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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영 Nov 13. 2022

"땀이 나를 이끌고 간다"

포카리스웨트TV-CM (2022) 메이킹영상


汗が私をつれて行く。
땀이 나를 이끌고 간다.




비 오는 거리. 학생들 사이에 섞여 우산을 쓰고 걸어가던 한 여학생이 무언가를 발견한다. 멈춰 선 차들 건너편으로 뭉게구름이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차 위로 올라가는 소녀.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있던 공간 즉, 자신의 삶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 안에 갇혀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차 지붕을 달리는 소녀. 뭉게구름을 향해 힘차게 뛰어오른다. 고개를 들면 그녀 앞에 푸른 바다처럼 하늘이 펼쳐져 있다. 구름 위에 서서 시원한 기분을 즐기던 소녀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현실로 돌아와 있다. 육교 위에서 손을 흔드는 친구. 그 뒤에  떠 있는 뭉게구름 위로 자막이 생겨난다.


羽なんか、いらないよ。

날개 같은 건 필요 없어.


포카리스웨트 TV-CM (2022) 메이킹 영상 캡처


포카리 스웨트 2022년 TV-CM 영상 75초 버전이다. 그런데, 포카리 스웨트가 보이지 않는다.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날아갈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당연한 그 장면도 없다. 날개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조용히 던질 뿐이다. 포카리스웨트의 일본 광고는 오랫동안 젊음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이미지로 전달해왔다. 이번 영상도 그 연속선상에 있다.


리얼한 거리의 풍경과  파란색의 바다의 색감의 대비와 조화가 인상적이다. 오버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흐르는 음악이 하늘을 향해 달리는 소녀의 모습에 절묘하게 감동을 더해준다. CG 없이 원테이크로 찍어 화제가 된 2021년 광고에 비해 시각적인 임팩트는 다소 약해졌을지 모르지만, 영상과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결코 작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본 영상 못지않게, 어쩌면 본 영상보다 더 감동을 주는 것이 이 영상의 메이킹 필름이다. 


메이킹 필름의 완성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메이킹 필름이 영상의 의미를 완성해주는 느낌마저 든다. 메이킹 필름에는 이 영상을 만들어온 몇 개월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는 과정, CG 없이 찍기 위해 액션을 준비하는 모습, 영상의 퀄리티를 위해 스튜디오 대신 외부에서 찍자는 카메라맨의 제안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는 모습 등이 보여진다. 오랜 회의와 준비 끝에, 실외 세트가 만들어지고 촬영이 진행이 된다. 


雲の上に、いこうと思った。

구름 위로 가자고 생각했다.


見たことないものをつくろう。

본 적 없는 것을 만들자.

走りながら、答えを見つけていく。

달리면서, 답을 찾아간다.

何度も同じことを繰り返す。

몇 번이고 같은 것을 반복한다.

2月10日_6回目コンテ変更

2월 10일, 6번째 콘티 변경.



雲の上へいくんだ。

구름 위로 가는 거다.


본 촬영이라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메이킹 필름은 그 오랜 준비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준비 과정마다 짧고 간결한 카피가 자막으로 보인다. 단순한 설명 자막이 아니다. 한 줄 한 줄 아름답게 배치된 수준 높은 카피다. 

영상은 절정을 향한다. 와이어를 달고 자동차 위를 달리는 소녀.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는 카메라맨의 모습. 그리고, 그 위에 나오는 자막 한 줄. 



汗が私をつれて行く

땀이 나를 이끌고 간다.




'つれて行く'는 데려간다로 해석된다. '땀이 나를 데리고 간다'도 나쁘지 않다. 풀어서 써보면 '땀이 나를 이끌고 간다' 정도가 괜찮아 보인다. 


본 영상에서  "날개 같은 건 필요없다"고 이야기 한 이유가 여기에 담겨 있다. 네가 흘린 땀이 네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 줄테니까 젊음에게 굳이 날개 같은 건 필요 없는 것이다. 여기서 汗(あせ)는 광고 속 젊음이 흘리는 땀이며, 메이킹 영상 속 모든 제작진의 노력을 의미한다. 또한 汗(땀)은 포카리 스웨트의 SWEAT 아닌가. 이렇게 문학적으로, 구조적으로 아름답게 문장이 배치된 메이킹 필름은 본 적이 없다.


구름 위에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며 시원함을 만끽하는 '당연한 그 장면'이 들어있는 15초 TV용 버전도 있다.  비즈니스도 해야 하니까. 15초 편집본에는 汗が私をつれて行く (땀이 나를 이끌고 간다)가 메인 카피인 버전도 있고 羽なんか、いらないよ(날개같은 건 필요없어)를 쓴 버전도 있다. 75초 메인 영상의 피아노 곡 버전도 있다. 모두 괜찮은 작품들이다. 


하지만 나의 원픽은 202초짜리 메이킹 필름이다. 



메이킹 필름(202초):

출처:  유튜브 大塚製薬 公式チャンネル


TV광고(2022) 75초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tjufDl8JxlE

TV광고(2022) 15초 버전:https://youtu.be/ouFPSh7jt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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