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웨덴 시골집 Jun 29. 2022

스웨덴에 산다고 딱히 다를 건 없고요

주택살이, 사서 하는 고생의 맛

스웨덴에 산다고 딱히 특별하거나 다른 건 없다. 사람 사는 모습은 결국 다 비슷하고, 어느 나라에 거주하는지 보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가가 국경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끌어내는 결정타라는 게, 수많은 나라를 여행한 뒤 얻은 생각이다. 한국의 독자들 중에서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보다 시골에 사는 이들이 나의 글에 더 큰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한국 어디 시골에 사는 이겠거니 생각들만큼, 이곳에서의 삶은 한국의 전원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잔디를 깎고 낙엽을 끌어 모을 때면 가끔, 어릴 적 오고 가며 보았던 동네의 시골집들과 전원주택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동네 이웃주민이던 어르신들은 주택살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알고 계셨을 것이다. 나는 스웨덴에 와서야 그 실상을 깨우쳐가고 있다.


물먹는 하마잔디

 작년 여름에 마당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있었다. 한쪽 땅을 파서 나온 엄청난 양의 흙을 마당의 지반을 높이기 위해 곳곳에 뿌리는 작업을 한 것. 잔디를 덮은 흙 때문에 작년 늦여름부터 올봄까지 마당이 아주 볼품없었다. 잔디가 있어야 할 자리가 우중충한 갈색 흙으로 덮여 있었으니 말이다.


 4월 중순이 지나 날씨가 풀리기 시작해 잔디 씨앗을 뿌렸다. 잔디가 자라기까지 최소 4주에서 6주가 걸린다는데 5월 말이 되어도 잔디 싹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 사이에 흙이 마르지 않게 매일 호스로 물을 주는 일도 거르지 않았다. 지하수를 사용하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수도세도 많이 나갔을 것이다. 잔디가 이렇게 물을 많이 먹는 식물인지는 미처 몰랐다. 싹이 틀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지지부진했다.


 초록 싹이 보일 기미가 없어 잔디 씨를 한번 더 뿌려야 하나 고민이 들 참인 6월, 잔디 싹이 나기 시작하더니 마당을 덮기 시작했다. 아직도 듬성듬성 휑한 부분이 있지만 짧은 잔디가 보들보들 마당을 덮은 모습을 보니 이렇게 기쁠 수 없다. 이번 여름만 나면 마당 빼곡한 잔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당에 올라오는 잔디 새싹들


가만히 모아 둔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10미터는 족히 될 큰 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 우리 집 마당에는 가을, 겨울마다 마른 잎사귀와 나뭇가지들이 쌓인다. 봄이 오면서 아주 가끔, 나뭇잎, 나뭇가지들을 한쪽에 쓸어 모아 두었는데 여름이 오니 한쪽에 모아둔 이 나뭇잎사귀와 가지들이 옥에 티처럼 남아 있었다. 


 여름이 되니 너무 볼품이 없어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을 하다 마당 가장자리 구석에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모아 비료를 만들기로 했다. 아직 제대로 된 베이스가 없고 급한 대로 낙엽과 가지를 마구 모아놓기만 해,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가만히 놔두면 항상 푸르를 줄 알았던 마당, 뭘 몰라도 한참 몰랐구나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잡초 뽑기는 애초에 포기했다

 게스트 하우스 앞에 깔린 파쇄석 사이로 생명력 강한 잡초들이 마구 올라오고 마당 구석구석에서 잡초들이 올라온다. 눈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 한 웬만한 잡초도 최대한 뽑지 않는 게 우리 집의 방식이다. 그래서 마당엔 온갖 종류의 식물들이 자기 편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다. 오히려 보는 재미가 있어 좋다. 정돈된 마당을 가지면 깔끔하다는 인상을 줄 순 있겠지만, 제멋대로인 화단과 마당을 보는 재미도 있다. 우리는 높은 미적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잡초도 마당의 일원으로 삼고 가져가지만 그게 아닌 사람들에게 잡초를 뽑는 일이 정말 고된 일일 것이다. 




 주택살이는 아파트보다 손이 더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차를 타고 가야 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고 안 닿고의 차이가 눈에 선명히 보이는 게 땅이기에 항상 부지런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야 한다. 잔디 깎기 기계가 무겁네, 오늘 또 잔디에 물을 줘야 하네, 재활용 쓰레기가 또 이만큼이나 쌓였네 해야 할 일들이 쌓여가지만, 자연 가까이에서 땅과 함께 호흡하며 일하는 시간,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주택살이, 정말 말 그래도 사서 하는 고생이긴 하지만 손톱 밑에 흙 때가 끼고 뙤약볕 밑에서 땅을 가꾸며 일하는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 이들에겐 주택살이의 불편함보다 즐거움이 더욱 크게 와닿을 것이다.


뷰 맛집

 

작가의 이전글 달팽이 보고 놀란 가슴, X 보고 놀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