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PC를 배우며 온갖 재미있는 일화와 헛짓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의 통신 시절로 접어들면서 온라인상의 동호회와 채팅에 서서히 눈을 떴다. 부모님의 극렬한 반대로 내 계정을 갖진 못했지만, 틈틈이 여러 경로를 통해 통신 활동을 즐겼다. 그러던 중 내 나이 스무 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가정용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내 친구가 되었고, 온라인은 어릴 적 매일 놀던 동네 놀이터만큼 친숙한 공간이 되었다.
무수히 많은 게시판에 글을 썼고 수시로 채팅을 이어나갔다. 밤새 채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곳에서 새로 친구도 사귀게 되었고, 서로 날을 세우며 힐난을 이어가기도 했다. 어쩜 그리할 말이 많았던지... 게시판 조회 수가 늘어나고 댓글이 늘어나면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나 또한 한시적으로 특정 시기에는 조회수 높은 글을 쓰기 위해 혈안 된 적이 있었다. 다행이라면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피해를 주는 콘텐츠만큼은 피했다.
왕성한 온라인 활동은 20대 중반이 지나자 다소 시들해졌다. 더욱이 포털 기사에 댓글 다는 건 그때도 지금도 일절 아니한다. 지극히 편협한 사고방식이지만 굳이 나까지 거들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어그로를 끌기 위한 기사들은 클릭조차 안 한다. 클릭해서 조회수만 높아져도 그게 수익이 되는 시대인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범위에서 선택권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로 이어지는 보수당이 그간 어떻게 민주주의를 온라인을 기반으로 삼아 조작하고 휘둘렀는지를 낱낱이 고발한다. 저자의 이력은 그런 그의 노력을 관심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서사를 갖고 있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 실수를 반성하고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음에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노고와 열정은 비록 그가 나보다 어린 인물이라 할지라도 다방면에서 본받고 배워야 함이 마땅하다.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아는 여러 사건들 그리고 주목받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 조작과 갈라 치기가 이어졌는지를 책은 세밀하게 들려준다. 그저 세상이 말랑말랑 나긋나긋 착한 사람들의 진심으로 이어지는 곳이라고 믿는다면, 한 번쯤 이 책을 정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관련 분야에 지식과 경험치가 있는 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상황과 요소에 대해서는 추가 공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의 쉼 없는 공격과 침투를 전투력을 수시로 상실해가며 버텨오고 있었던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물론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악플을 통해 작성자가 얻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마음에 안 들면 무플이 맞다. 도무지 도대체 정말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러한 나쁘고 저열한 짓을 해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참으로 속상하고 안타깝다. 책은 특정 사건과 사안에 대해서만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이제는 단 한 순간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을 떠올려본다면 이 책은 집단 지성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제법 묵직한 무게감으로 들려준다.
이름조차 거론하고 싶지 않은 형편없는 인물이 하나 있다. 그가 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를 추종하는 커뮤니티도 있다. 토론은 없고 말꼬투리만 잡고 늘어지는 게 유일한 기술이다. 플라톤이 말한 줄 알았으나 찾아보니 19세기 프랑스 보수주의 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한 말이 있다.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말이다. 정말 좋은 말이다.
내란, 탄핵 그리고 다시 세워진 민주 정부가 어느덧 만 1년을 채워가는 시점이다. 수준 미달 정치인은 투표로 응징해야 한다. 정치와 재벌 그리고 언론이 담합해서 끊임없이 휘두르는 갈라 치기에 더 이상 희생되지 않아야 할지어다. 저마다의 신념을 갖고 모두가 화합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겠다.
책에서 다룬 내용으로 할 말 참으로 많다. 하지만, 하다 보면 너무 흥분할 것 같아 정신머리 붙잡고 책을 끝까지 읽은 것으로 나름의 감회를 대신 전해본다. 얕은수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의미 없고 가치 없는 기사에는 클릭조차 거둬야 한다. 저자도 책에서 다뤘으나 대한민국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작정 해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야말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시대다.
관련하여 책과 해석의 의미를 나란히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도 기회가 된다면 꼭 관람하길 바란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474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