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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드림 May 13. 2024

온 우주가 도와주는 이번 다이어트

이번엔 진짜라니까?

대체교사 지원 업무 요청이 왔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데 3주 전에 받은 네일이 꽤 길었지 뭐람.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네일샵에 다녀왔다. 문제는 예상보다 소요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점.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출근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근처 칼국수집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다섯 입을 겨우 먹었을까? 칼국수에서 벌레가 나왔다. 사장님께 정중하게 상황을 말씀드리고 가게를 나오면서, 다이어트를 도와주려고 이러나 보다 싶었다.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허기가 져서 간단하게 누들핏을 먹으러 편의점에 갔는데, (못말리는 면쟁이...)



이번에는 한 입도 먹지 못하고 그대로 왈칵 쏟아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급하게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뛰쳐갔다. 그 길에서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고, 뜨거운 국물이 식으면서 상처와 옷이 달라붙는 것만 같아 괴로웠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보다 내 안에서 더 뜨겁게 올라온 감정이 있었다. 그것은 이번이야말로 정말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기 좋은 기회가 왔다는 강렬한 신호였다. 사실 그날은 다이어트 결심 이틀차였는데, 아무리 우연의 일치라지만 철저하게 면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블로킹 되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다른 때였더라면 억울했을 텐데, 그런 감정도 일체 들지 않고 내 머릿 속에는 한 가지 생각으로만 가득 찼다.


이렇게 온 우주가 도와주는 다이어트라니? 


물론 다이어트는 지금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시간이 아주 흘러서 내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그때 이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 였다고 말하고 싶다. 


여태까지는 계속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고 다시 관리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앞으로는 포기하더라도 꾸준히 나를 일으켜 세울 힘을 얻었다. 이 방법이 안 되면 저 방법으로. 점점 맞지 않는 방법이 걸러질수록 나에게 적합한 방법들이 드러날 테니까.


그것이 실패나 포기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선택에 불과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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