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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버리KAVORY Oct 09. 2023

피자, 어디까지 먹어봤니?

다윈도 모르는 피자 진화론

가장 최근에 드신 피자는 어떤 피자인가요?

우린 참 재밌는 민족인 것 같다.

한식을 세계화하는 데 있어서는 고유성이 지켜지길 바라면서

외국 음식이 국내에 들어오면 한국화 시켜버리니...

최근에 '사워 도우 피자(sour dough pizza)'라는 정말 재밌고 맛있는 피자를 맛보았다.

< 성수동 '도우 소사이어티'의 버섯 피자(좌) 와 은두야 피자(우) >

이 사워 도우 피자의 빵(dough)에 사용된 사워 도우(sour dough)는 유산균과 효모를 가진 천연 발효종(Levain)을 이용해 만든 빵 반죽으로 발효종이 가진 산미와 풍미가 특징적인 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피자는 위에 올라간 토핑이 요리로 판매해도 될 만큼 훌륭하기도 하지만

여기 사용된 빵. 그러니까 Sour dough가 정말 매력적이다.

천연 발효종[Levain] (좌), 사워 도우 브레드(우)

높은 온도로 단시간에 구워낸 빵의 향도 좋고, 폭신하면서 고소한 풍미를 가진 이 사워 도우는

이 피자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환 요소인 듯하다.

난 도우가 두껍고 퍽퍽한 미국식 피자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먹더라도 항상 빵 부분은 남기게 되니 말이다.

서울의 '다로베'나 대구의 '주토피아' 같이 도우와 토핑 맛도 뛰어난 화덕 피자를 즐기는 편이다.


오늘은 대한민국 피자의 진화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피자헛과 미스터 피자 같은 프랜차이즈 피자 이야기는 뒤로 하고 좀 다른 이야기를 나눠보자.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수시 합격 이후, 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해 시내에 위치한 '시칠리아'라는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요리 전공이다 보니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자와 파스타를 만들게 되었다.

그전까지 내게 피자는 피자헛과 미스터 피자가 전부였다.

반죽이 되어 둥근 도우를 밀대로 밀어 펴고, 소스를 바르고 오븐에 구워내는 Thin(얇은) 피자였다.

 < 김해 '시칠리아'의 뽈로 피자 >

사진 속의 피자가 당시 김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뽈로(Pollo) 피자'.

절대 정통 이태리식 피자는 아니다.








한국에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를 알려온 집들은 1998년 오픈한 대학로의 '디 마떼오'를 시작으로

최초의 나폴리 피자 협회 인증을 받은 '볼라레' 같은 곳들도 있지만

대중화를 이끈 것은 아마도 한남동에서 시작된 'Pizzeria  D'Buzza' [부자피자]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트라이비(trybe) 그룹에서 2011년 오픈한 부자피자는 일명 '회장님 피자'로 불리며

많은 대기업 회장님들의 단골집으로 자리 잡았다.

2013년 처음 이곳에서 '부자 클라시카(Buzza Classica)'는 이탈리안 피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경험이 없던 내게 큰 충격을 안겼다. 루꼴라와 바질의 강렬한 향, 파마산 치즈, 신선한 방울토마토.

거기에 탄 듯한 향과 간이 완벽한 도우(빵)까지 순식간에 한 판을 해치운 기억이 선명하다.

< 부자 피자의 '부자 클라시카' >

2015년 수요 미식회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되었고, 이후 많은 화덕 피자 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폴리 피자 협회의 공식 인증 제도인

'Vera Pizza' 인증을 받은 곳들도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고, 부자 피자는 줄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피자가 되어버렸다.





현재는 서울 이외에도 지방 주요 도시들에도 'Vera Pizza' 인증 매장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대구에 위치한 '주토피아(Jutopia)'가 이탈리아에서 화덕 수입과 피자 노하우 전수를 하며 나폴리 피자의 대중화에 앞장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구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식당!

내가 경험해 본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 중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피자는 결국 베이스가 되는 도우 위에 어떤 재료들이 어떤 형태로 올라가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형이 가능한 음식이다.

한국의 피자가 진화를 거듭해 이제는 사워 도우 위에 다양한 요리를 올려 만드는

사워 도우 피자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닐까?

특히 이번에 방문한 '도우 소사이어티'의 피자에는 말 그대로 요리 수준의 토핑들이 올라간다

훈연한 4가지 버섯과 페코리노 치즈, 돼지 항정살과 꽈리고추,

브레이징한 양 어깨살에 마살라 소스와 사워크림까지 베이스가 되는 도우 위에 올라가는 요리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맛있는 빵 위에 올려먹을 때 우리는 입에서 오는 즐거움과 포만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인간도 그렇듯 피자의 진화가 끝났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그중 가장 현재에 가깝고 미래를 이끌어 갈 피자.

'사워 도우 피자'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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