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속박으로부터의 도피
공동체적 감성의 홍수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선택적 고립,
자폐와 천재 사이의 괴리
분열성 성격은 정신분열증과는 다르다. 물론 분열성 성격의 극단에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병질이 자리잡고는 있지만, 시작점이 비슷한 것일 뿐이다.
분열성 성격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고립이다. 이들은 사회, 단체, 인간 관계 등 일체의 관계로부터 부담을 느낀다. 타인에게 압도당하고 휘말리는 기분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관계의 고리로부터 분리시켜 안전감을 느끼려고 한다.
* 여기서 다루는 분열이라는 개념은, 자아나 정신이 여러 개로 분열(Splitting)되어 다중인격적 특징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떨어져나와 혼자만의 내적 고독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분열성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사회적 관습이나 인습, 타인과의 관계 등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 자체는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표현하는데 문제를 겪으므로 무관심하고 무신경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어울림으로부터 주어지는 편리나 편의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만, 사회생활과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차라리 고립되어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보통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자신만의 고착된 방식을 따르고, 의식적으로 기벽을 행하거나 비관습적이고도 유별난 기태를 보이기도 해서 기인으로 치부되어 이상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타인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빈정거리고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며 고립적 우월감을 방어 기제로 삼는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독창성ㆍ창조성ㆍ예술성이 뛰어나 철학자, 예술가, 탐구자, 종교자로서 천재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유명인사들 중 분열성 성격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스티브잡스 등이 있다.
분열성 성격은 보통 아동기에 형성되는데, 양육자의 과보호적 태도(과도한 간섭ㆍ개입ㆍ침해 등)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철수라는 방어기제에 의지하는 경우와,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동기 때 방치당한 경험으로 인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여 아예 인간 관계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여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과민반응하는 경우 또한 분열성 성격이 되기 쉽다. 이 아이들은 빛이나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상습적으로 움츠러들 수 있고 타인 뿐만 아니라 양육자와의 접촉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주요 양육자가 아동의 예민함을 따라가기 힘들어 잘 맞지 않는 경우에도 분열성 성격을 초래할 수 있다.
세상으로부터의 도피, 결국 고립은 현대인의 이상향
분열성 자기(Self)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정과 속박으로부터 격렬히 저항한다. 타인의 평가보다는 자기 내적인 평가와 확인이 더욱 중요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창조적 활동이라는 우아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순수한 독창성과 창의성을 확인함으로써 자존감을 유지하고자 하는데 이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은 매우 높으므로 혹독한 자기 비판을 수반한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도 나와 있듯이, 인간은 야생이나 전쟁, 기근과 가난 등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스스로 자기(Self)와 개성을 포기하고 타인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수모를 감수하는 대가로써 안전감을 보장받아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수준 높은 안전망을 제공하므로 스스로 노예가 되어 일생을 충성심 하나로 버티는 전통의 삶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제 도태된 자아와 몰개성 대신 허영과 자기애로 무장한 개인들이 자기(Self)를 뽐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득권이 다져놓은 공동체적 체제에 대한 항거로써 전체주의에 반하여 해체주의가 나타났고, 개인의 개성과 독립성, 댜양성 등에 대한 목마름은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이 채웠다.
결국 고립은 독창성, 독립성, 개성, 다양성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현대의 시류는 분열성 성격과 놀라우리만치 비슷하다.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 만족을 위해 고립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자들, 서머싯 몸의『달과 6펜스』, 헤르만 헤세의『데미안』을 통해 개인의 고립과 이상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자.
1. 달과 6펜스
2. 데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