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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영 May 20. 2023

"인생의 등장인물이 달라진다"

잡지 FILT 74호 표지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최근 바쁜 업무가 많아지면서 처음만큼의 속도로 많은 글을 쓰고 있지 못하지만, 어느덧 60여 편의 글이 쌓였다. 글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나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나도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도 있고, 여유시간을 이용해 바쁠 때 놓친 글들을 몰아서 읽기도 한다.


많은 작가들이 떠오른다. 올리는 글을 정성껏 읽고 반응을 보여주는 고마운 이름들. 새 글이 올라오면 또 내가 반갑게 읽게 되는 사람들. 한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궁금해지는 들.


브런치를 시작한 후,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던 사람들이 내 인생의 중요한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1년 반 전, 일본어를 다시 공부하면서 생긴 일이다. 일본어 공부를 하며 발견한 좋은 카피들에 대한 감흥을 나누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니까.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좋은 일본인들도 많이 만나게 됐다. 대면이나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교류하면서 일본에 대해 알게 된 것만큼, 나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일본어에 자신이 붙으면서 읽기 시작한 원서와 잡지들도 내 삶에 영향을 줬다. 주로 광고와 마케팅 관련된 것들을 읽었다.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이론과 저작을 먼저 읽는 것이 주는 기쁨과 혜택은 컸다. 불과 1년 반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일본의 광고인들과 학자들이 내 업무와 지식세계에 중요하게 자리하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에 시작한 대학원 공부도 내 인생에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다줬다. CF 프로덕션의 기획실장으로 일하며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하던 시절이었다. 일에 치여 있었기에 오히려 공부를 갈구하게 됐다. 그때 함께 공부했던 대학원 동기들이 내가 독립할 때 큰 힘이 되어줬다. 당시 지도해 주셨던 교수님들 덕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도 했고, 작년부터는 겸임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새삼스럽게 새로운 시작이 이끌어 준 인연들과 넓어진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바로 이 카피 때문이다.   



新しいことを始めると、
人生の登場人物が変わる。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인생의 등장인물이 달라진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FILT 74호의 커버 카피이다. FILT(フィル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격월간으로 나오고 있다. 무가지와 웹의 형태로 간행되고 있는데, 매 호마다 심플하면서도 인사이트 있는 카피로 시선을 끈다. 카피라이터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카모토 킨야(岡本欣也)가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회사 오카킨(オカキン)에서 카피를 쓰고 있다.


FILT 홈페이지 (filt.jp)



새로운 시작이 주는 변화를 ‘인생의 등장인물이 달라진다’고 표현한 것이 신선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거나 ‘인생이 달라진다’는 평범한 말에 담지 못하는 기대감이 느껴진다.


갑자기 내가 있는 공간이 공연장으로 이동한 느낌이랄까. 내 앞에 놓여진 뮤지컬 무대의 막이 오르고, 멋진 한 편의 공연이 시작될 것 같다. 이것을 보는 사람도 '나'이며, 무대 위의 주인공 역시 '나'다. 이 무대에 함께 오르는 등장인물들은 내가 결정한다.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면, 이 무대에 오르는 등장인물들이 전부 바뀔 것이다. 어떤 인물들과 어떤 삶이 펼쳐지게 될지 기대된다. 내 무대에 대학원시절 교수님과 동기들이 등장해서 내 광고 인생에 변화를 준 것처럼. 내 무대에 일본인 선생님들과 친구들, 그리고 일본의 광고인, 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세상이 넓어진 것처럼.


개인이 아닌 조직도 마찬가지다. 팀이나 회사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 앞으로 펼쳐질 등장인물이 달라지게 된다. 달라진 등장인물들과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출연진이 달라져야만 가슴 뛰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변화는 무대 자체까지 바꾸게 될 것이다.




최근 나는 새로운 시작을 또 하게 됐다. 마케팅 전문 뉴스레터인 위픽레터에 브런치에 쓴 일본광고 관련 글을 함께 게재하기로 했다. 브런치 글을 좋게 봐주신 위픽의 담당 매니저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이다. 결국 일본어 공부를 발단으로 쓴 브런치 글이, 새로운 매체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지켜보고 싶다. 이것은 내 인생의 무대에 또 어떤 등장인물들을 세워주게 될 것인지.



(참, 말이 나온 김에...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제 인생의 새 무대를 빛내주시는 멋진 등장인물들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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