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사부작사부작
05화
출근길 스케이트를 타다
by
고요한동산
Feb 5. 2025
아래로
새벽부터 도로가 얼어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긴급문자가 여러 차례 왔다.
길은 미끄럽고 바람을 가르며 걸으니 칼 같은 바람이 나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어제 날씨는 포근했는데 오늘은 차갑고 날이 서있어 옷깃을 여미어도 추위에 옷을 뚫고 살갗에 찬 공기가 스며들었다.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던 눈, 비, 우박, 진눈깨비 종합세트는 새벽 찬기운에 땅 위 얇게 코팅되어 얼어붙었다.
출근길 줄지어 가던 일개미들은 도미노처럼 차례로 스케이트를 탔다.
유튜브로 '나라'의 유치한 싸움을 보며 혀로는 쯧쯧거리며 빙판길에서 위험한 곡예를 하며 걷다 앞서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곡예를 하는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갑자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유치하고 이해할 수 없는 싸움들을 하든말든 개개인은 칼바람에 베이면서 자기의 할 일을 묵묵히 하며 하루를 살아낸다.
세상의 일부가 불타 사라지고 폭격으로 어린이들이 생명을 잃고 잘 날던 비행기는 장난감 비행기도 아닌데 산산조각 나서 한순간에 많은 이들을 잃었다.
세상이 이상해지고 있다.
방향을 잃은 듯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이에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참담한 사건들에 입을 다물수 없다.
그럼에도 시간은 무심히도 갈길을 간다.
모두가
따스한 봄날을 기다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묵묵히 칼바람을 가르며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겨울
어제는 따스했던 바람
오늘은 나의 몸을 베어내는
차가운 칼날이구나
차가운 칼날 갈고
칼춤이나 추자
내딛는 걸음걸음
발자국 남길 길 없는
아슬아슬 미끄러지는
살얼음판이구나
미끄러운 얼음길
슥슥슥슥
스케이트나 타자
keyword
글쓰기
추위
출근길
Brunch Book
사부작사부작
03
아침 일상
04
꿈이라는 이름의 중독
05
출근길 스케이트를 타다
06
천사 할아버지
07
지구의 한숨
사부작사부작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30화)
42
댓글
6
댓글
6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고요한동산
직업
회사원
지나온 시간과 잊힌 감정들을 찾아 글을 쓰는, 40대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순간 속에서, 그 틈새의 의미를 찾아 글로 나누고 싶습니다.
구독자
207
제안하기
구독
이전 04화
꿈이라는 이름의 중독
천사 할아버지
다음 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