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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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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드림 Jun 05. 2024

고등학교 동창을 OTT에서 보다니

10년 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 가장 즐거운 기억이 언제였냐면 2학년 때였다. 우리 반은 예체능 계열 친구들이 많아서 개성 넘치는 친구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교 가는 재미가 있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거나, 축구선수를 꿈꾸는 친구, 배우나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이었다. 한쪽에서는 발성 연습이 이루어지고, 어느 날은 보컬레슨에서 받은 공명 연습을 하는 그들은 늘 자신만의 아우라와 에너지가 넘쳤고, 생기가 가득했다.


시간이 흐르며 각자의 길에 집중하는 사이, 정말 자신의 꿈을 향해 뚝심 있게 나아가는 친구도 있었고, 여러 이유로 잠시만 일보후퇴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부유하는 유형에 가까웠고 최근에서야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나이를 먹으니 조금씩 겁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늦지 않을까. 뭐라도 결과물을 빨리 만들어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 아무 쓸모를 찾지 못하는 짐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자꾸만 시작이 늦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을 먹으면서 OTT를 보는데, 계속 특정 배우에게 자꾸 눈이 갔다. 분명히 처음 보는 것 같았는데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검색을 해보니, 발성 연습을 하던 그 친구였다. 고등학교 동창을 OTT에서 보다니!


10년 전부터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하던 친구는 진짜 배우가 되었다. 진즉부터 자신의 꿈을 찾아 좇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사람을 활자가 아니라 실제로 보니, 다시금 열여덟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 생기가 돋아나고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입체적인 에너지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정말, 하면 되는구나.


문득 반가운 마음과 나의 꿈을 향해 한 발 더 내디뎌보자는 용기가 교차하면서 쓰는 글.

혹시 또 모르지. 몇 년 후에 내가 쓴 시나리오에 그가 주연을 맡은 필름이 세상에 나올 지도 :)


멀리서 응원한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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