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썩지 않는 희망 ㅣ 오동엽, 박제영 ㅣ 자유아카데미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에 유일하게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종족은 인간이 유일하다. 쓰레기라고 표현하니 되려 덜 창피한 수준이다. 그 종류와 형태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충분히 사용하고 버려진 쓰레기라면 덜 미안할 텐데, 단 1~2초만 사용하고도 버려지는 쓰레기를 보면 그저 지구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다.
오래전부터 학습되어온 패턴임이 틀림없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우리는 '플라스틱'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괜한 암묵적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일찍이 당구라는 스포츠가 없었다면 플라스틱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발명과 과학의 발전은 결국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데 맞닿게 되었을까? 네모 반듯한 테이블에서 막대기로 공을 치면서 코끼리를 사냥하고 그 상아로 공을 만든 것부터 일찍이 인간이 지닌 이기적인 면을 그대로 드러나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배달 앱에 대한 혐오가 짙었다. 대부분 동네에 있는 매장인데 구태여 오토바이 배달 기사까지 동원해서 사 먹을 이유가 있었나 싶었다. 아내에게도 강력하게 배달 앱에 대한 사용을 최대한 피하는 것으로 의견을 전했고 아내 또한 잘 따라주었다. 퇴근길에 들리든 일부러 나가든 매장에 미리 전화해서 주문하고 직접 픽업해 집에 오는 일이 한결 마음 편했다. 다만, 아이들 외삼촌이 조카 녀석들 간식을 배달 앱 상품권으로 주면서 가끔 어쩔 수 없이 배달 앱을 이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갖게 되는 역시 막연한 죄책감 중 하나가 음식을 포장한 그 플라스틱 용기다. 한 번 쓰고 버리기 너무 아깝고 미안해서 최대한 깨끗이 설거지했다. 소풍을 가거나 부모님댁에 음식 가져다 드릴 일 등이 있으면 최대한 활용을 했지만, 그마저도 어지간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맞다. 플라스틱. 인류가 만든 획기적 발명품이자 절대적으로 자연에 피해를 주는 나쁜 녀석이다. 포항공대와 카이스트에서 연구를 해온 두 저자는 이런 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플라스틱이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충분히 설득 가능한 측면으로 독자를 현혹시킨다. 그 현혹은 응당 필요했고 또 가치가 있음에 틀림없었다.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이었다면 운반과 보관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로 하여 또 다른 측면에서의 자연재해를 유발하게 된다는 주장은 충분히 사실적이다. 결국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주는 이로운 점이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간소화시켜주는 것은 플라스틱에게 되려 고마워해야 할 부분이다. 무조건 나쁘다고만 외쳤던 플라스틱에 좋은 점도 있다니. 책을 읽어가며 몇 번이나 무릎을 '탁!' 쳤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파도를 넘어왔고, 우리는 플라스틱 분해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미생물 분해를 필두로 스스로 분해되는 요소 등 오늘날의 과학은 플라스틱의 분해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갖고 있는 장점과 자연을 상대로 플라스틱의 단점까지 보완하는 노력이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만 같다. 책은 그 희망을 전해준다. 그것은 마치 질병을 정복하고 평균수명을 늘려온 그간의 의학 발전과 어쩌면 족적을 나란히 할지 모른다. 또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력이 인간이 실수로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반성의 기회로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단 막연한 기대도 같이 해본다.
지구를 이루고 있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다. 가늠할 수 없는 큰 우주에서 찰나도 되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더 안전하고 덜 미안한 미래를 마주할 수 있는 희망의 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과학과는 단 1g도 연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가능하면 최대한 플라스틱을 남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한 줌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 밀알이 훗날 큰 성과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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