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 250628

얼레벌레 연습을 건너뛰고 있다.

by 고울선




얼레벌레 연습을 건너뛰고 있다. 눈에 보이던 굳은살이 만져야 느껴질 정도로 흐려졌다. 매일 강박적으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 굳은살에 대해서도 말이 많더라.


굳은살이 생기는 건 왼손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 잘못된 방법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혹은 쇠로 된 줄을 누르는 데 굳은살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다.


나도 굳은살이 생겨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 예상과 달라서 놀랐다. 예전에 기타를 배운 경험이 있는데. 그 두꺼운 쇠줄에 눌리면 코끼리 발바닥 같은 굳은살이 생긴다. 바이올린의 굳은살은 모양이 다르다. 아주 얇고 촘촘히 쌓인다. 생겨도 티가 안 난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하려고 하지 말자. 이도 저도 안 된다.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으니까. 처음 시작한 것처럼 연습하는 시간을 즐겨야지.


적어도 70%까지는 해내야 돼!! 하는 마음이 있다. 아니지. 강박이다. 초반 러시에는 도움이 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나가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녹음본을 듣고 있으면 발가 벗겨지는 느낌





녹음본을 쌓아두기만 하는 게 아쉬웠다. 이걸 피드백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 연습 시간이 줄은 만큼 정확하게 수정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악보를 출력해서 읽는 습관은 있으니, 녹음본 들으면서 틀리는 구간을 확인하는 것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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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용으로 받은 이름 모를 어깨받침. 있는 거나 잘 쓰지. 뭘 더 하나 싶어서 그대로 쓰고 있다. 높이는 최대로 올려놓은 상태인데. 좀 더 높으면 편할 거 같다.


높이는 그렇다 치고, 끼우는 것도 난관이다. 바이올린에 어깨받침을 끼운 상태로 케이스에 넣으면 안 된다. 그래서 쓸 때마다 위치가 달라진다. 어떤 날은 편하고, 어떤 날은 불편하다. 편한 위치를 기억하려고 사진을 찍었다. 다음에 마스킹 테이프를 가져가서 표시해 놔야겠다.









영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지난 수업을 미뤘는데. 2주간 행사 일정이 생겨서 레슨을 못 받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강제로 한 달의 공백기가 생기나? 지금 레슨생 포화 상태라 요일 변경도 안 될 거 같았다.


선생님께 혹시 요일 변경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다. 저녁도 되냐고 해서 아 되죠!! 했더니 냅다 저녁 7시 25분을 보내시는데 마지못해 넣어준 시간 냄새가 났다.


그런데 때마침 한 분이 시간 변경을 하셨다. 덕분에 무난한 시간대에 레슨을 받게 됐다. 하루밖에 없는 휴일에 폭풍 같은 레슨. 생각해 보면 내 강박에 불이 붙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선생님의 갈굼과 꼽주기. 지금 생각해도 좀 심했었다.


요즘은 무뎌져서 못 느끼나 싶었는데, 초반보다 빈도가 줄었다. 지금은 감정 기복이 덜 하다고 해야 할까? 선생님은 평온하고, 내가 대신 화내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안 갈궈도 혼자 열 내면서 해오겠지라는 확신이 있으신 건지.


이게 내가 끝에서 간당거리는 이유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선생님이 나를 찍어 누르려고 하니 지기 싫어서 했던 건데. 평온해진 지금은 열 내면서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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