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체력기르기 프로젝트 1년 후
24년 4월 21일, 우연한 계기로 계획에 없는 인바디를 재는 것이 시작이었다.
89.9kg이라는 숫자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90kg에서 0.1kg가 아슬아슬하게 모자란 건 절벽 끝자락에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금이 네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고 인바디 결과가 말하는 것 같았다. 취미로 추는 춤도 몸이 두꺼워지니까 춤추는 것은 좋아하는데 거울의 내 모습을 보는 게 점점 자신 없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것도 체력전인데,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살을 빼야겠다, 다짐했다.
마침 4월 28일 대둔산 등산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래서 3주 정도는 스쾃 100개를 하며 기초 체력을 다져놓았고,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할 때에는 빠르게 치고 올라가기보다는 돌 하나하나에 내 무게를 온전히 싣는 것에 집중했다. 천천히, 확실하게. 등산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로 올라가기에는 돌이 많아 미끄럽기도 했고, 몸 전체의 균형감이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넘어지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앞에 있는 돌 하나하나를 딛으며 정상에 도착했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했다. 몇 시간을 걸쳐 올라간 거리를 케이블카를 타고 6분 만에 내려갔다. 출발지에 도착하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등산 시작 전에 조금 작게 느껴지던 연습복이 헐거워지고, 몸속에 있던 붓기나 노폐물이 땀으로 나왔다. 3시간 정도 등산을 하고 내려왔을 때 얼굴에 만져지는 작은 알갱이를 털었다. 그것은 땀이 식어서 생긴 염분이었다. 먹을 것으로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는 비로소 움직이고 땀 흘렸을 때 느껴졌다. 그것은 내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생동감이었다.
5월 1일, 미생체력 기르기 프로젝트 : 리부트 시작
4월 17일, 불현듯 애플워치에서 알람이 떴다. 작년에 실행하다가 쉬어가자고 선택했던 미생체력기르기 프로젝트의 첫 밴드 게시물을 보았다. 리마인드 알람을 보면서 아, 다시 하라고 이렇게 찾아온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뒤이어 찾아온 것은 불편함이었다. 작년에 피로도를 느낀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내가 기획했지만 나의 일상이나 식습관, 운동량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을 챙길 여력이 되지 않아 혼자서 많이 괴로워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무리해서 인원을 모집하려는 것이 화근이었다.
이번에는 혼자서 해보기로 했다. 마침 참여하고 있는 종합자기계발모임인 '바람꽃'에서도 개인의 목표와 습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건 정말 온 우주가 다시 시도해 보라고 밀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미생프 리부트 양식을 만들어서 1일부터 주 4회 이상 건강일지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순환 스트레칭과 운동 30분 이상하기, 영양제 먹기를 필수적으로 포함시켰다.
살을 빼려면 내가 해왔던 방식을 과감하게 버릴 필요가 있었다. 군것질, 야식, 국물류 등을 끊었다. 그러더니 10일 만에 바로 3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조금 자만했는지 조금씩 옛날 습관이 나오더니, 1주 정도는 살이 빠지지 않았다. 황금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러고 나서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1주일 동안은 제대로 해보자는 다짐으로 운동량도 늘리고, 밥도 현미로 바꾸는 등 조금씩 변화를 주었다. 당이 당길 때면 건강한 레시피를 모아서 직접 만들어 먹는 습관을 기르고 싶었다. 운동은 친구가 알려준 빅씨스 유튜브 하나만 집중공략 했다. 맨몸운동만 하다가 30분이 40분으로, 2kg이 3kg이 되면서 점차 체력이 느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뭔가 달라
숱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운동 첫날부터 바지가 터질 뻔하고, 라면을 먹으려니 다 쏟아버리지 않나. 그동안 머릿속에 저장해두기만 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입해 보고 피드백하면서 조금씩 나의 깊은 내면을 파해치고, 그것을 글로 옮겨 적으면서 기분 좋은 느낌을 느꼈다. 덕분에 브런치스토리에도 꾸준히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매트를 펴는 것이 나를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면 정말 나를 위한 선물을 주는 것 같았고 하루의 주도성을 살릴 수 있어 기뻤다. 하루, 한 순간의 선택이 나를 책임지는 것임을 배우고, 더 나은 삶으로 데려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5월 25일 토요일, 운동하고 나서 목표 몸무게에 도달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특히나 이번 5kg 감량이 감격스러웠던 이유는 내가 pt를 받거나 외적인 도움 없이 자력으로 5kg을 감량했다는 사실에 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식이습관을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나를 보면서 그래,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인간이었구나, 하는 자신감이 회복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유의미한 발견이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2일 정도 정신없이 풀어지고 나서는 음식에도 숙취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전에는 거뜬하게 먹는 양도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피로도가 너무 빠르게 쌓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제까지 죽을 것 같다가 다시 살아났다 ㅎㅎ 지금은 많이 걸어 다니고, 따뜻한 녹차를 자주 마시고 있다. 입이 다시 순하고 담백한 식재료 본연의 맛에 눈뜰 수 있도록, 내 생활에 오감을 풍부하게 느끼고 살아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노력을 하고 싶다. 이러한 사소한 기쁜 순간들이 쌓여 나를 믿는 힘이 커질 수 있도록!
다가올 여름은 작년보다 쾌적하고 산뜻하게 보내길 바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어설프게나마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작년의 나에게 감사하며,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