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사랑
#1.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가요?
오늘도 어머니는 멍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십니다. 10년을 함께 웃고 울었던 며느리의 얼굴 대신, 낯선 이방인을 대하듯 조심스러운 눈빛. "누구신데 이렇게 고운 옷을 입고 오셨나..." 그 한마디에 가슴 한구석이 툭 내려앉지만, 저는 이내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어머니, 저 예쁘죠? 오늘 우리 데이트하러 갈까요?"
#2. 고부 사이, 세상에서 가장 먼 타인이 되다
치매는 잔인합니다. 우리가 쌓아온 고부간의 갈등도, 화해의 눈물도, 함께 나눠 먹던 찌개의 온기도 한순간에 지워버렸으니까요. 이제 어머니에게 저는 가족이 아닌, 친절한 '어느 여자분'일 뿐입니다. 서운함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기억이 머물지 못하는 그 빈자리에 저는 새로운 씨앗을 심기로 했습니다.
#3. 지워진 페이지 위에 쓰는 '연애편지'
매일 아침 어머니의 손을 잡고 속삭입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오늘도 저랑 즐겁게 놀아요." 이것은 과거의 보상을 바라는 효도가 아닙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당신이 느끼는 불안함 속에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하나만큼은 남겨드리고 싶은, 저만의 지독한 연애편지입니다.
타인이 되었기에 오히려 우리는 더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라는 의무감보다, 한 사람의 영혼을 마주 보는 연인 같은 마음으로. 내일 당신이 나를 또 잊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기억하고, 내일 또 처음처럼 사랑을 고백하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