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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나이팅겔 Apr 24. 2023

같은 곳을 바라보며, 즐겁게 오래 걷기 위하여

동행

  

 와인 관련 교양과목 중간고사를 마치고 짝꿍과 둘이 와인 한잔했다. 평소 다른 술은 잘 못 하지만 와인은 한 잔씩 하는데, 기왕이면 즐기는 와인에 대해서 알고 마시고 싶어서 이번 학기에 수강 신청을 했다. 늦게 편입해서 시작한 공부라 이해는 빨라도 머릿속에 잘 들어가지 않아 부담이 컸고, 외워야 할 것도 많고 범위도 넓어서 시험공부하기가 힘들었다. 포기하기는 싫었고, 머리를 쥐어짜며 늦부지런을 떨다가 종료시각 임박해서야 시험을 치렀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쉽게 풀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시험 끝나면 한잔하자며 벼르던 남편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 나오는 나를 보자마자 바로 와인 상차림을 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으나, 엊그제부터 3일간 운동도 못 나가고 은둔하다시피 하며 벼락치기 공부에 지친 심신을 한잔하면서 달래고 싶었다. 남편도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쌓인 불편했던 마음을 털어놓으며 한결 편안한 마음인 것 같았다.


성당 레지오 모임에 잠시 안 나가다가 최근에 다시 나가게 됐는데, 레지오 회합 끝나고 뒤풀이하면서 신자들 간에 불편했던 심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화요일에 있었던 불편한 마음을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바뀌는 이 시점에서야 털어놓으며 진심을 토로했다. 불안정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공감하며, 의연하게 대처하도록 격려해 주니, 그도 좀 위안을 받은 듯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잔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를 몇 달 앞둔 2021년 2월 어느 날 공문을 보다가 느닷없이 제대로 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보건교사로 근무했기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50% 배움터 장학이 주어지는 혜택이 있어서 부담 없이 세사대 문창과에 등록했다. 그해 3월 봄학기부터 문예창작학과 3학년 편입하여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여고 시절부터 독서에 관심이 많았고, 시도 써보고 싶었으나 마음뿐이고 잘 써지지 않았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많이 읽지 못하고, 결혼 후에도 살림과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글쓰기는 뒷전으로 밀려났었다.

늦깎이로 새롭게 시작한 공부는 생활에 활력을 주고 재미도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남편도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편은 나보다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요즘은 오전에는 헬스 커뮤니티에서 각자 운동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난 후, 자유롭게 책을 보거나 글쓰기를 하며 자유의 시간을 갖는다. 가끔은 저녁을 먹은 후 달빛공원 산책하면서 서로의 생각도 공유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두 딸은 결혼하여 각자 살림을 차려 독립했고, 어느새 사랑스러운 손주가 둘이나 생겼다. 딸이 복직하여 직장에 나가면서 한동안 어린 손주를 돌봐주러 다녔는데, 3월부터는 어린이집에 보내어 이젠 가끔 필요시에만 돌봐주러 간다. 어린이집에 다니다 보니 종종 감기에 걸리고 기침과 콧물을 흘리기도 한다. 사소하게 다치기도 할 때는 마음이 아프지만, 크게 아프거나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또한 언제라도 SOS를 청하면 달려갈 태세를 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늘 기도하며, 필요로 할 때 즉시 달려가 푸근하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로 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사실 우리 집에는 종달새와 올빼미가 공존한다. 남편은 새벽형 인간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만, 나는 오밤중에 정신이 더 맑아지고 일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안 맞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니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쉬 피곤해진다.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 같아서 이제부터는 너무 늦게 자는 버릇을 고쳐나가려고 한다. 1년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체외충격파나 도수치료까지 해도 안 낫던 어깨가 에어로빅 운동을 규칙적으로 다시 시작하면서 겨우 나았는데, 이젠 왼쪽 어깨가 또 아파졌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잠을 일찍 자야겠다. 11시에만 잔다 해도 좋은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이 필요 없고 면역력이 높아질 것이다.

     

남편과 한 곳을 바라보며 즐겁게 오래 걷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해야 한다. 여행도 다니고 맛집도 탐방하여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선물로 주어진 소중한 하루를 소풍처럼 즐겁게 만끽해야 하리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바라보고 느끼며,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서로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멋진 삶을 살아가고 싶다.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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