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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May 27. 2020

겨울나비. 3 작별

소주 한 잔

2주 사이에 또 부장 송별회를 한다. 

이번 송별회는 공무부  공 부장이다. 부장은 사표를 쓰고 석 달 동안을 회사에 나오지 않고도 봉급을 탔다. 

입퇴원이 빈번한 건강 때문에 회사에서 봐준 셈이다. 

고기 굽고 소주잔 돌리는 음식점으로 차 부장들이 모였다. 

간암으로 고생하는 공 부장이 술 한 모금도 안 마시니 다들 조심스럽다. 

공무부는 핵심 부서였다.  남들이 지켜보는 부서장 노릇은 더 힘들다. 그런 스트레스로 그는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부장 중 하나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 

" 지난번에 김 부장의 송별회는 우리 회사 창립이래 부장들이 모여서 하는 것으로 처음 있는 일이었지요.  공 부장님 송별회를 하고 나면 매주 송별회를 하게 되었어요. 사장께서 오늘 부차장 중에서 정리할 인원을 다 결정했다고 중역회의에서 공표했답니다. 다음에는 내가 될지 누가 될지. 막판에 남은 사람의 송별회는 먼저 나간 사람들이 해 줘야 합니다."

한순간 웃음이 터지다가 금세 썰렁해진다. 

준비한 기념패에는 부서장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공 부장은, 

" 그동안은 여기 직원이라 했는데 인사명령이 났다는 말을 들은 순간 충격이 옵디다. 집사람이 그동안은 여기 직원이라 했는데 지금은 어디라고 말할 데가 없습니다. 애들이 아버지 직업이 뭐냐 할 때 아찔하지요. 무직이라 써야 할지.  그뿐만 아니라 아내는 당신은 이 회사에서 영원한 부장이에요. 다른 어디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어도 여기 직원들은 공 부장이랄 게 아닙니까? 중요한 말이어요. 총무부장님,  위에다 건의해서 나중에 그만두는 사람들은 일계급을 진급시켜서 내보내도록해요. 부장보다 이사가 났잖아요." 

농반진반에

'와' 

박수 소리가 나고 총무부장은 

"건의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여러 분 중 몇 분은 63 빌딩을 건축할 때 함께 했던 분이 있군요. 그때 보험사 모기업이 건설 부문을 만들어 우리는 선발되어 특동 대처럼 일했지요. 그 당시에 모든 일은 처음 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경리와 자재를 보고 63 빌딩 준공 후엔 주택 사업부에도 있다가 공무부에 근무하기까지 25년입니다. 만감이 교찰 합니다. 떠날 때는 그냥 가야지요.”

공 부장은 다시 

" 낮에 내가 집에 있을 때 전화를 안 받아요.  사람들이 놀랄까 봐. 

마누라가 뭐라 설명하게 할 일이 곤란하지요. 다만, 한 가지 좋은 게 있다면 골치가 지끈거리던 머릿속이 청정하고 깨끗해졌습니다. 한 1년을 건강 단속하렵니다."

공 부장의 말을 들으면서 부장들은 사장이 다 결정했다는  살생부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송별회에는 또 어떤 부장이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작별할 때가 왔다. 

총무부장이 입심 좋게 한마디 

" 공 이사님, 건강히 지내십시오."

그 말꼬리를 잡고 꾸민듯한 웃음소리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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