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기애적(나르시시즘) 성격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

by 고요

현대 사회의 급속한 변화속에서 인간들은 물질적 번영과 지성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문명의 발달로 우리가 얻게된 편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가까이 우리의 삶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은 단연 대중 매체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매체의 순기능인 정보 전달 역할 외에도 대중의 불안과 허영을 자극해 우리를 무한 경쟁으로 몰아 넣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SNS에 업데이트되는 불특정 다수의 이미지가 그들의 실체를 대신하여 인간의 내적 측면보다는 미ㆍ명성ㆍ부ㆍ정치적 스탠스 등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평가 받는다. 대중에 노출되는 이미지 상에는 면면에 행복한 미소만을 띄우고 있므로, 사람들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열등 의식을 갖게 된다. 그저 남들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자존감이 떨어지는 외로운 사람들. 문명의 이기는 본의 아니게 인간의 자기애적 성격을 촉진시키게 되었다.


자기애란 무엇인가, 거울에 비춰진 나르시소스의 얼굴


자기애적 성격은 온전히 자기(Self)로서 채워진 자존감을 기르지 못하여,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확인을 요구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스스로 독립적으로 평가하거나 자부심을 갖지 못하므로 내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타인의 칭찬이나 비난 등 외부적 확인을 필요로 하는 것.


자기의 가치를 확인 받고 싶은 욕구가 크므로 타인을 위한 여유가 없다. 타인은 그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주고 칭찬하고 인정해 줌으로써 자존감을 북돋워주는 자기대상(Self-object)으로써 존재하므로, 자연스러운 인간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욕구는 깊으나 사랑하는 능력이 어린아이 수준에서 성장을 멈추었으므로 사랑하는 방법도 모를 뿐더러, 사랑한다손 치더라도 자기애가 너무 크므로 아주 얕은 애정만 갖고 있을 뿐이다.


또한 자기애적으로 구조화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취약하다.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무너지고 자존감이 하락한다. 이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일까봐 두려워한다. 작은 부담에도 흔들리며, 내적 자기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크므로 이러한 불안이 신체적 건강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건강염려증에 빠져 과도하게 영양제를 챙겨먹는다거나 죽음에 대해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모습들이 이에 해당한다.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의외로 타인의 눈치를 엄청나게 본다는 사실이다. 비언어적인 타인의 정동, 태도, 표정, 말투, 기대감에 민감하고, 자신 내면에 있는 결점으로부터 발생한 수치심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해 한다. 또한 자신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가진 대상을 질투하고 폄하하려 한다.


이들은 정상적인 인간 관계에는 관심이 없다. 본받을 점이나 뛰어난 점이 있는 대상을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자기와 동일시하여 무조건적 숭배를 하다가도, 조금의 결점이나 불완전한 모습이 눈에 띄면 급격히 태도를 바꾸어 평가절하한다. '최고', '제일', '가장' 등 타이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에 산재해 있는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1등 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극심한 이기주의를 보이기도 한다.


자기애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는 완벽주의를 들 수 있겠다. 등수에 집착하는 면이 있어 비현실적인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미달하면 자기 비하를 하여 우울감에 빠진다. 자기 뿐만이 아니라 완벽치 못한 타인을 향한 비난도 서슴치 않으며 불완전하거나 미숙한 것, 결핍된 것을 끔찍히도 싫어한다.



나르시즘의 기원


한 아동이 자신이 지닌 정체성이 아니라, 자신이 수행하는 기능이나 역할때문에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게 되면, 그 아동은 자신의 실제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면 미움을 사거나 수치를 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거짓 자기(False Self)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타인에게 사랑받는 긍정적인 면만 드러내려 하고 자기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숨겨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와도 비슷한데, 자신의 사고나 감정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가식적인 삶을 살게 되므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되게 된다.


자기애적 성격은 부모로부터 상속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자신이 못이룬 꿈을 자녀들에게 투영하여 대신 이루어 줄 것을 요구하거나 자녀의 성취가 그들의 자존감을 유지시켜주는 장치로서 이용되면,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미달할 경우 실망한 티를 내거나 야단을 치게 된다.


이렇게 완벽을 요구받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완벽을 추구하게 되고, 심한 경우 강박증이나 결벽증 등 신경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자신 본연의 진솔한 감정과 타인을 기쁘게 하기위한 거짓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기애적 혼란도 뒤따라 온다.


쏘리와 땡큐, 그들에게 꼭 필요한 주문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요구사항을 표출하는 것에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 필요를 인정하면 자기의 결핍이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요구사항은 말하지도 않으면서 그들이 자신에게 무신경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자기 중심적이므로 모든 사람이 자신에 집중해서,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들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완벽주의로도 나타난다. 특히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스스로 완벽을 추구하므로 자신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거나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야 완벽해 진다는 것 자체를 수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회나 감사, 진심어린 사과 등 타인 의존적인 행위를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고, 타인이 자신에게 베푸는 호의나 선의를 의도적으로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려 한다.


항상 자기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며, 타인이 겪는 아픔에 공감하지 않고 부담으로 여긴다. 자기밖에 모르는 팍팍한 정서를 가졌으므로 비정상적인 인간 관계에 놓여 있으며, 독선적으로 상대방이 원치않는 행위를 하면서 보상이나 대우를 받으려고 한다.


진짜 나를 사랑하는 방법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데에 있다. 이상화를 거치지 않고도 타인에게 호감이나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 있으며, 수치심이나 질투 이외에도 다양한 진솔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타인은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해야하는 수단이나 그 불완전성에 대해 비판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의 최대 문제점은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에 있다.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애정과 관심을 요구하는 아동기의 단계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한 정서를 갖고 있으므로 남을 사랑할 줄도 모를 뿐더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모른다. 오히려 타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과정에서 자기 학대에 가까운 완벽 추구를 일삼고, 기준에 미달하면 자기비하, 좌절, 우울감에 빠진다.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겠지?', '이렇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어.'

자신이 즐겁기 위해 노력하는게 아니라,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자기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의 입맛에 맞춘 공허한 삶을 살아간다.

평가에 대한 강박을 떨쳐야 한다. 남이 못한다고 지적할 필요도, 내가 못한다고 남에게 지적받아야할 필요도 없다. 남의 삶보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여 건강한 자기(Self)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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