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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May 27. 2020

겨울나비. 2 바람 바람 바람

오늘은 누가 나가고. 내일은 누가 나갈지.

평생직장으로 알던 회사였다. 한 번 들어오면 정년까지 나갈 줄 몰랐던 선임 직원들이 가득했던 사무실은 청춘을 보낼만했다. 그러나 한 사람 나가고, 두 사람 나가던 어느 날.

생살부가 작성되면서 여기 이야기는 시작된다.

1998년 건설회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재건축 재개발 억제로 일감이 사라졌다. 정권이 바뀌는 천지 개벽이 있어야만 분위기가 바뀔지.

1998년은 2019년 지금과 같았다.

꽃이 천지에 가득할 때, 나비처럼 날아다녔었다.

계절은 겨울이었다.

이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날라야 한다.

자기 뜻에 따라 회사를 떠날 때, 송별은 달콤한 슬픔이다.

명퇴 바람에 목들이 날아가고 있다. 청춘을 바치고 세월 속 희로애락 보람 있었던 일터였다.

오늘은 누가 나가고. 내일은 누가 나갈지.

오직 건설 외길로 살아온 월급쟁이에게 평생직장은 남의 말이 돼간다.

함께 근무하던 이웃 부서 공무부장이 병가 한 달을 내고 그동안 나오지 않더니 오랜만에 출근하더니 그 공 부장이 가방 하나 덜렁 들고 아침 10시에 바로 나간다.

같은 부서 부하직원 차장 둘이 엘리베이터까지 따라나선다. 오후에 소문이 돌기를 공 부장은 사표 냈다더라.

앞으로 뭐 한데? 서로 묻고 서로 모른다.

전날 9시 TV 뉴스가 끝난 시간,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 형, 내일 내 차 타고 출근하셔야지."

넉살을 피며

"무슨 소문이래?"

"내 건강 내가 지키렵니다"

잠시 뜸 들이더니

"밥이야 먹고살겠지요.”

아침 부서장 회의 때였다.

내가 한마디 한다.

"우리 모두 언제 나갈지 모르니 나가는 사람의 송별식을 만세 삼창은 못해줄지언정 격려의 손뼉을 치는 자리를 만들어봅시다."

총무부장은

"좋은 말씀이지요."

하더니 회의가 끝나고 나선 꿀 먹은 벙어리다.

빈 책상 빈 의자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협력업자 상대로 계약 업무를 맡으면서도 객관적이고 평판 좋던 공 부장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었구나.

그는 타의에 의해 나간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 25년에 얻은 병으로 그는 회사 생활을 더 이길 수 없었던 만큼 그는 스스로 그만두는 거다.

뭔가 그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삶은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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