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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Oct 28. 2023

브런치에 대한 비즈니스적 고찰

한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당연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도 없었다. 피드 중인 작가님들의 새로운 글들은 꾸준히 확인했다.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는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브런치도 종종 방문했다. 각자의 이유와 목적을 갖고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님들도, 지금은 글쓰기를 쉬고 있는 작가님들도 그저 어느 한 때 내가 구독을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이렇게 연결된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사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사이, 말하자면 아무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지난주부터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고, 오랜만에 브런치 글이 아닌 브런치 자체를 곰곰이 'I see you' 해봤다. 많은 것들이 변하거나 새로 생겨있었다.


일단 브런치의 이름이 브런치스토리로 변했다. 언제부터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야 인식했다. 그 변화가 내 인과는 아무 상관은 없지만 갑자기 왜 브런치에서 브런치스토리로 바꿨는지 궁금해졌다. 브런치를 운영하는 분의 심오한 고민이 담겼을 수도 있고, 그저 새로 온 경영층의 지시사항이었을 수도 있다.


UI/UX가 바뀌었다. 사실 UI/UX라는 단어가 생각 안 나서 방금 구글에서 찾아봐야만 했다. 앱을 눌렀을 때 뜨는 화면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편해졌다기보다는 다양해졌다. 겉으로 보기엔 디자인의 변화이자 기능의 추가로 보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브런치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철학이 녹아있을 것이다.


'응원하기'라고 독자들이 작가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난 2017년에 처음 브런치에 작가로 입문했는데, 그때부터 여타 글쓰기 플랫폼과는 달리 브런치는 직접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작가들의 불만글이 많았다. 그런 불만들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출판도 해주고, 출판사와 연결도 해주고 했지만 여전히 그 혜택을 누리는 작가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작가가 될 수 있다'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물론 꾸준히 작가들의 글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브런치 특성상 '돈'만큼 확실하고 직관적인 '당근'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플랫폼이란 사업을 잘 모르지만 플랫폼은 소수의 충성고객보다는 충성도는 낮더라도 끊이지 않는 신규 작가들의 유입이 더 중요할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들이 많아졌다. 얼마나 독자가 많아야 인기작가로 분류되는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지만, 예전의 나는 1,000명의 구독자를 그 기준으로 삼았다. 직관적으로 느끼는 희소성이 유일한 근거였다. 근데 최근에 들어온 브런치에는 1,000명의 구독자를 가진 작가들도 많아졌고, 수 천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지닌 작가들의 구독자 수는 내가 브런치를 떠난 동안 많이 늘어난 것 같지 않은데,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다(아니면 늘어났을 수도 있다).


언젠가 브런치에 그런 글이 올라왔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을 하나 같이 비슷하다고. 회사이야기, 퇴사이야기, 연애, 결혼, 이혼 등등. 그래서 불만이라고. 그의 지적은 정확했다. 실제로 당시 브런치에서 볼 수 있는 글은 대부분이 에세이였고,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지적이 정당하진 않았다. 애초에 브런치 이용자들이 '작가가 되고 싶거나, 글을 쓰고 싶지만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지적은 마치 고깃집에 가서 회를 찾는 오류와 같았다. 회가 먹고 싶으면 횟집에 가야 한다.


그만큼 비슷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브런치였는데, 세월의 힘인지 아니면 유의미한 글쓰기의 차이가 발생했는지 구독자의 수가 많아지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구독자가 많은 작가들의 브런치에 들어가면 대부분 브런치 대문에 무슨 무슨 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었다.


글이 좋아 구독자가 많아진 것인가 아니면 브런치에서 상을 받아서 구독자가 많아진 것인가 그런 걸 따지고 싶은 게 아니다. 유명해서 TV에 나오는 게 아니라 TV에 나와서 유명해지는 법. 실력이 뛰어나서 수상을 했겠지만 수상하면 구독자가 더 몰리는 법이다.


수상을 해야지만 구독자가 많아지는 구조면, 난 이미 지금 내 구독자도 충분히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그리고 왜 이렇게 구독자가 늘었는지 나 자신도 신기하다. 다만, 구독자가 많은 작가님들은 브런치와 브런치에서 파생되는 모든 것으로부터 얼마의 수익을 얻고 있을까 궁금할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경제적 수익 창출이어서 그렇다.


아무라도 좀 친해지면 물어볼 텐데, 친해질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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