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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드림 May 13. 2024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내 글이 뜨다니

브런치 첫 돌을 기념하며

나의 하루는 대체로 오전은 탄력적이지만 오후부터는 겉잡을 수 없이 늘어진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밍기적거리다가 창가자리에 볕이 너무 예쁘게 들어오길래 홀린듯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브런치에 접속한 순간,


브런치 메인에 익숙한 사진이 보였다.



... 내 글이네?


내가 쓴 글임을 뒤늦게 알아차리자 너무 놀라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기쁜 마음에 바로 화면을 캡쳐하고 나니 메인의 내 글은 자취를 감추었다. 어쩌면 그 볕이 얼른 와서 메인에 뜬 것을 확인하라는 신호였을까? 


어떠한 결과를 기대하고 쓴 글은 아니다. 그래도 나의 현주소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과거와 이별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쓴 글인데, 많은 분들의 관심이 모아지니 그것은 그것대로 감사할 따름이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라이킷을 해주시는 분들의 이름도 점점 익숙해지는 것도 무척 반갑다. 점점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세상도 궁금해지고 관심이 확장되어가는 순기능을 느낀다. 지향하는 바와 같이 지속 가능한 인간이 되도록 꾸준히 쓰는 게 목표. 


그러고 보니 브런치 첫 돌이다. 23년 5월 18일.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아픈 상태에서 브런치 심사를 넣고 다음 날 바로 승인 메일을 받았다. 직업 전향은 수포로 돌아갔고, 건강을 잃었다. 고정적인 수입도 없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구석에 처박힌 짐처럼 느껴지던 시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으로 도전해본 브런치스토리의 승인 메일은 내게 활력과 생동감을 다시 살려주었다. 


무언가를 성취하는 감각. 그래, 나는 이걸 좋아했었지.


그때의 기쁨도 잠시. 보여지는 글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고 혼자서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에 거의 1년을 브런치스토리에 접속하지 않았고 땅굴을 팠다. 보여지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잘 쓰는 글은 어떤 글이지?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글쓰기라고는 일기 밖에 안 써본 나라서 에세이와 소설을 쓰는 것은 오늘 내일 다른 모양으로 지나가는 구름에 불과했다. 


나는 막막함 속에서 나만의 기운을 찾고 싶었다. '과연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쓰는 동력은 무엇일까?' 하면서 책을 읽고, 동시에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잘 반겨 나갈까 나만의 취향과 지침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 시기를 나다움 회복의 시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무엇 때문에 글쓰기를 주저할까?' 궁금해져서 쓴 모닝페이지를 일 년 넘게 쓰고 있다. 필요하다면 작법에 관한 강의를 듣고, 올해 초에는 단편 소설을 1편 썼다. 그러고 나니 조금씩 무언가 느슨해지면서 내면 깊은 곳에서 분명해지는 감각이 있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나 자신에게 글 쓰기를 허락하자. 외부에서 정당성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내가 나 자신에게 가능성을 부여하자. 그 느낌은 말하자면 구름이 걷히고 밝은 빛이 머리를 기분 좋게 쓰다듬는 더 없는 행복이었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러도록 해!라고 말해주는 무언의 응원.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나를 긍정하며 무언가를 하는 게 참으로 오랜만이었달까. 




또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끝맺을 때를 알고 놓을 용기가 있어야 글이 아름다워진다는 것. 언제 자리 잡은 건지 알 수 없는 완벽주의라는 함정에 빠져서 그때,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생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갓난 아기에게 이대로 시간이 멈춰쓰면 좋겠다고 해도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쑥쑥 자라기 마련이니까. 세월은 흐르고 나는 언제나 매일 지금 같지 않고 새로운 날을 마주할 테니까. 그때에만 간직할 수 있는 모습들을 많이 포착해두는 것처럼 글을 쓰고 기록을 자주 남겨두자고 다짐했다. 늘 글을 쓸 때면 서툴고 어딘가 멋쩍지만 지금의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는 사실을 늘 유념하며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글은 오늘만 있는 글이겠다. 

오늘을 기록할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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