. 드라마에서처럼 매일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뭐 먹을래?" 하고 묻는 게 일상이 될 줄은.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소리, 설거지할 때 부딪치는 그릇 소리, 밤늦게 귀가하는 발소리. 그런 것들이 쌓여서 결혼이 된다는 걸.
나는 어디선가 읽었다. "모든 것은 흘러간다. 아무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결혼도 그렇다. 2년 전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다른 사람이다. 그때는 서로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이제는 안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게 물 한 잔이라는 것. 화가 났을 때는 말이 없어진다는 것. 피곤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빈다는 것.
그런 작은 것들이 사랑이다.
오늘 우리는 특별한 음식을 먹으러 갈 것이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이름조차 낯선 음식. 소박한 기념이지만, 그게 우리다. 화려한 레스토랑보다는 골목길 끝의 작은 식당에서, 처음 맛보는 음식 앞에서 "이거 뭘까?" 하고 웃으며 포크를 드는 게 우리의 방식이다.
어쩌면 결혼기념일이라는 건 이런 거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한 번쯤 멈춰 서서, "우리 여기까지 왔네" 하고 돌아보는 것.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았어도,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지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처럼,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처럼, 우리 앞에는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것.
2년은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730개의 아침과 저녁이 쌓여 만들어진 시간이다. 그 모든 날들이 오늘 이 한 접시 위에 담겨 있다.
우리는 포크를 들 것이다.
처음 맛보는 음식처럼, 매일이 처음인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기대하며.
결혼이라는 건 결국 그런 거니까. 익숙함 속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고, 평범한 하루 속에서 특별함을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때때로 멈춰 서서,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우리의 2년이, 당신들의 수십 년처럼,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요. 매일 아침 "뭐 먹을래?" 하고 묻는 그 평범한 행복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것임을 이제는 알아요. 그걸 가르쳐준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이었어요.
오늘 우리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갈 거예요.
그리고 당신들처럼, 오래오래 함께 먹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